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30년, 재산은 1/3…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계산법은?

"가사·양육도 기업가치 기여"…전업배우자 역할 폭넓게 인정
300억 원 제외·주가 상승은 비율 반영…환송심의 계산법
최 회장 상고 가능성…지연손해금 발생 시점도 변수

류영주 기자

30년 넘는 혼인생활, 세 자녀 양육, SK그룹의 대외활동. 법원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러한 이력을 최태원 SK그룹 회장 보유 주식 가치 형성의 중요한 배경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재산분할 비율은 3분의1로 정했다.

법조계에서는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가사·양육 전담 배우자의 기여도를 상당한 수준으로 인정한 판결이라는 평가와 함께, 장기 혼인 사건의 일반적인 재산분할 사례와 비교하면 다소 낮은 수준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가사·양육도 기업가치 형성 기여"…법원이 인정한 배우자의 역할

류영주 기자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전날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면서 "최태원의 보유 주식은 혼인기간 중 최 회장 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노 관장과 최 회장 모두가 그 형성이나 가치의 유지 및 증가에 기여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혼인기간 중 최 회장의 경영활동으로 주식의 가치가 크게 증대되었고, 이에는 노 관장의 가사 및 양육, SK그룹에 관한 대외적 활동이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배우자가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장기간의 가사와 자녀 양육, 기업의 대외활동 지원이 주식 가치의 형성과 유지·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앞서 파기환송 과정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의 300억 원 지원금을 최 회장 보유 주식의 형성이나 가치 유지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로 고려할 순 없다고 판단했다. 환송심 재판부는 이를 반영해 300억 원 지원금을 기여도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서 제외했다. 혼인관계 파탄일 이전 최 회장이 경영권 유지나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증여한 주식 등도 분할대상 재산에서 뺐다.
 
그 결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비율은 환송 전 항소심의 35%보다 소폭 낮은 3분의1로 정해졌다.

오지원 변호사(법률사무소 법과치유)는 "300억 원 지원금이 기여도 판단에서 제외되면서 파기환송 직후에는 노 관장의 기여도가 10~2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가사·양육 전담 배우자의 경우에도 그 해당기업의 주식을 포함하여 재산을 분할하고 나아가 특유재산의 성격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한 수준의 기여도를 인정한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재판부 역시 혼인 당시 두 사람의 보유 자산과 부부공동재산의 취득 경위, 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각자의 기여 정도, 혼인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부부공동재산의 상당 부분이 혼인기간 중 형성되거나 취득됐다는 점도 반영했다.
 
다만 장기 혼인 사건의 일반적인 재산분할 실무와 비교하면 다소 낮은 수준이라는 시각도 있다. 고미진 변호사(법무법인 선한)는 "일반적으로 100% 전업주부라도 30~40년 혼인생활을 하고 이혼하는 경우에는 30~50%까지도 재산 분할기여도를 인정받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1조3808억 원에서 9440억 원…재산 범위가 달라졌다

류영주 기자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재산분할금은 환송 전 항소심의 약 1조3808억 원에서 9440억 원으로 줄었다.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의 300억 원 지원금을 기여도 판단에서 제외한 데 이어, 최 회장이 혼인관계 파탄 전 경영권 유지나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증여한 주식 등을 분할대상 재산에서 제외했다.

이에 대해 고 변호사는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의 300억 원이 최 회장에게 유입된 사실은 분명한데, 이를 노 관장의 기여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300억 원의 형성과 이전 과정은 인정하면서도 재산분할에서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환송심의 또 다른 쟁점  하나는 환송심 과정에서 크게 오른 SK㈜ 주가를 어떻게 반영했느냐였다.

재판부는 "환송 전 항소심 변론종결일 이후 환송 후 항소심 변론종결일까지 사이에 최 회장 보유주식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으나, 이는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주식은 자본적 성격의 자산으로 가액 변동성이 크고, 상장주식은 언제든지 환가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라며 "재판상 이혼 확정 이후 주식의 처분 여부 등에 따른 수익이나 손해를 혼인관계가 해소된 부부 쌍방에게 분담하지 않는 것이 재산분할제도의 목적에 현저히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재판부는 이혼 이후 주가가 오르거나 내린 결과까지 전 배우자가 함께 나눌 필요는 없다고 봤다. 혼인관계가 끝난 뒤 발생한 재산 증감은 원칙적으로 각자가 부담하는 것이 재산분할 취지에 맞는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주가 상승분을 외면하지는 않았다. "부부공동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위하여 최회장 보유 주식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사정은 재산분할 비율의 산정에서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최회장 보유 주식의 가치 상승에 반소피고의 경영적 기여가 있음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재판부는 주식 가액 자체를 다시 평가하지 않고, 주가 상승이라는 사정을 재산분할 비율을 정하는 과정에서 반영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재상고 가능성은?…이자 부담 없이 지급 늦출 수 있다는 해석도

이번 판결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다시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다만 환송심 재판부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300억 원 지원금을 기여도 판단에서 제외하고 재산분할 범위와 비율을 다시 정한 만큼, 재차 파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와 별개로 최 회장 측이 상고를 제기할 유인이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오 변호사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지연손해금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상고를 제기하면 지급 시기를 늦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법률적 판단뿐 아니라 이러한 현실적인 요소도 함께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 원과 함께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발생하는 연 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하루 1억 2900만 원 수준이다. 확정되기 전까지는 재산분할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붙지 않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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