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3년 12월 적대적 두 국가를 제기한 뒤 북한의 이른바 '조국'은 '백두에서 한라'에서 '백두에서 송악'으로 재규정됐다. 조국의 최남단이 제주가 아니라 '송악', 즉 개성이 된 것이다.
북한 매체에서 독도를 언급한 것도 지난 2024년 1월 이후로 사라졌다.
북한의 조선중앙TV가 날씨를 전할 때 한반도 전체가 아니라 북한만을 담은 지도를 선보이더니 어느새 만경대혁명학원 등 학교에서는 북한만을 붉게 물들인 지구본이나 지도를 놓고 교육을 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해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을 계기로 일선 국가기관에서 붙어 있던 한반도 지도를 교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런 영상은 학생들을 상대로 적대적 두 국가에 따른 영토와 지리 교육을 다시 시키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됐다.
북한이 지난 3월 헌법 개정을 통해 '대한민국'과 구분되는 영토조항을 신설한 뒤에는 과거에 찍어놓은 영상 중 붉은 색 전체 한반도 지도에서 남한 지역을 회색계열의 색깔로 칠해 재방하는 일도 벌어졌다.
조선중앙TV가 지난 8일 김일성 사망 32주기를 맞아 과거 제작해 방송했던 김일성 관련 기록 영화를 재방송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기록영화에서는 김일성이 해외인사로부터 선물로 받은 '조선통일'이라고 적힌 직사각형 깃발을 화면 속에서 키워 부각시키는 장면, 김정일이 한반도 남쪽이 포함된 벽면 지도를 지켜보는 장면도 삭제된 채 방영이 됐다.
전체로서의 한반도 개념과 통일 개념을 과거 선대 수령 영상에서도 지워나가는 과정인 셈이다.
그런데 한반도 반쪽짜리 지도가 적대적 두 국가를 반영해 이처럼 굳어지는가 싶더니 노동신문은 지난 22일 녹색계열의 한반도 전체지도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을 앞두고 6.25 전쟁 당시 김일성이 전장을 방문한 경로를 '화선천리길'이라는 이름으로 전체 지도에 표시한 것이다. 서울과 수안보, 충주, 대전, 광주 등이 언급됐다. 이 지도는 제주도까지 한쪽에 담았다.
한반도 전체 지도의 게재는 최근 북한의 동향에 비춰볼 때 다소 드문 일이다. 북한은 한반도에서 북쪽 지역만을 담은 반쪽 지도를 공식화했지만 과거의 이른바 '조국해방전쟁' 등 대남 적대성을 부각할 필요가 있을 경우 한반도 전체 지도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도 적대적 두 국가를 제기하며 대남 비난만이 아니라 전쟁 발발 시 남쪽 지역의 '점령, 평정, 수복. 편입' 방침을 몇 차례에 걸쳐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