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이가 "111년 후 이 자리에는 커다란 삼나무가 자랄 거야"라고 말한다. 어른은 그 말을 웃어넘기지 않는다. 대신 씨앗을 구하고, 함께 나무를 심는다.
그림책 '111년 후 이 자리에는 커다란 삼나무가 자랄 거야'의 이야기의 무대는 '양귀비꽃 마을'이라는 예쁜 이름과 달리 꽃 한 송이 찾기 어려운 낡은 아파트 단지다. 에디트와 아빠 바시르는 동네를 산책하며 평범한 장소에 이야기를 덧입힌다. 쓰레기장은 6700만 년 전 티라노사우루스가 냄새를 맡던 곳이 되고, 낡은 창문은 오래전 누군가의 흔적을 품은 장소가 된다.
장난처럼 이어지던 상상 놀이는 에디트의 한마디에서 현실로 넘어간다. 에디트가 먼 미래 이곳에 커다란 삼나무가 자랄 것이라고 말하자, 아빠는 그 상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 작은 씨앗은 이웃들의 손을 거쳐 도착하고, 한밤중 부녀의 비밀 작전 끝에 땅에 심어진다.
책은 나무 한 그루가 당장 세상을 바꾼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한 아이의 상상을 믿어준 어른, 그 마음에 응답한 이웃, 시간이 지나며 달라지는 도시의 풍경을 차분히 보여준다. 작은 나무 곁에 벤치가 놓이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전한다. 변화는 그렇게 조금씩 자란다.
서사는 에디트의 유년기를 넘어 노년, 그리고 먼 미래까지 이어진다. 아이의 상상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그 삶이 다시 도시를 바꾸는 긴 시간을 그린다. 기후위기와 도시의 삭막함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어린이들에게 "내 목소리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감각을 건네는 작품이다.
이 책은 2025 화이트레이븐스 선정작이자 2024 IBBY 벨기에 그림책상 수상작이다.
쥘리 두인 글 | 노에미 파바르 그림 | 이세진 옮김 | 아이스크림미디어
한국 아동문학의 대표 성장 서사로 꼽히는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가 10권으로 완결됐다.
'푸른 사자 와니니 10: 초원으로 가는 길'은 이현 작가가 글을 쓰고 오윤화 작가가 그림을 그린 시리즈 마지막 권이다. 2015년 첫 권 출간 이후 10년 동안 이어진 이야기로, 시리즈 누적 판매는 100만 부를 넘겼다.
'푸른 사자 와니니'는 몸집이 작고 사냥 솜씨도 서툴러 무리에서 쫓겨난 어린 암사자 와니니가 자신만의 무리를 이루고, 마침내 초원이 인정하는 우두머리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2022년 국제아동도서협의회(IBBY)가 선정한 '전 세계 어린이가 함께 읽어야 할 책'에 이름을 올렸고, 2025년 권정생문학상을 받았다. 동명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완결편은 인간이 놓은 불이 검은 땅을 집어삼키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와니니 무리는 불길을 피해 인간의 길을 건너 낯선 초원으로 옮겨 간다. 그 과정에서 와니니는 또 한 번 소중한 존재와 이별하고, 깊은 상실 속에서도 무리를 이끌어야 하는 우두머리의 책임과 마주한다.
새로운 초원은 사냥감이 넉넉하고 평화롭지만, 와니니의 마음은 친구들과 함께 지켜 온 검은 땅에 남아 있다. 불에 탄 땅도 언젠가는 다시 푸르러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반면 성장한 딸들은 낯선 땅에서 새로운 만남과 모험을 꿈꾸며 저마다의 삶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10권은 와니니의 마지막 선택만을 다루지 않는다. 떠나는 자, 돌아오는 자, 이어받는 자의 이야기를 함께 놓으며 초원이 이어지는 방식을 보여준다. 어린 와니니가 기존 질서에 맞서 자기 길을 택했던 것처럼, 이제 그의 딸들도 각자의 초원을 향해 첫걸음을 뗀다.
이현 글 | 오윤화 그림 | 창비
백범 김구의 삶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읽는 어린이 역사책 '김구가 진짜로 꿈꾼 나라를 아시나요?'는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소년 김창암이 동학 농민 혁명의 지도자, 교육 운동가, 대한민국 임시 정부를 이끈 독립운동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풀었다.
책은 김구의 일대기를 따라가며 3·1 운동,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 한인애국단 활동, 한국광복군 창설, 8·15 해방과 남북 협상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함께 짚는다. 한 인물의 전기이면서도, 나라를 빼앗긴 시대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독립을 준비했는지 보여주는 역사 입문서다.
김구는 감옥에 갇히고, 독립운동 자금 부족과 신변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임시 정부를 27년 동안 지켰다. 책은 그를 몇몇 영웅 중 한 사람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독립은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마음을 모을 때 가능하다고 믿었던 인물로 보여준다.
특히 책은 김구가 끝까지 붙잡았던 '문화의 힘'에 주목한다. 김구가 바란 나라는 힘으로 다른 나라를 누르는 강대국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아름다운 나라'였다. 독립운동가 김구를 넘어, 어떤 나라를 세울 것인가를 고민한 사상가 김구를 함께 만날 수 있다.
해방 뒤 김구가 남북 협상에 나선 대목도 비중 있게 다룬다. 임시 정부 사람들이 꿈꾼 나라는 남과 북이 함께하는 통일된 나라였고, 김구는 그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평양행을 선택했다.
배성호 글 | 방승조 그림 | 철수와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