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신승하며 '야당 선방론'을 견인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법리스크가 국민의힘 역학구도의 변수로 떠올랐다. 장동혁 대표의 퇴진을 요구해온 그가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사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면서 쇄신파의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잠재적 경쟁자인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런 변수에도 장 대표의 당 장악력에는 당장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좀 더 우세한 분위기다.
쇄신파 동력 약화 우려 부른 '吳 사법리스크'
오 시장에 대한 당선무효형 선고는 그가 속한 국민의힘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명픽' 후보를 꺾고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의 정치적 무게감 때문이다. 지선 당시 공천 신청까지 늦추며 장 대표에게 '절윤' 결의를 압박했던 그는 선거 이후에는 당대표제 폐지 방안을 포함한 '원내 중심 정당' 구상을 당 혁신안으로 내세우며 장 대표를 견제해왔다.오 시장이 지방선거에서 중도 확장력을 입증한 뒤 정치적 존재감도 한층 커졌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9~11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오 시장은 9%를 기록하며 한동훈 의원(8%),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7%), 김민석 전 국무총리(5%) 등을 제쳤다. 오 시장의 서울시장 임기가 끝나는 2030년에 차기 대선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대망론에 힘을 보탰다. 이런 요소들은 오 시장이 당 변화를 압박할 수 있는 정치적 자산으로 축적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1심 판결은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를 좁히면서 당내 쇄신 동력도 함께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년 8월까지가 임기인 장 대표가 조기 퇴진 가능성을 일축한 상황에서 '합리적 보수' 진영의 공간이 더욱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당권파의 당 장악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계파색이 옅은 한 재선 의원은 "대안과 미래 등 장동혁 체제에 반대하는 개혁파의 목소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라이벌' 韓에도 이목 쏠렸지만…"반사이익 없을 것"
다른 한편에서는 장 대표를 상수로 놓고 오 시장과 경쟁 구도를 형성해온 한동훈 의원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수 재편 주자로 함께 거론돼온 한 의원이 오 시장의 공백을 계기로 존재감을 키우고, 이를 발판으로 복당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을 제명시킨 장 대표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반사효과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구(舊) 주류 친윤계의 묵인 속에 현 지도부가 유지되는 한, 한 의원의 복당은 여전히 쉽지 않고, 오 시장 역시 사법리스크를 털고 부활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권파도 오 시장의 1심 선고가 당내 판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장 대표와 가까운 지도부 인사는 "그런 걸로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게 힘이 실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친한계의 바람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 의원 측에서도 오 시장의 위기를 기회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한 친한계 관계자는 "현 체제를 끝내려면 누구 하나라도 더 힘을 모아야 하는데, 오 시장이 잘못된다고 우리에게 득이 될 건 없다"고 귀띔했다.
연임 향한 장동혁 '마이웨이' 행보 이어질 듯
이런 이유들로 장 대표는 앞으로도 '당원 중심'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임기 완수는 물론 차기 전당대회를 통한 연임까지 염두에 둔 노선을 유지할 거라는 분석이다.
잠실 올림픽공원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한 '선관위 사태' 규탄 집회는 이번 주말을 끝으로 일단락되지만,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이슈 드라이브는 계속될 전망이다. 장 대표는 오는 27일 투표용지 부족사태 관련 선거소청 변론에도 직접 나설 예정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중앙선관위의 투표율 통계 조작 정황을 포착하고 23일 강제수사에 착수한 점도 장 대표에게는 호재로 거론된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선관위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면서 잠시 주춤했던 대여 공세의 강도를 다시 높일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이날 SNS에 "민주당이 '침대 특검'으로 버티려 한다면 다시는 그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앞서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