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4년 연임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본인은 연임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왔다. 대통령 취임 후에는 직접 발언은 아니지만 청와대와 여당을 통해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일부 측근이 '현직 연임'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내놓고, 조정식 국회의장까지 여지를 남기면서 논란이 거센 상황이다. 이번 개헌이 권력 연장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청와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진화에 나섰다.
후보 때 "재임 대통령에 적용 없다"…취임 후 靑·黨 통해 같은 입장
이 대통령의 연임제 구상이 처음 공식화된 건 지난해 5월 18일이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4년 연임제와 결선투표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내놨다. 20대 대선 때 공약했던 '4년 중임제'를 '연임제'로 바꾼 것이다.
같은 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대통령은 연임제가 자신에게 적용되는지 묻는 질문에 "우리 헌법상으로 개헌은 재임 당시 대통령에게 적용 없다는 게 현 헌법에 명시돼 있다"고 답했다.
이어 5월 25일 여의도 당사 기자간담회에서는 "재임 중 대통령에 적용하지 않는다고 헌법에 쓰여 있다"며 "의심을 거둬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개헌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그래도) 걱정이 되면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고 (헌법 개정 시) 쓰면 된다"고 덧붙였다.
중임제를 연임제로 바꾼 이유도 이 자리에서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중임제는 일종의 중간 평가 같은 것을 도입해서 (평가에 따라) 다른 사람으로 대체한다는 의미"라며 "세대 교체가 돼야 하는데 한번 불신임을 받으면 그만해야지 (중임제로) 나중에 또 나오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했다.
대통령 취임 후에는 본인의 연임 적용 여부를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다만 지난 4월 7일 청와대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에서 간접적으로 같은 입장을 내놨다.
당시 비공개 오찬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개헌을 논의하기 전 중임 또는 연임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국민께 선제적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오찬에 배석했던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장 대표 제안에 대통령은 즉답을 피했다"고 전했지만,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이미 공고된 개헌안은 한 글자도 수정할 수 없고, 부칙 역시 마찬가지다. 연임·중임과 같은 내용을 부칙에 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 의석(재적 의원의 3분의 1 이상)을 갖고 있지 않느냐, 무엇을 그렇게 걱정하느냐'고 반문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헌법 아래에서 이 대통령의 연임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헌법 제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개헌안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4년 연임제가 도입되더라도 이 조항을 그대로 두면 이 대통령은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 재출마를 가능하게 하려면 제128조 2항을 삭제하거나 현직 대통령에게도 새 제도를 적용하는 별도의 경과규정을 둬야 한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해 8월 마련한 '이재명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은 첫 번째 국정과제로 개헌을 배치하기도 했다. 정부도 같은 해 9월 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4년 연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포함한 123대 국정과제를 확정했다. 국정기획위 계획안과 정부 국정과제에는 연임제를 이 대통령에게 적용한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측근·국회의장은 '여지', 국힘 '총공세'…靑 "헌법상 불가능"
다만 의심에 군불을 뗀 건 측근들의 발언이었다. 야당은 지난해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인 조원철 법제처장이 국회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 여부에 대해 "결국 국민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발언한 것이나, 김민석 당시 총리가 "요새 사람들이 '5년이 너무 짧다'고 한다.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고 발언한 점을 근거로 연임 의혹을 제기했다.연임 논란은 28일 다시 불붙었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은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언급한 것이 발단이 됐다. 조 의장은 29일 페이스북에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완벽한 실언"이라며 "대통령이 여태껏 선을 그어왔는데 수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재차 명확한 입장으로 개헌 동력을 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총공세에 나섰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임은 없다고 국민 앞에 분명하게 선언하라"며 "이재명 재판 취소와 연임 개헌을 시도한다면 그날이 정권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정권을 연장하려다 단축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했다. 박충권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헌법 위에 '찐명'"이라며 "헌법과 다른 답을 내놓은 것은 실언이 아니라 본심"이라고 몰아붙였다.
청와대는 곧바로 진화에 나선 상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연임에 대해 "우리나라 헌법 체계가 허용하지 않고, 국민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강 실장은 "제 개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대한민국 헌법 제128조 2항에 있는 이 내용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며 "이는 우리가 지켜야 할 역사적 합의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을 정치적 논쟁으로 끌어들이는 데 매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