'복붙' 만연한 학생부 종합의견…학폭 조치기록도 부당삭제

감사원,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공개
학생부 엉터리 작성에도 교육청 관리 부실
학폭위 의결 미기록으로 외부 검증 불가
감사원, 하반기 '학교폭력 대응 실태 감사'

감사원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감사원 제공

"사고의 폭이 넓고 집중력이 강하며 부드러우면서 의지가 매우 강한 학생으로 자신의 목표를 뚜렷하게 설정하여 계획대로 하나하나 이루어 나감"
 
대입에 반영되는 고등학생 학생부 종합의견도 이처럼 틀에 박힌 모범 답안을 만들어놓고, 반 학생들에 대해 '복붙'(복사하여 붙여넣기) 방식으로 동일 기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서울의 A교사는 지난 2024년 학생부에 기재할 5개 종류의 종합의견을 만들어놓고 20명의 학생들을 순서대로 돌렸다. 그 결과 1·11·16·21번 학생과 2·7·12·22번 학생, 3·8·13·18번 학생, 4·9·14·19번 학생, 5·10·15·20번 학생에게 각각 동일한 내용의 학생부 종합의견이 올라갔다.
 
감사원이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감사에서 2021년부터 4년 동안 서울시 소재 239개 고등학교의 학생부 작성 실태를 점검한 결과 A교사처럼 반 전체 학생 수의 70%를 초과하는 학생들의 종합의견을 동일하게 작성한 교사가 18명이나 됐다. 
 
더 나아가 반 전체 학생들에게 같은 내용의 종합의견을 올려 학생부 작성을 하루 만에 끝내버린 교사도 3명이나 있었다. 
 
학생들의 세부특기사항도 구별 없이 동일한 내용으로 올라갔다. 
 
2021년부터 3년 동안 803명의 교원이 51명 이상 학생의 세부특기사항에 동일한 내용을 기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51명 이상 학생에게 교사 의견을 중복 기재한 1106건을 중심으로 중복 기재 양태를 분석하니 하나의 문안을 한 해 동안 중복 기재한 사례가 637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도에  사용한 학생부 문안을 다른 해에 꺼내들어 재활용한 사례도 39건이나 됐다. 하나의 문안을 교육내용이 전혀 다른 1학년과 3학년 학생들에 중복 사용한 사례도 3건이나 됐다.
 
현장의 교사들이 학생부 작성을 이처럼 엉터리로 하는데도 서울시교육청의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의 점검 결과 51명 이상 학생의 세부특기사항을 중복 기재한 학교가 2023년에 105개 학교, 2024년에 69개로 모두 174개 고교가 확인됐으나, 서울시교육청의 점검에서는 이 중 26개 학교만 미흡으로 평가됐다.
 
학교폭력 관련 기록을 부실 관리하거나 부당 삭제한 사례도 감사 결과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이 구체적인 학교폭력 상담 내용의 기록 방법과 보관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교사에게 일임한 데 따른 결과이다. 
 
감사원이 지난 2023년 3월부터 2025년 11월 학교폭력 심의 건수가 가장 많은 강남서초 및 강서양천 교육지원청 학폭위에서 심의한 중·고교 학교폭력 사안 155건을 표본 점검한 결과 이 중 92%를 넘는 143건이 학교에서 기록을 보관하지 않아 학폭위에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43건 중 학폭위 요청에도 상담 기록이 없어 객관적 증거 부족으로 피해 학생 주장의 일부는 인정되지 않은 사례도 2건 있었다.
 
또 학폭위 의결과정에 대한 외부 검증의 핵심사항인 위원별 토의 내용 및 최종합의 과정 내용을 회의록에 기재하지 않아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 조치사항을 의결했는지 검증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일부 학교는 규정을 잘못 이해해 학교폭력 기록 삭제 대상이 아닌데도 보관기간이 지나기 전에 기록을 삭제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하반기 '학교폭력 대응 실태 감사'를 통해 학폭위 의결 실태 전반을 점검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학생부 종합의견과 세부특기사항을 다수 학생에게 동일하게 기재하거나 학교폭력 조치기록 등을 부당 삭제하고, 교사 초과현원인데도 매년 100명 이상 신규교원을 채용하는 등 모두 12건의 위법·부당 사항에 대해 주의·통보 등을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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