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로 오피스텔 수백 채를 사들인 뒤 임차인과 금융기관을 상대로 110억 원을 가로챈 전 부산시 고위공직자가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임성철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A(70대·남)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배상 신청인 12명에게 모두 9억 725만 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3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오피스텔 건물 임대업을 하며 임대차 보증금 반환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임차인 수십 명으로부터 보증금 75억 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임대차 보증금 액수를 실제보다 줄여 작성한 임대차계약서를 금융기관에 제출해 건물 담보대출금 47억 8천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전세 사기 피해자는 86명이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이사장과 일선 지자체 부구청장을 지낸 A씨는 자신과 배우자, 아들, 운영하는 회사 명의로 지난 2016년 8월부터 2020년 3월까지 358억 원 상당의 건물을 사들였다.
A씨가 실제로 지급한 매매대금은 24억 원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기존 담보대출과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충당했다. 이런 방식으로 A씨가 임대한 오피스텔은 모두 300가구에 달했다.
A씨는 2021년 11월 이전에는 보증금 반환 능력이 있었고 일부 범행에 대해 편취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갭투자로 주택을 대거 취득하면 임대 수익은 거의 없는 반면 취득세와 중개수수료 등 비용은 계속 발생하고, 매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보증금을 반환해야 해 통상적인 임대차보다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A씨가 임차인들에게 이런 위험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고, '보증금 돌려막기' 방식으로 임대업을 지속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세 사기는 임차인들의 주거 생활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임대차 거래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범죄"라며 "피해 보증금은 피해자들에게 거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큰돈을 벌겠다는 피고인의 욕심으로 많은 피해자가 큰 피해를 봤고, 추가 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행사하기도 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