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일 아침에도 출근하는 이웃을 차에 태워 소소한 얘기를 나눴다. '저 배우 윤경호라고 하는데요 오늘 하루 어떠세요?'라고 오지랖을 부릴 때가 그렇게 좋단다.
배우 윤경호는 SBS 드라마 '김부장'에 대한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나눴다. 인터뷰 도중 벅찬 감정에 눈시울을 붉히면서도, 작품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쏟아내며 웃음을 자아냈다.
윤경호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부장'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며 소감을 전했다.
"너무나 사랑해 주셔서 마음을 내려놓고 차분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한동안 '김부장' 앓이에 벗어나기 힘들 거 같아요.(웃음)"
이어 "많은 축하를 받고 있는데 일부러 휴대폰을 멀리하고 아빠와 남편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2024)'때 한석규 선배님이 힘은 항상 가족에게서 얻으라고 하셔서 최근에 말도 잘 통하지 않은 일본 오사카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모처럼 떠난 가족 여행이지만, 제작발표회 당시 공약했던 '시청률 13%'를 달성하면서 마음 편히 즐기지만은 못했다고 한다.
윤경호는 "첫 방송 때 시청률이 9.5% 나와서 박경림 누나가 '묵언수행 해야 할 거 같다'고 전화를 줘 너무 당황스럽고 초조했다"며 "아내가 항상 '그놈의 입 좀 조심하라'며 입까지 때렸는데 결국 터졌다고 생각했다. 다들 신나서 들떠 있었지만, 공약을 어떻게 이행할지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100명의 팬을 상대로 진행된 묵언수행 사인회에서는 오히려 뭉클한 순간을 경험했다고 떠올렸다.
윤경호는 "아무 말도 못 하는 저를 보기 위해 무려 1천 명이 지원해 주셨다고 하더라"며 "공주에서 휠체어를 타고 오신 분도 있었고 긴장해서 편지만 주고 가시는 팬도 있었다. 편지를 보며 하나같이 감동했고 지금도 울컥한다. 공약을 마친 뒤 집에서 소리 내서 읽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친구 아들 조카가 전화해 긴장…"조인성 조언 생각나"
과거 여러 작품에서 조·단역으로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은 윤경호는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에서 한유림 역을 맡아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영화 '좀비딸', 티빙 시리즈 '취사병 전설이 되다'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 때문에 '김부장' 촬영이 들어가고 나서야 뒤늦게 합류했다.
연출을 맡은 이승영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극 중 박진철 역은 배우의 역량이 너무도 커서 윤경호 배우가 꼭 필요했다.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윤경호는 '김부장'을 선택한 주된 이유로 영화 '군함도(2017)'와 '외계+인(2022)'에서 함께한 소지섭과 영화 '자백(2019)'에서 호흡을 맞춘 최대훈을 꼽았다.
그는 "이 셋이 같이 있는 그림이 너무 흥미로웠다"며 "셋이서 드라마 초반 고깃집에서 삼겹살에 술을 마시는 장면 자체가 너무 설레이더라. 감독님에 대한 보답도 있었고 두 작품을 함께 한 남대중 작가님에 대한 신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웹툰 원작에서 박진철의 인기가 남달라 부담도 컸다. 이 과정에서 친구 아들의 전화가 가장 긴장됐단다.
"중학생 조카가 갑자기 전화 와서 '삼촌이 박진철이에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맞다고 하니 '삼촌, 박진철이 진짜 센 캐릭터인데 진짜 잘해야해요'라고 했어요. 아파트에 사는 아빠들도 박진철에 관심이 많길래 큰일났다고 생각했죠.(웃음)"
이어 "조인성이 예전에 '형이 이 상황에서 소화할 수 있는 최악이라고 느껴지면 맞서지 말고 차악을 선택하라'고 했던 조언을 들었던 게 생각났다"며 "마음 같아서는 근육질로 만들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제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특별히 무술감독에게 요청해 극 중 남 실장(이동하)과 벌인 트럭 액션 장면에 공을 들였다.
윤경호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전문가 대 전문가의 싸움으로 진한 타격감을 살려달라고 요청했다"며 "갑자기 낯선 사람이 될 수 있으니 수다와 '락앤롤'을 섞어가며 완성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웃겨서 통편집 당하기도…"코 고는 장면은 김의성과의 일화"
작품 곳곳에서는 배우들의 다양한 애드리브가 담겼다. 너무 웃겨서 통편집된 순간도 있었단다.
"후반부 정전이 된 엘리베이터 액션 말미에 원래 두더지 게임처럼 위로 올라오는 사람들을 주먹으로 때리면서 아리랑을 부르는 애드리브 장면이 있었어요. 너무 웃겨서 뒤의 진지한 장면과 맞지 않아 편집됐죠.(웃음)"
이어 "라이터 불이 켜질 때 '나 누구누구야' 하는 신도 제안했다"며 "거기에 CP님, 촬영감독님 이름을 넣었다"고 말했다.
작품 초반 코를 골았던 장면에는 김의성과 함께 여행했던 일화를 떠올려 해당 장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배님이 일본 여행을 처음 가는 저를 위해 에어비앤비 숙소를 마련해 주셨다"며 "그때 선배님이 '너 코 골지?'라고 물어보더니 한 집에 벽을 사이에 둔 방 2개를 잡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선배님이 먼저 주무신다고 했는데 전화 통화를 하고 계신 소리가 들리더라"며 "소속사 대표시니까 통화를 열심히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코 고는 소리였다. 그걸 기억했다가 쓴 것"이라고 웃었다.
시즌2에 대한 기대도 전했다. 그는 "감독님과 소지섭 형도 내심 바라고 있긴 하다"며 "원작에서도 박진철은 뒤로 갈수록 더 강해지기 때문에 시즌2로 가게 된다면 시간을 가지고 몸을 만들어 더 센 캐릭터가 돼 선루프를 가볍게 통과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나타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랜 무명 생활을 겪었던 윤경호는 연예인으로서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도 전했다.
그는 "밥을 먹을 때 자꾸 라디오처럼 듣게 된다거나, 누군가에게 제 수다가 위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행복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윤경호는 "'중증외상센터'에서 차태현 형도 인생캐릭터라고 해주시고 '유림핑'이라는 별명까지 생겨 인생 최고의 커리어라고 생각했다"며 "운 좋게 '유퀴즈'에도 나가고 '핑계고'도 잘 되면서 풍선이 위로 올라가다 터지는 것처럼 불안하기도 했다. '취사병', '김부장'까지 좋아해주시니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다스럽고 유머스러운 캐릭터가 연기하는 데 있어 고착화되는 불안도 있다"면서도, "작품을 통해 갑자기 확 변하는 캐릭터를 맡아 잘 녹일 수 있다면 또 다른 성장의 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저한테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김부장' 최종회는 전국 가구 기준 23.0%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된 작품은 글로벌 톱10 TV쇼 비영어 부문 3주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현재 제작진은 시즌2 제작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