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중증 발달장애인이 편의점에서 계산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었다는 이유로 특수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을 두고 장애인 부모단체가 경찰의 수사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산지부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29일 오전 10시 30분 부산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 남용 규탄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사건 당사자인 중증 발달장애인 A씨(30대·남) 가족을 포함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일자리협회, 부산특수학교협의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들 단체는 "비교적 판단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을 일반 성인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며 "약자를 보호해야 할 공권력이 오히려 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한 경찰관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사법 체계가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제2, 제3의 1500원 아이스크림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 나온 A씨의 아버지도 "아이스크림 한 개 때문에 제 아이가 경찰 수사를 받아야 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특수절도 혐의를 적용한 것이 과연 장애 특성을 충분히 이해한 수사였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은 장애 사실을 조사 당일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조사 전날 담당 수사관이 가족에게 직접 전화해 장애 여부를 확인했다"며 "장애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지원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 장애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범죄 실적으로만 바라본 수사"라고 주장했다.
앞서 부산진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중증장애인 A씨와 B씨(30대·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달 10일 부산진구의 한 편의점에서 1500원 상당 아이스크림 1개를 계산하지 않고 나눠 먹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의 가족들은 편의점 점주에게 사과하고 10만 원을 배상했으며, 점주 역시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지만 경찰 수사는 이어졌다. 검찰은 이들이 초범이고 범행 경위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특수절도 혐의는 2명 이상이 타인의 재물을 훔칠 경우 적용된다. 이번 사건을 두고 중증장애인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자 경찰은 현행법상 절차에 따른 수사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부산경찰청은 이날 발달장애인이 피의자이거나 피해자인 사건에 대해 경찰서장이 직접 관리하고 전담 경찰관을 의무 배치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대책에는 신뢰관계인 참여를 적극 보장하고 경미범죄심사위원회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과 직원 대상 장애인 인권 교육 강화 등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