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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손가락 잘려도 "일할 수 있나" 걱정만…테스 씨의 사라진 꿈 (계속) |
혼자 해결해보려다 손가락 절단…테스 씨의 농장 일기
자신의 땅에서 농사를 짓고, 두 딸이 마음껏 배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 땅을 밟은 38세 네팔인 이주노동자 테스 씨의 꿈은 단 17일 만에 무너져 내렸다.
지난 2025년 2월 E-9(고용허가제) 비자로 입국한 테스 씨는 전북 부안의 오리 농장을 거쳐 친구의 소개로 지난 2월 3일, 전북 고창군의 한 A 농장에 취업했다. 그의 업무는 소젖을 짜거나 소가 먹을 사료를 만드는 일, 테스씨는 하루 10시간에서 많게는 13시간씩 고된 노동을 견뎠다. 일은 힘들었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며 버텼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고 17일째 되던 2월 20일, 사료 배합기가 멈추자 이를 다시 돌리려는 과정에서 벨트에 손이 끼었고, 손가락이 절단됐다. 작동법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채 기계를 만지다 발생한 사고였다.
테스 씨는 "그저 배합기를 돌리는 방법만 대충 배웠을 뿐이다. 안전 수칙에 대한 교육은 전혀 없었다"며 "기계가 안 돌아가면 사장님이 뭐라고 하니까 혼이 날까 봐 혼자 급하게 해결하려다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보험 미가입' 산재 보험 못 받아…농장주가 내민 건 '병원비 차용증'
테스 씨는 사고 직후 광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비극은 퇴원을 앞두고 시작됐다. 당연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산재보상은 사업주가 산재 보험을 가입하지 않아 무산됐다.
설상가상으로 농장주가 퇴원 이틀 전 병실로 찾아와 "이미 다른 사람을 구했으니 나가라"며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쫓겨나듯 기숙사에서 나온 테스 씨는 자신의 짐에 여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농장주에게 항의했으나 농장주는 "대신 내준 병원비 약 1천만 원을 돌려주지 않으면 여권을 줄 수 없다"고 협박했다.
농장주는 퇴원 직전 테스 씨에게 사인을 요구했는데, 이 서류는 퇴원 수속 문서가 아닌 '매달 100만 원씩 병원비를 갚겠다'는 내용의 차용증이었다. 테스 씨는 "한국 노동법도 모르고 글도 잘 몰라, 사인을 해야 퇴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여권은 이후 외국인 등록증 재발급 과정에서 사정을 알게 된 출입국사무소 감독관이 사장에게 강력히 경고한 후에야 겨우 돌려받을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의 안일한 업무처리… 생계 대책 절실한 테스 씨
테스 씨의 비극에는 고용노동부 군산지청 군산고용센터의 안일한 업무처리도 한 몫했다. 테스씨가 퇴원 후에도 치료를 받아야 해 일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퇴원한 노동자가 일을 하러 오지 않는다"는 농장주의 말만 듣고 테스씨의 해고를 '합의 퇴사'로 처리한 것이다.'해고'를 '퇴사'로 처리해버린 고용센터 탓에, 테스 씨에겐 '비자'라는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외국인고용법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는 90일 이내에 새로운 사업장을 찾아야 한다. 90일이 지나면 체류 자격이 사라지고, 네팔로 돌아가야 한다.
이런 지적에 고용노동부는 황급히 뒷수습에 나섰다.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은 테스씨의 사고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여부와 퇴사 과정에서의 적절성을 다시 조사하고 있다. 테스 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장님, 제가 일한 17일 동안의 임금을 먼저 주십시오. 그리고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니 합의금과 치료비를 빨리 해결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제가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한국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