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모인 궁·혼탁한 시대 한강…조선 권력 담긴 '동궁'·'탁류'[왓더OTT]

[시리즈 vs 시리즈]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 vs 디즈니+ 시리즈 '탁류
'동궁'이 파고든 왕좌를 둘러싼 욕망
권력은 궁궐 밖에도…민초들의 '탁류'

넷플릭스·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권력은 궁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조선은 성리학을 통치 이념으로 삼아 유교적 이상 정치를 추구했지만, 500여 년 왕조의 역사에는 왕권과 권력욕이 빚어낸 수많은 갈등과 비극이 반복됐다. 그 여파는 궁궐을 넘어 백성의 삶까지 이어졌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과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탁류'는 조선을 배경으로 하지만, 서로 다른 공간에서 얼룩진 권력과 욕망의 민낯을 드러낸다.

'동궁'이 궁궐 안에서 꿈틀대는 욕망과 정치적 암투를 담아냈다면, '탁류'는 궁 밖으로 번진 권력의 그림자 속에 살아가는 백성들의 혼탁한 현실을 드러낸다. 조선의 두 얼굴을 그려낸 두 작품을 조명한다.

'동궁'이 파고든 왕좌를 둘러싼 욕망

넷플릭스 제공

조선의 왕자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을 맞는다. 궁궐 안에는 30년 전 벌어진 사건을 떠올리며 귀신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퍼지지만, 왕(조승우)은 이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영안군(조단)마저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왕은 결국 주지승려(최범호)를 찾아 가게 되고, 귀(⻤)의 세계를 드나들며 귀신을 베는 구천(남주혁)을 궁으로 끌고 온다.

귀신의 소리를 듣는 생강(노윤서)과 함께 사건을 추적하던 구천은 점차 궁궐 깊숙이 감춰진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작품은 수면 아래 감춰진 궁의 어둠을 끌어올리며 왕좌를 둘러싼 권력과 욕망의 실체를 드러낸다. 왕의 생모인 숙빈 최씨(황영희)가 생강에 건네는 한마디는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궁은 멀쩡한 자도 병들게 하는 곳이니 마음이 어두운 자는 악귀가 되는 곳이란다."

제작진은 같은 장소에 두 개의 세트를 지은 뒤 서로 다른 계절에 촬영하며 궁의 현실과 귀의 세계를 대비시켰다. 또, 색채와 조명을 활용해 두 공간의 분위기를 한층 차별화했다.

현실은 차가운 푸른색으로, 귀의 세계는 스산한 붉은색을 중심으로 표현하며 음산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여기에 귀매의 영역은 보라색, 후반부 황폐해지는 분위기는 노란색을 더했다.

넷플릭스 제공

음악과 음향도 작품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낮게 깔리는 효과음과 국악과 오케스트라를 접목한 음악은 궁궐을 거대한 공포의 공간으로 드러냈다.

카메라 구도도 고립된 왕의 모습을 담아내며 절대 권력의 무게와 불안감을 표현했다. 여기에 조승우와 장영남의 열연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다만, 쫓겨난 옹주라 해도 왕족의 혈통을 지닌 강인한 인물로 설정된 만큼 생강과 구천의 관계를 보다 수직적으로 담아냈다면 두 인물의 감정선은 더 입체적으로 형성됐을 것으로 보인다. 후반부에 담긴 전기기타 음악도 실험적인 시도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동궁'은 시각적 상징과 미장센을 통해 궁이라는 공간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상징으로 완성한다. 권력과 욕망으로 얽힌 인물들의 관계를 따라가며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전개 또한 몰입을 돕는다.

최정규 감독은 "궁은 이 세계 인간들의 욕망과 악행, 권력욕이 가장 집중된 곳"이라며 "욕망이 집중되고 악의 구렁텅이에 자의든 타의든 물든 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 최정규 감독 연출. 남주혁·노윤서·조승우·장영남 출연. 총 8부작. 15세 관람가.

한줄평: 귀매를 만든 인간의 욕망, 궁을 물들인 색채.

권력은 궁궐 밖에도…민초들의 '탁류'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경강(한강) 나루터에서는 왈패들이 상인들의 물류와 일감을 장악한 채 각종 명목으로 일꾼들의 품삯 절반을 거둬들인다.

반발하는 이들에게는 집단 폭행을 가하거나 일자리를 끊어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민초들의 생계를 위협한다.

왈패들의 손은 상인들에게까지 뻗어 급행세를 거두며 또 다른 권력을 형성하고 이 같은 질서는 왈패를 비호하는 좌포도청 종사관 이돌개(최귀화)가 오대감(이재용)에게 뇌물을 바치며 유지된다.

마포 나루터에 장시율(로운)이 나타나면서 이들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의 힘을 눈여겨본 무덕(박지환)은 장시율을 자신의 계획에 끌어들이고 좌포도청 종사관 정천(박서함)이 새로 부임하면서 장시율의 정체도 점차 드러난다. 여기에 최 씨 상단의 딸 최은(신예은)과의 인연까지 더해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탁류'는 혼탁한 시대를 하루하루 버텨내야 했던 민초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당시 굶주림과 신분제, 성차별은 무덕이 부르는 노래 '못살겄네'를 통해 궁궐 밖 백성들의 삶을 조명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제작진은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나루터 세트를 실제로 만들었다. 조명도 모닥불과 촛불 등 당시 시대상을 고려한 자연광 위주로 구성돼 화려한 색감보다 거칠고 어두운 질감이 드러난다.

다소 어둡게 느껴질 수 있는 화면은 인물의 표정이 잘 담길 수 있도록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구도인 '앙각(로우 앵글)'으로 보완했다.

액션도 칼을 들지 않아도 몸과 몸이 부딪히는 거친 격투를 내세웠으며, 박정표를 비롯한 왈패 무리와 김동원의 왕해패 등 주연 조연 가리지 않는 배우들의 열연도 몰입을 돕는다.

추창민 감독은 "주연과 조연은 오랜 미팅을 거쳤고, 나머지 분들은 연극 경력 중심으로 캐스팅했다"며 "작품은 거대한 악과 싸우는 권력 싸움이 아니라 민초가 밑바닥에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탁류'. 추창민 감독 연출. 로운·박서함·신예은·박지환 출연. 총 9부작. 15세 관람가.

한줄평: 거친 질감 속 궁궐 밖에서도 흐르는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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