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플랫폼은 사람들을 더 촘촘히 연결했지만, 모두가 같은 현실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화면과 추천 알고리즘이 각자에게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시대, 저널리즘과 공론장은 어디서 다시 신뢰를 세울 수 있을까.
33년 동안 기자와 보도책임자로 일한 저자는 '전자동굴'에서 AI 플랫폼 시대의 정보 환경을 '전자동굴'이라는 개념으로 짚고, 시민이 함께 참고할 수 있는 공적 정보 인프라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저자가 말하는 전자동굴은 플라톤의 동굴 비유와 월터 리프먼의 '의사환경' 개념을 오늘의 플랫폼 환경으로 가져온 말이다. 동굴 속 사람들이 벽에 비친 그림자를 현실로 믿었듯, 지금의 시민들은 스마트폰 화면과 알고리즘이 골라준 정보 속에서 각자의 현실을 살아간다는 진단이다.
책은 이 구조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정보, 분노할 만한 정보, 오래 머물 만한 정보를 계속 밀어 올린다. 그 결과 같은 사건을 두고도 서로 다른 사실을 믿는 상황이 벌어지고, 민주주의 토론의 전제가 되는 '공통의 사실'은 약해진다.
공영방송의 위기도 이 큰 흐름 안에서 다룬다. 저자는 공영방송 논의가 누가 지배하느냐의 문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시민이 "보지도 않는데 왜 수신료를 내야 하느냐"고 묻는 시대라면, 공영미디어가 어떤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떻게 책임을 검증받을 것인지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핵심 제안은 '플랫폼 비컨'이다. 상업 플랫폼의 추천 질서에만 맡겨진 정보 생태계 안에서 시민이 믿고 참고할 수 있는 공적 기준을 세우자는 구상이다. 공영미디어와 전문가, 시민이 공공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보를 검증하는 팩트체크 허브, 공익성·다양성·지역성·신뢰도·설명 책임을 반영한 공공 알고리즘, 인간의 최종 책임을 전제로 한 AI 뉴스룸이 주요 축이다.
김 전 본부장은 AI가 자료 수집과 분석을 도울 수는 있지만, 질문을 정하고 맥락을 확인하며 오류를 설명하고 고치는 일은 인간 저널리즘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신뢰는 더 이상 선언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이제는 설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종명 지음 | 페이퍼로드
AI가 빠르게 일의 방식을 바꾸는 시대, '통제된 우연'은 공인노무사인 저자가 인공지능 전환(AX) 정책사업에 참여하며 얻은 문제의식과 정책적 제안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YTN 기자를 거쳐 공인노무사로 전직했고, 이후 자신의 전문 분야와 다소 멀어 보였던 AI 정책사업에 참여하면서 기술과 노동의 접점을 새롭게 보게 됐다.
책의 핵심 개념은 제목 그대로 '통제된 우연'이다. 저자는 무작위로 흩어진 정보와 경험이 우연히 맞물려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고, 그것이 작성·저장·공유의 과정을 거치며 지식으로 축적되는 흐름에 주목한다. 이러한 과정이 언어모델(LLM)의 검색증강생성(RAG)이나 그래프 데이터베이스 구축 방식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AI를 인간을 대체하는 낯선 존재로만 보지 않는다. 종이, 활자, 컴퓨터처럼 지식을 다루는 도구의 연장선에 놓고 바라본다. 막연한 공포를 걷어내면, AI는 인간의 사고와 업무 능력을 확장하는 칼과 방패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책은 기술 낙관론에 머물지 않는다. 로봇과 AI가 실제로 일자리를 대체하는 흐름을 인정하면서도, 인공지능 산업의 파급력과 속도가 기존 기술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서 사회적 규율과 정책 설계가 함께 필요하다고 본다.
'통제된 우연'은 노동법과 AI 정책, 직업인의 미래를 한데 묶어 읽는 책이다. AI가 대세가 된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이해하고 통제하며 함께 일할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박한울 지음 | 바른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