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출입기자협회(WHCA) 연례 만찬을 언론 성토의 장으로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WHCA 만찬에 참석해 연설했다.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과 정적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연설 초반 농담으로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가짜뉴스' 공격으로 채워졌다. 이번 만찬은 무장 괴한의 총격으로 파행했던 지난 4월 25일 행사가 약 3개월 만에 다시 열린 것이다.
WHCA 만찬은 현직 대통령이 우군과 정적을 가리지 않고 현안을 엮어 신랄한 농담을 던지는 자리로 유명하다. 언론과 긴장 관계일 수밖에 없는 대통령이 언론자유의 가치를 강조하고 언론인의 공로를 치하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 분위기는 예년과 크게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반엔 우호적으로 접근했다. 자신의 행정부를 비판한 기사로 상을 받은 기자들과 웃으며 악수했다. 출입기자들을 향해서는 "대단한 사람들이다. 내가 여러분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을 존중한다"고 운을 뗐다. 좌중에 웃음이 터지며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 앵커 출신 돈 레몬을 "TV에서 가장 IQ가 낮은 사람"이라고 불렀다. 뉴욕타임스는 "망해가는 뉴욕타임스"라고 조롱했다.
CNN 백악관 출입기자 케이틀린 콜린스를 겨냥해서는 "가짜뉴스로 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그녀는 절대 웃지 않는다. 웃으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도 콜린스에게 웃으라고 요구해 성차별적 행태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도중 '트럼프 2028'이라고 큼직하게 새겨진 붉은 모자를 꺼내 썼다. "나는 (대선을) 세 번 이겼다. 특종이 될 수도 있는데, 미국 대통령에 네 번째로 출마할 생각"이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패한 2020년 대선까지 자신이 이겼다는 주장이다. 당시 대선이 조작됐다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만찬장의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반면 출입기자들 사이에는 어색하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연설은 예정된 40분을 넘겨 1시간여 이어졌다. 초반을 빼면 웃음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번 행사는 4단계 검색을 통과해야 입장할 수 있는 강도 높은 보안 속에 치러졌다. 앞서 4월 25일 워싱턴DC 힐튼호텔에서 열린 행사가 트럼프 대통령 연설 직전 무장 괴한의 보안검색대 돌파와 총격으로 긴급 중단됐던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