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 강진 당시 붕괴가 발생한 대형 쇼핑몰에서 직원들이 약 30분 만에 고객 포함 5700여명을 대피시킨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형 참사를 막아낸 이온몰의 재난 대응 체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일본 정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구마모토현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34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7명은 지역 최대 쇼핑몰인 '이온몰 구마모토점'에서 발생한 폭발·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온몰을 운영하는 이온그룹 측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진 발생 당시 건물 내부에 방문객 약 3천명과 직원·입점업체 종사자 약 2700명이 머물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룹 측은 "오후 4시 30분쯤 지진이 발생한 후 직원들이 30분만에 고객 3천명을 포함한 인원들을 건물 밖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켰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피 완료 후 일부 직원이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갔고, 오후 5시 50분쯤 쇼핑몰 2층에서 원인 미상의 폭발이 일어나 건물 일부가 붕괴하면서 안타까운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요시다 아키오 이온그룹 사장은 "피난 후 다시 건물 안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 회사 규칙"이라면서 "고객들이 모두 대피한 사실을 확인했고 직원들도 모두 대피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후 일부가 건물 안에 남아 있었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다시 들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유가족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시 쇼핑몰 내부에 6천명 가까운 인원이 머물렀던 만큼 자칫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었던 상황에서, 이온몰 측의 기민한 초동 대처가 주목받고 있다.
이온그룹이 2024년 발간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전국 사업장에 사업연속성관리(BCM·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체계를 도입했다. 이후 이를 중심으로 매장의 내진 성능을 강화하고 정기적인 재난 대응 훈련 등을 실시해왔다.
또 그룹 전체가 재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이온 토탈 BCM 통합 시스템(Aeon's Total BCM Aggregation System)'을 통해 지진·쓰나미·태풍과 같은 자연 재해 발생 시 임직원 안전 확인, 매장 피해 현황 등을 중앙에서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이번 사고 당시에도 이같은 체계가 즉시 가동된 것으로 전해진다. 요시다 사장은 "(대피 이후) 본사에는 모든 고객과 대부분의 직원의 대피가 완료됐다는 보고가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온그룹 측이 구마모토점 재개장 과정에서 내진 성능과 재난 대응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고 밝혀온 만큼, 대피 이후 발생한 원인 미상의 폭발을 둘러싼 정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마모토현 재해대책본부는 이번 사고가 액화석유가스(LPG) 누출에 따른 폭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현장에 출동한 일부 구조대원들이 가스 냄새를 맡았다고 보고했으나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은 "일반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대형 가스 폭발은 일어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요시다 사장 역시 "이온몰에서 가스에 의한 사고는 동일본대지진 때도 없었던 일이라 상상조차 못했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기상청 등에 따르면 구마모토 일대에는 현재까지 진도 1 이상의 여진이 40차례 이상 이어지고 있다. 대피소 420여곳에 약 1만명의 이재민이 머물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골든타임인 72시간 전 실종자를 구조하기 위해 소방 구조대·경찰·자위대 등을 대거 투입해 수색 및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비상재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재해응급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구마모토 현청에 현지 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하겠다"며 "각 부처는 현지 재해대책본부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하게 서로 협력하고 필요한 물자 확보, 전력·수도 등 인프라 복구 등에 전력을 다 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