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 비하면, 우리는 애교 수준이죠. 거긴 진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잖아요."
한 국민의힘 관계자가 열흘 앞으로 임박한 민주당 전당대회에, 자당의 계파전(戰)을 견주며 한 말이다. 윤리위가 조경태·권영진·진종오 의원을 징계대상에 올리며 또다시 대두된 친장(親장동혁)파와 반장(反장동혁)파 사이 갈등은, 집권여당 맹주를 가리는 혈투에 비할 바 못 된다는 주장이자 항변이었다.
실제로, 순회경선 초반 1승씩 주고받은 김민석 후보와 정청래 후보의 대결은 우위 가늠이 어려운 초접전이다. 판세의 치열함은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고스란히 전이됐다. 당권 주자들이 20여 년 전 탈당과 신천지 의혹을 꺼내 '파묘전'을 벌이고, 최고위원 후보들도 질세라 "박쥐", "일베" 등의 말을 주고받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수위만 놓고 보면, 작년 이맘때쯤 장동혁 대표를 선출한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배신자' 설전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난타전은 내후년 총선 공천권은 물론, 차기 대권까지 노릴 수 있는 '여당 대표 프리미엄'과 무관하지 않을 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역설적이지만 싸움도, 화해도, 다 '자원'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그 순간, 수백조 규모의 호남 '메가 프로젝트'도, 세제 개편도, "다 전당대회용 아니냐"는 국민의힘의 공세에서 묘한 자조가 느껴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력으로 이슈몰이가 어려운 소수야당에겐 이 당권레이스의 결말을 주시하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게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국민의힘은 내심 누구의 당선을 더 반길까. 대체적인 여론은 이른바 '명청대전'을 주도한 정청래 후보의 연임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조국혁신당 합당 논란부터, 최근의 보완수사 폐지 국면까지 반복적으로 변주된 당정 엇박자가 심화될 거란 기대에서다. 한 당직자는 "나라를 봤을 때는 불행이지만, 당파적 관점에선 이론의 여지없이 정청래"라며 "대통령 레임덕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 기반 의원도 정 후보를 미는 강성 당원들이 민주당 의제를 주도할 거라며 "정청래를 응원한다"고 했다.
언뜻 지난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야당에서 회자된 '추나땡'(추미애가 나오면 땡큐)과 기시감이 드는 '정청래 대세론'에도 맹점은 있다. 당대표 때 "내란 세력과는 악수하지 않겠다"며 야당을 적대시한 정 후보의 복귀는 그와 비슷하게 강성 지지세력을 업은 '장동혁 체제'를 더 공고히 할 거란 내부의 지적도 만만치 않기 때문. 장기적으로는 정 후보의 재집권이 국민의힘의 쇄신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당원 중심 정당을 강조하며 외연 확장보다 지지층 결집에 무게를 둬온 두 사람이 '닮은 꼴'이자 '서로의 전략자산'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또 다른 맥락에서, 김민석 후보를 응원한다는 소수의견도 일부 있었다. 총리 때부터 '명픽'이었던 김 후보가 승기를 잡을 경우, 당정 일체가 되레 브레이크 없는 정권의 폭주를 촉진할 거란 관측에서다.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지도부의 출범은) 쓴소리를 도맡는 레드팀이 괴사하는 효과와 같을 것"이라고 했다. 견고한 당정 원팀 체제가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 서막이 될 수 있을 거란, 희망회로적 시나리오였다.
이처럼 농반 진반, '친민(親김민석)' 또는 '친청(親정청래)'을 자처한 야당 인사들을 바라보는 뒷맛은 자못 씁쓸했다. 방점은 여전히 민주당이 빚어낼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른 국민의힘의 반사이익에 찍혀 있어서다. 결과적으로, 정국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지를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차기 여당 대표에 카운터파트인 야당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사실 당연하다. 다만, 지선 패배에도 두달 간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 온 야당의 현주소는 그리 당연하지 않다. 열흘이면 결정될 외생변수보다, 자체적인 내생변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곧 취임 1주년을 맞는 장 대표는 이달 중 당 쇄신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반명(反이재명)'을 넘어서는 비전을, 여권도 긴장할 만한 야당의 혁신안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