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14세 중학생은 왜 사이버도박 빚에 빠졌을까

연합뉴스

경찰청이 지난 5월 18일부터 시행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제'에는 현재(7.20기준)까지 전국에서 806건(본인 629건·보호자 177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최근 한 달간 신고 건수는 512건으로 직전 한 달보다 74% 증가했고, 자진신고한 청소년들의 평균 도박 기간은 10개월, 평균 도박금액은 300만 원이었으며, 최고 도박금액은 무려 7천만 원에 달했다. 신고자의 56%는 고등학생, 44%는 중학생이었고, 95%는 남학생이었다.

이 숫자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청소년들이 10개월 가까이 온라인 도박에 빠져 있었고,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돈을 잃을 정도로 깊숙이 중독의 늪에 빠져 있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경고이다. 청소년 사이버도박은 이제 일부 학생들의 일탈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할 심각한 범죄이자 중독 문제가 되었다.

"처음엔 친구가 보내준 링크 하나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인 14세의 이모 군은 학교생활을 특별한 문제 없이 이어가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부모는 맞벌이를 했고, 방과 후에는 집에서 혼자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시간이 많았다. 부모 역시 아들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큰 걱정거리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밖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사건은 어느 날 우연히 친구가 보내줘서 시청한 유튜브에서 시작되었다. 영상이 끝날 무렵 "소액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 "회원가입만 하면 무료 게임머니를 지급한다"는 링크가 화면에 나타났다. 호기심이 생긴 이 군은 링크를 눌러 사이트에 접속했고, 별다른 절차 없이 게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무료 게임머니로 이용했지만 사이트는 실제 도박과 같은 긴장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몇 차례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연속으로 당첨이 이어졌고, 소액이지만 실제 현금으로 환전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첫 번째 환전은 불과 몇만 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중학생에게는 용돈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경험 자체가 강한 충격이었다. 공부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휴대전화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특별한 운을 가진 것처럼 느꼈고, 조금만 더 하면 더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에는 쉽게 이기던 게임에서 연달아 돈을 잃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잃은 금액이 몇만 원에 불과했지만, 손실을 만회하려는 마음에 베팅 금액을 조금씩 늘렸다. '이번 한 번만 이기면 지금까지 잃은 돈을 모두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반복되면서 도박에 사용하는 시간과 금액은 빠르게 증가했다. 용돈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이 군은 부모에게 학용품을 사야 한다거나 친구들과 단체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용돈을 더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손실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그는 부모가 휴대전화 잠금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모습을 평소 눈여겨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부모가 잠든 늦은 밤 휴대전화를 몰래 가져와 잠금을 해제한 뒤 부모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20만 원 정도였다. '이번만 이기면 바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도 오래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돈 역시 모두 잃었다. 다시 50만 원을 이체했고, 또다시 패배했다. 손실이 커질수록 그는 오히려 도박을 멈추지 못했다. 이미 잃은 돈을 포기하는 것이 더 큰 손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부모 계좌에서 수십 차례 돈을 이체하는 동안 그는 이것이 절도라는 사실보다 '잠시 빌리는 돈'이라는 자기합리화를 반복했다.

학교생활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쉬는 시간마다 휴대전화로 도박 결과를 확인했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친구들에게는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며 소액을 빌리기 시작했고, 갚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교우관계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집에서는 부모와의 대화를 피했고,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성적은 급격히 떨어졌고, 밤새 도박을 하느라 지각하거나 수업시간에 졸기 일쑤였다. 몇 달이 지난 뒤 부모는 통장에서 거액의 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금융사기를 의심해 은행을 찾았지만 모든 거래는 정상적인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상함을 느낀 부모는 집 안 CCTV를 확인했고, 늦은 밤 아들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계좌이체를 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결국 경찰 신고가 이루어졌고 조사 결과 이 군은 부모 휴대전화의 잠금을 풀어 수십 차례 계좌이체를 반복하며 약 1천만 원을 온라인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불과 몇 달 사이 온라인 도박은 한 중학생을 절도 행위까지 저지르게 만들었고, 가족의 신뢰와 가정의 경제를 동시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피해자의 심리


