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만남" SNS에 먼저 연락…위기청소년 917명 구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상담, 아웃리치 활동으로 먼저 접근
SNS서 진화하는 성착취, 청소년 자문 받아 대응
노하우 축적…아웃리치 상담 연계율 매년 상승


"용돈만남 할게요."
 
고등학생 A가 올린 SNS 게시글에 가장 빨리 연락한 사람은 다행히 '만나기만 하면 용돈 줍니다'라는 글을 올린 사람이 아니라 디포유스(d4youth) 상담원이었다.
 
'난 다른 애들과 다르니까', '내 몸 하나는 내가 챙길 수 있지', '딱 필요한 용돈 버는 선에서 가벼운 스킨십만 하고 끝낼 거야'. 야무진 마음을 먹었던 10대는 디포유스가 제공한 자료를 보고 게시글을 지웠다. 가벼운 용돈벌이용 만남이 불러올 수 있는 위험은 상상하던 것 이상이었다.
 
또 용돈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게시글을 올릴까 봐 걱정된다는 A에게 디포유스는 가까운 지역의 지원센터를 연결해 상담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숨는 아이들만큼 상담사도 진화…'아웃리치' 3년간 917명 상담

찾아가는 사이버 아웃리치 현황. 디포유스 제공

2일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 상담채널 디포유스는 개설 3년간 피해 아동과 청소년, 조력자 등 1283명을 상담했다. 특이점은 이 중 62.6%가 디포유스 상담원들이 직접 SNS와 채팅앱 등 검색을 통해 위기 아동·청소년을 찾아낸 사례라는 것이다. 성인 성폭력 피해자들이 여러 지원센터를 스스로 검색하고 찾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
 
디포유스는 온라인상에서 고위기 아동·청소년을 직접 찾아 상담과 지원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버 아웃리치'를 통해 지난 3년간 1만 2740명에게 정보를 제공했고, 이중 7.2%인 917명이 실제 상담으로 연결됐다.
 
초창기 상담 연계율은 100건 중 1건, 1%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작한 첫 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하반기보다는 이듬해 상반기에 시간을 거듭할수록 연계율이 높아졌다. 2023년 6.5%였던 연계율은 2024년 7.2%로, 지난해 7.9%로 올랐다.
 
직접 발굴하는 아웃리치 활동을 통해 2023년 75%였던 19세 미만 내담자 비율은 지난해 81.6%로 올랐다. 사각지대에 있던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접촉이 늘어난 셈이다.
 
김효정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팀장은 "한 달에 한 번 내부 사례 회의를 통해 연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업로드 된지 오래된 글보단 최신 피드일 때 회신이 빨리 오는 경향성을 확인해 이러한 사례를 찾는 방향으로 검색 활동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가출·조건만남 등 발견한 게시글의 유형별로 청소년이 필요로 할 정보와 상담을 맞춰 제공하는 방식으로 실무자들이 노하우를 쌓고 있다.
 

"립글로스 갖고 싶다" 사진도 힌트…다변화된 성착취 접촉면

내담자 연령대별 현황. 디포유스 제공
 
과거 특정 채팅앱들을 중심으로 성착취 피해가 많았다면, 최근엔 흔히 쓰는 SNS상에서 공공연하게 성착취에 관한 대화가 오가는 경우가 많다. 연령대를 추측할 수 있는 교복 사진은 물론이고, '문상(문화상품권)', '올영(화장품 플랫폼 상품권)' 등도 사진·영상 판매 대가로 받는다는 내용, 화장품 등의 사진을 올려두고 "갖고 싶다"고 표현한 내용을 신호로 보고 청소년 대상 성매수자들이 접근하는 것이다.
 
아웃리치 활동도 자연스럽게 SNS 중심으로 이동했다. 초기 SNS에서의 아웃리치 상담 연계율은 3.9%에 그쳤지만, 지난 3년간 활동 건수와 상담연계 건수가 모두 증가해 지난해 연계율은 9.3%를 기록했다.
 
특히 도움이 된 건 청소년 당사자들의 조언이었다. 디포유스는 실제 성착취 피해를 겪은 청소년 등으로 자문단을 구성하고, 지속적인 회의를 통해 그 연령대 아이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김 팀장은 "처음엔 친근하게 다가가려 '○○아' 라고 계정에 있는 닉네임을 무작정 부르기도 했다"며 "자문회의에서 청소년들이 '하루에도 DM이 수없이 오는데 다짜고짜 모르는 사람이 이름을 부르면 경계심이 들 수 있다'고 조언해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말랑말랑'한 느낌으로 제작했던 안내 포스터도, "신뢰할 만한 곳에서 만든 게 맞는지 의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받고 조금 더 진지하게 수정했다.
 

"'어른 잔소리' 귀찮은 DM이었는데…'현타' 오니 생각나"


디포유스가 아웃리치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메시지를 받은 일부 청소년들은 '온라인에서 나의 자유로운 활동을 감시·재단한다'며 불쾌함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메시지를 주고받았을 당시엔 '어른의 귀찮은 잔소리'라고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 막막한 순간이 오자 과거에 받았던 그 메시지가 생각났다는 청소년이 있었다.
 
"처음에 딱 받았을 때는 내가 무슨 위험한 일을 한다고 의심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거북했는데, 이걸(조건만남) 그만하고 싶어졌을 때 '현타'가 왔을 때 생각나더라고요. 어떻게 그만둘지, 거절할지 잘 모르겠고…."
 
김 팀장은 "당장 그만두지 않더라도 끝내고 싶을 때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라도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익명 채널이 필요하다는 점을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디포유스 등 아동·성소년 성착취 대응기관의 활동을 오히려 악용해 사칭하는 계정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상담기관의 상담사인 것처럼 꾸미거나 산부인과 병원 근무자인 것처럼 프로필을 만들어 디포유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고위험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는 것이다.
 
특히나 임신이나 성착취물 유포 등으로 가장 절박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이같은 사칭 계정에 현혹되기 쉽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페이스북 등에서 '가출팸 재워줍니다'라는 제목으로 병원 등 전문기관의 근무자가 상담·봉사활동을 하는 것처럼 꾸민 페이지를 보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연락하게 되는 것이다.
 
김 팀장은 "디포유스 등 성폭력 대응 기관은 절대로 피해 신체 부위의 사진을 요구하거나 만남을 종용하지 않는다"며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편하게 익명 상담 채널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디포유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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