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드론 활용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던 30대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전격 해임 파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뒤흔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이하 현지 날짜)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신이 해임한 국방장관의 복귀 거부와 군 총사령관 교체 요구 시위로 정치적 리더십 위기에 봉착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젤렌스키는 지난 16일 새 전시 내각을 구성하면서 드론 중심 군 전력 개편을 주도한 35세의 미하일로 페도로우 국방장관을 해임했다.
다만, 젤렌스키는 후임 국방장관을 선임하는 대신 예우헨 흐마라 국가보안국(SBU) 국장 권한대행을 국방장관 권한대행에 임명했다.
페도로우 장관 해임은 젤렌스키가 군 개혁 방향을 놓고 포병과 보병 중심을 강조하며 페도로우와 극심한 갈등을 빚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됐다.
일각에서는 젤렌스키가 대러시아 드론전 성과가 부각되면서 대중 신임이 커지고 있는 민간 정치인 출신 페도로우 견제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페도로우 해임 이후 우크라이나 전역에서는 '드론전 영웅' 페도로우 복귀와 '반개혁 기득권 세력' 시르스키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젤렌스키가 지난 주말 페도로우에게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국방위원회(NSDC) 고위직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FT는 전했다.
젤렌스키는 페도로우가 NSDC에서 방산 혁신과 군 개혁, 장거리 무기 생산 확대, 해외 투자 유치 등을 총괄하게 하려 했으나, 페도로우는 국방장관 복직만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페도로우가 강력한 협상력을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젤렌스키는 총사령관 교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르스키 후임으로는 미하일로 드라파티 합동전력사령관과 볼로디미르 호르바튜크 합참차장, 올레 아포스톨 공중강습군 사령관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소련군 전통에 뿌리를 둔 기존 지휘부와 달리, 이번 전쟁을 거치며 성장한 신세대 지휘관들로 드론전과 분권형 의사결정에 익숙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우방국들도 우크라이나 군 지휘부 혼란이 장기화하는 데 우려를 나타내며 조속한 수습을 압박하고 있다.
한 서방 정부 관계자는 FT에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핵심 재정 지원국으로서 안정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잘 알고 신뢰하며 함께 일할 수 있는 인물들이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