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부실수사·증거인멸 의혹 수사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까지 확대되면서 윗선을 향하는 모양새다.
검찰과 경찰이 같은 날 국수본을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진 가운데, 경찰의 '셀프 수사'가 수사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경 동시에 국수본 압색…분리 수사 지시 경위 추적
23일 경찰에 따르면,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전날 경찰청 국수본에서 압수한 자료를 검토 중이다. 앞서 특수단은 전날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1시 50분까지 약 16시간 동안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와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등을 압수수색했다.검찰도 같은 날 국수본 압수수색에 나섰다. 광주지검은 전날 오전 6시 15분부터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사건을 두고 검경이 동시에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장윤기 사건 초기 살인 사건과 베트남 여성 성폭행 사건을 분리 수사하라고 국수본이 지시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당시 수사를 진행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장 박모 경정 측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병합 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으나 국수본에서 분리 수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국수본 간부가 '본부장 지시'라고 언급하며 광주경찰청 간부에게 분리 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성주 당시 국수본부장은 관련 절차가 매뉴얼에 따라 이뤄졌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부친과 수사팀의 유착 의혹에서 시작된 수사가 경찰 수뇌부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국수본 측은 분리 수사 지시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는 수사 완결성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당시 "살인사건 송치 기간 내에 다른 성폭력 사건을 입증해 한꺼번에 송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수사의 완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폭력 사건은 전담 부서인 여성청소년과에서 수사하되 살인사건 수사 서류에 성폭행 관련 수사 기록을 첨부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리 수사 여부는 절차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조율하는 것이 이례적이지 않은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혐의 적용에 있어서는 통상적으로 국수본에서 직접 지휘하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특수단 '셀프 수사' 논란…제 식구 감싸기 우려
특수단 수사가 국수본까지 확대되면서 공정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국수본 소속에서 출범한 특수단이 모체이자 상급 단위인 국수본을 수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특수단의 경우 국수본과 별개의 조직이라는 입장이지만, 외부에서는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재 41명에 달하는 특수단에는 중대범죄수사과, 2차가해수사팀, 디지털포렌식센터 인력 등 다수의 경찰청 인력이 투입돼 있다.
일각에서는 특수단이 결국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홍석기 국수본부장(경찰대학 8기)과 김영근 광주경찰청장(경찰대학 6기)의 경찰대 선후배 관계까지 알려지면서 특수단 수사가 소극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특수단 관계자는 "셀프 수사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광주청에서도 형사 부문을 제외했고, 국수본 형사국 인원도 특별수사본부에 투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건 축소 의혹을 받는 광산서 전 형사과장 박 경정에 대한 구속영장이 전날 기각되면서, 특수단의 윗선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은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에 의한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와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수사 경과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앞서 특수단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증거인멸,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박 경정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