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펀드매니저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피터 린치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칵테일파티 이론(Cocktail Party Theory)'이라는 일종의 시장 심리 분석법을 제시했다.
이 분석법은 주식 시장 참여자, 엄밀히 말하면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을 총 4단계로 나눠 시장 상황을 분석한다. 우선 1단계 시장 상황은 파티 참석자들이 또 다른 참석자인 펀드매니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침체기', 즉 바닥권이다. 2단계는 펀드매니저에게 인사를 건네는 수준의 '회복기', 3단계는 펀드매니저에게 다가가 종목 추천을 요청하는 '상승기'이다. 마지막 4단계는 주식 투자로 재미를 본 참석자들이 오히려 펀드매니저에게 종목을 추천하는 '버블기'이다.
칵테일파티 이론은 지난 1년여 사이 코스피 시장 상황을 설명하는데 안성맞춤이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이대로 가면 망하는 것 아니냐는 지탄을 받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 AI 열풍의 수혜주로 지목되면서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에 시장 상황은 순식간에 침체기에서 상승기로 진입했다. 그러다 올해 6월에는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9300선을 돌파하면서 전 국민이 주식 전문가로 등극했다.
하지만 올해 7월부터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압도했지만, 곧 반도체 피크론이 불거지며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여기다 최근에는 세계 4위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상장 이벤트 등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의 역습 우려가 커지며 지난 28일까지 삼전닉스의 주가는 고점대비 무려 40~50% 급락했다.
물론 코스피 지수와 삼전닉스의 주가가 급등하며 고점을 찍었던 지난 2분기가 칵테일파티 이론에서 말하는 버블기였는지는 단언하기는 어렵다. AI 열풍이 초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이다. 실제 급락 중인 주식 시장과 달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삼전닉스의 반도체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이 시기 개인 투자자는 말할 것도 없고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까지 모두가 버블기 못지 않게 극도의 흥분 상태였다는 점은 어느 정도 사실로 보인다. 주가 급등기 포모(FOMO)에 시달리던 개인 투자자들은 빚을 내 주식 시장에 발을 들였고, 대다수 전문가들 역시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개인 투자자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더 큰 문제는 흥분한 시장 참여자들을 진정시키고 건전한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라는 괴물을 시장에 풀어놓아 주식 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라고 후회할 정도로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는 정책 실패의 산물이 된 지 오래다. 그 사이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떠안은 채 시장을 떠나며 "국장은 '개미 무덤'"이라는 오랜 경험으로 축적된 교훈(?)을 망각한 자신을 탓하고 있을지 모른다.
앞서 언급했듯이 실제 반도체 시장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활황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지난 한 달간의 주식 시장 급락은 버블이 아닌 단기간의 조정일 수도, 더 나아가 싼값에 우량주를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투기판으로 변질된 주식 시장에서 이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개인투자자는 얼마나 될까. 또, 이 기회를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만 누린다면 꿈의 '1만피'가 도래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