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살시도자와 유족 등 자살 고위험군에 대해 위기 포착부터 응급치료, 퇴원 후 관리, 일상 회복까지 전 과정을 국가가 책임지는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정신응급을 필수의료로 지정해 자살 고위험군의 응급 치료 공백도 메운다.
보건복지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자살 긴급대응 강화방안'을 보고했다. 그동안 자살예방 정책이 위험요인 발굴과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대책은 실제 자살 위기 상황에 개입해 생명을 구하고 이후 일상 복귀까지 연속적으로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위기 상황에서 누구나 신속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상담 인력을 현재 103명에서 200명으로 확대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상담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생명의전화' 등 민간기관과의 연계도 강화하고, 자살·자해 관련 검색어를 입력한 이용자에게는 SNS를 통해 상담전화와 자살예방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안내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장 대응도 강화한다. 자살예방센터 인력을 확충하고 출동수당을 신설하는 한편, 경찰과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함께 출동하는 합동대응팀을 확대한다. 현장 출동이 어려운 경우에는 영상으로 전문가가 자살 위험도를 평가해 치료기관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긴급복지와 '그냥드림' 사업을 활용한 경제적 지원도 확대한다.
특히 신체적 손상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자살시도자가 상담 없이 귀가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일시보호 서비스'를 새로 도입한다. 귀가 전 최대 24시간 동안 집중 상담과 보호, 사례관리 연계를 제공해 재시도 위험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복지부 이선영 정신건강정책관은 "첫 자살시도에 신체적 손상이 없었다고 해도 귀가하게 되면 다시 자살시도를 할 위험이 높다"며 "경찰뿐 아니라 정신건강 전문인력이 함께 24시간 이내에 집중적인 상담 등을 제공함으로써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응급 의료체계도 대폭 손질한다. 정부는 정신응급을 필수의료로 지정해 전문인력 양성과 시설·장비 투자 기반을 마련하고, 급성기 정신질환 집중치료 병상을 현재 391병상에서 2030년까지 2천 병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도 13곳에서 17곳으로 늘리고, 정신응급병상 수가 개선과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모델도 전국으로 확대한다.
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여력 부족으로 자살시도자가 신체 응급치료만 받은 뒤 치료를 거부당하는 일이 없도록 국가가 정신치료·상담기관으로 직접 연계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퇴원 이후 관리도 강화된다. 의료기관 내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내년까지 103곳으로 확대해 자살시도자의 위험평가와 상담, 단기 사례관리를 담당하도록 하고, 센터장에게 긴급복지 추천 권한도 부여한다. 상담과 치료를 거부하거나 중단한 대상자는 지속적인 방문과 설득을 통해 관리하는 체계도 마련한다.
자살시도자와 유족의 일상 회복 지원도 확대한다. 심리상담 바우처를 우선 제공하고, 자살사건 발생 시 유족과 지인, 직장·학교 등을 대상으로 위기 확산 방지를 위한 개입과 사망원인 분석을 실시한다. 치료비와 주거비, 학자금, 법률상담 등을 지원하는 '유족 원스톱 지원사업'도 전국으로 확대 운영한다.
정부는 복지부·경찰청·소방청이 함께 근무하는 국가자살대응실을 신설해 자살시도와 사망 사건에 대한 원스톱 의사결정과 현장 위험도 평가, 후속 조치기관 배정을 총괄할 계획이다. 경제·사회지표를 활용해 자살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선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유형별 대응 전략도 마련한다.
한편 정부는 관계부처별 후속 대책도 함께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건물과 교량, 철로, 산·하천 등 자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장소를 데이터 기반으로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고위험 건물에는 옥상 자동개폐장치 설치를 확대하고, 교량과 철도에는 AI 기반 CCTV와 안전시설을 확충하는 등 장소별 맞춤형 예방 대책을 추진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미디어·온라인 분야 자살예방 대책을 통해 유명인 자살 등 모방 위험이 큰 사건의 보도 준칙 준수를 강화하고, AI 기반 24시간 온라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악의적 수익 목적의 자살 유발 정보는 경찰이 집중 수사하고, 온라인 플랫폼의 자살 유발 정보 차단과 디지털 윤리 교육도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