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태원준의 여행은 좀처럼 얌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가마솥 속 백숙 신세를 자초하고, 말벌에 쏘여 귀국이 아니라 "귀천할 뻔"하고, 악명 높은 교도소에는 제 발로 걸어 들어간다. 성당을 보러 갔더니 공사 중이고, 인어공주 동상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바위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태원준 작가의 신작 산문집 '매일 떠나는 사람'은 남아시아 여행기 '딱 하루만 평범했으면' 이후 7년 만의 신작이다.
태원준은 2001년부터 2026년까지 25년간 109개국 900여 도시를 누빈 여행작가다. 어머니와 함께한 세계 일주 여행기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엄마, 내친김에 남미까지!'로 독자들을 만났고, 팬데믹 시기에는 캠핑카를 타고 국내 161개 시군을 돌아 '대한민국 완전정복 가이드북'을 썼다.
이번 책에는 사반세기 동안 지구 곳곳을 떠돌며 겪은 이야기 가운데 서른 편을 추려 담았다. 저자는 "여행은 제법 잘 짜인 계획의 산물"이지만, "당장 1분 뒤조차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여행길에서 예상과 기대가 100퍼센트 일치하는 법은 없다"고 쓴다.
그에게 허탕과 실패, 낙심은 여행의 방해물이 아니라 여행을 여행답게 만드는 변수다. 프라하 카를교에서 독일 총리와 얼떨결에 악수하고, 뉴욕 뒷골목에서 '존 윅'을 촬영 중이던 키아누 리브스와 눈을 마주친 일도 그런 변수의 일부다.
책은 여행의 웃긴 사건만 늘어놓지 않는다. 도미토리를 "작은 지구"라고 부르며 낯선 이들과 뒤섞이는 경험을 기록하고, 티베트 순례자의 몸짓 앞에서는 자신의 믿음이 "인스턴트처럼 가볍고 편리"한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길 위에서 받은 뜻밖의 도움을 떠올리며 "세상엔 나쁜 사람보다 선한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거란 확신"이 있어 우리가 다시 떠날 수 있다고 말한다.
태원준 지음 | 김영사
가족도, 친구도, 동창도 아니었다. 혈연·지연·학연 하나 겹치지 않는 사람들. 그런데 이들은 제주에 집을 짓고 한 지붕 아래 살기로 했다.
제13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선정작인 '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는 60대 저자가 제주에서 네 가구 다섯 명과 함께 집을 짓고 살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저자는 신문 기자로 일하다 제주로 이주해 감귤 농사를 지었고, 남편과 사별한 뒤 지역 문화재단에서 일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그는 혼자 늙어가는 대신 남들과 함께 늙는 방식을 택했다. 그렇게 탄생한 집이 '미로헌(美老軒)'이다.
미로헌은 겉으로는 한 채지만, 안에는 네 개의 독립 공간과 여러 공유 공간이 있다. 각자의 생활은 따로 두고, 주방과 살롱, 마당에서는 일상이 겹친다. 저자는 이를 두고 "10평 방에 살아도, 누리는 건 100평 집"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관계는 가족이라기엔 조금 멀고, 셰어 하우스라기엔 조금 깊다. 밥을 같이 먹어야 한다는 의무도 없고, 모든 일을 함께해야 한다는 강제도 없다. 일하는 사람 따로, 꽃놀이하는 사람 따로여도 괜찮다. 대신 아프면 숨기지 않고 소문낸다. 그래야 서로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이 흥미로운 건 '낭만적인 공동생활'만 말하지 않아서다. 저자는 함께 사는 데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쓴다. 지시보다 질문, 지적보다 의논. 가까워도 불편하지 않은 거리를 만드는 연습이 이 집의 핵심 규칙이다.
갈등도 있다. 다만 이들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감정을 함부로 던지지 않는다. 생판 남이기 때문에 오히려 조심하고, 기대가 적기 때문에 실망도 덜하다. 저자는 "남이라서 어려운 게 아니라 남이어서 오히려 나은 점도 많다"고 말한다.
'나이 60, 생판 남들과 산다'는 노년의 동거를 유쾌한 실험으로 보여준다
조선희 지음 | 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