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공사 통합' 반대 목소리 거센데…침묵하는 부산시

항만공사 노조·시민단체 반대 잇따라
항만마다 특성 달라…"경쟁력 잃을 것"
부산도 북항 재개발, 돔구장 등 영향 불가피
부산시 "심사숙고 중"…시민단체 "목소리 내야"

부산항 신선대감만터미널. BPA 제공

최근 정부가 전국 4개 항만공사 통합을 검토하는 데 대해 각계각층에서 반대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최대 무역항을 보유한 부산시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부산경실련은 30일 오전 11시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항을 다시 국가의 품으로 되돌리려는 한국항만공사 설립을 즉각 중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부산항은 부산 경제의 심장이며, 800만 부울경 시민이 대를 이어 살아온 삶의 터전"이라며 "그 심장의 운명을 주인인 부산은 배제한 채 책상 위에서 전국 항만과 한데 묶어 결정하겠다는 발상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최근 전국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하는 정부 방안에 대한 반발은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항만 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8일 반대 성명을 냈고, 항만공사가 있는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중단을 촉구했다. 각 지역 항만공사 노조도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항만공사 소재지 시민단체·노조 "항만 경쟁력 추락할 것"

항만공사 통합 논의는 지난 4월 정부 공공기관 기능 개편 TF가 부산과 인천, 울산, 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해 가칭 '한국항만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는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며 대대적인 공공기관 통폐합을 지시한 여파다. 현재 재정경제부가 기능이나 역할이 비슷한 공공기관을 합쳐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여기에 항만공사 통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항만공사가 있는 지역 시민단체와 노조들은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고, 항만 경쟁력을 추락시킬 거라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전국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이 지난달 16일 부산 해양수산부 앞에서 항만공사 통폐합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노조 제공

현재 각 항만공사가 담당하는 항만은 저마다 지닌 특성이 다르다. 부산항은 컨테이너 환적, 인천항은 중국 상대 교역과 수도권 관문, 여수광양항은 대량 벌크나 제철 원료, 울산항은 석유·화학 등 에너지 물류로 역할이 명확히 나뉜다. 항만공사를 따로 둔 이유도 이런 항만별 특성을 살려 지역 산업과 연계하고, 배후권 개발까지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물리적으로 통합하면 각 항만 차별성을 살리지 못하고 경쟁력과 장점을 잃을 거라고 우려한다.
 
특히 부산항은 항만공사를 통합하면 이점보다는 잃을 게 많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부산항 매출액은 4049억 원으로, 전국 4개 항만공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항만공사를 통합하면 이 수입은 다른 항만에 투자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현재 진행 중인 북항 재개발이나 전재수 부산시장이 공약한 '북항 돔구장 건설'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부산 영향 적지 않은데 침묵…"시·정치권 목소리 내야"

이렇듯 항만공사 통합 문제는 부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사안인데도 부산시나 항만을 낀 부산 기초단체들은 현재까지 어떠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이나 지역 국회의원들이 앞다투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인천·광양 등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침묵의 이유에 대해서는 부산항 안팎에서 다양한 말이 오가는 가운데, 굳이 전면에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부산은 동남권 해양 수도 육성 전략에 따라 해양수산부가 이전했고, 주요 해운사 이전이 잇따르고 있는 데다 해사법원 일부 기능에 동남권투자공사까지 설립될 예정이다. 즉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이미 얻은 게 많은 데다, 부산항 위상이나 현 정부 기조를 고려하면 통합 항만공사 역시 부산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큰 만큼 부산이 크게 목소리를 낼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전재수 부산시장은 이 문제를 매우 심사숙고하고 있다. 여러 가지 얽혀 있는 것들이 있는 만큼, 굉장히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부산항만공사(BPA). 송호재 기자

지역 시민단체들은 도시 핵심 기능인 부산항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박재율 공동대표는 "지금은 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항만공사 재정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할 시기이며, 부산시 등 지방정부 참여와 역할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시점"이라며 "이 시기를 놓치면 북극항로 개척, 해양 수도권 육성, 세계 주요 항만과의 경쟁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는데 정부가 역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부산항만공사는 해양수도 부산을 구축하고 세계적인 글로벌 해양 도시로서 발전하는 데 핵심 기능이기 때문에, 부산시가 항만공사 통합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역 정치권 또한 협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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