이 군은 돈이 많거나 공부가 싫어서 도박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또 처음부터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친구들처럼 호기심에 한 번 접속해 본 것이 시작이었다. 문제는 첫 승리였다. 몇 차례 게임에서 돈을 따자 그는 자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온라인 도박을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손쉽게 돈을 버는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손실이 발생한 이후에는 심리가 완전히 달라졌다. 돈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 '조금만 더 하면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이미 잃은 돈이 아까워 도박을 멈추지 못했고, 부모의 돈을 사용하는 행동조차 '잠시 빌리는 것'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박은 돈을 벌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한 행동으로 변질되었고, 결국 정상적인 판단 능력까지 무너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현실보다 도박에 더 큰 희망을 걸게 되었다는 것이다. 공부를 해서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한 번의 베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잘못된 기대가 자리 잡으면서, 가족과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조차 더 이상 큰 잘못으로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심리학적 해설

청소년 온라인 도박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중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첫째, 변동 보상 효과(Variable Reward)이다. 온라인 도박은 처음 이용자에게 승리를 경험하게 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시점에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지속적인 기대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불규칙한 보상은 뇌의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여 반복 행동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중독 메커니즘이다.

둘째, 손실 만회 행동(Chasing Losses)이다. 손실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만두기보다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은 대부분 손실을 더욱 확대시키며, 부모의 돈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채무를 지는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셋째, 매몰비용 효과(Sunk Cost Effect)이다. 이미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지금 포기하면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된다는 생각이 도박을 계속하게 만든다. 결국 '이번 한 번만'이라는 생각은 반복될수록 더 깊은 중독으로 이어진다.

넷째, 낙관 편향(Optimism Bias)이다. 청소년은 자신의 실패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성공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특성은 온라인 도박에서 "나는 다를 것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이긴다"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만들고, 위험한 선택을 반복하게 한다.

이승환 경감의 조언

경찰에 접수되는 청소년 온라인 도박 사건을 보면 대부분이 "호기심으로 시작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도박은 이용자가 계속 돈을 걸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구조이다.  처음의 작은 승리는 이용자를 붙잡기 위한 미끼일 뿐이며, 이후에는 잃은 돈을 만회하려는 심리를 자극해 더 큰 금액을 베팅하도록 유도한다. 결국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의 계좌를 몰래 사용하거나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절도나 사기 같은 2차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경찰이 처리한 사례를 보면, 대구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A군은 여러 건의 절도 사건으로 입건되어 학교전담경찰관(SPO)과 면담이 진행중이였다. 상담 과정에서 SPO는 A군이 자신의 온라인 도박 계정을 다른 학생에게 빌려준 사실을 확인했다. 추가 확인 결과 실제 도박을 한 학생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경찰은 계정을 빌려준 학생과 실제 도박을 한 학생 모두에게 자진신고를 권유했다.

현재 경찰은 온라인 도박에 연루된 청소년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자진신고할 경우, 도박 금액, 범행의 경위, 반성 정도, 치유 의지와 상담 참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또한 경찰서 선도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훈방이나 즉결심판 청구 등 교육과 선도를 중심으로 최대한 회복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이후에도 학교전담경찰관(SPO)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전문상담사가 지속적인 상담과 사후관리를 지원하며 청소년이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성평등가족부도 청소년 사이버도박을 단순한 비행이 아닌 '회복이 필요한 중독 문제'로 인지하고, 사이버도박 관련 정책 개발 연구 중으로 연구개발 결과를 토대로 치유프로그램 개발, 운영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가정에서 부모들은 자녀의 작은 변화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갑자기 용돈을 자주 요구하거나 휴대전화를 지나치게 숨기고, 친구들과 잦은 금전거래를 하거나, 계좌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출금이 반복된다면 온라인 도박을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사춘기 행동이 아니라 도박이나 금융범죄의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처벌보다 조기 발견과 치유이다. 청소년들은 잘못을 숨기려고 할수록 더 깊은 도박과 더 큰 범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용기를 내어 부모와 학교,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자진신고는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첫걸음이다. 온라인 도박은 혼자 끊겠다는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므로 가족과 학교, 경찰, 그리고 전문 상담기관이 함께할 때 비로소 중독의 고리를 끊고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이승환 경감(경찰청 치안정보국), '사기 프로파일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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