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왜 동급생 사진으로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었을까?

평범한 사진 한 장이 몇 번의 클릭만으로 범죄의 도구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손쉽게 사진과 영상을 합성할 수 있게 되면서, 타인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이른바 '딥페이크 성범죄'가 학교 현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경찰은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사이버성폭력을 집중단속하여  총 3,697명을 검거했는데, 이 중 10대가 1,761명(47.6%)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딥페이크 영상 성범죄로 범위를 좁히면 검거한 전체 피의자 1,449명 중 10대가 895명으로 61.8%에 달했다.

또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7월에 공개한 '2026 한국의 성인지 통계' 분석에 의하면, 딥페이크 성범죄는 관련 조항이 신설된 2020년 전체의 0.3%(31건)만을 차지했으나 2024년 550건으로 4년 만에 17배 넘게 급증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배포 범죄도 2019년 9.3%(734건)에서 2020년 27.0%(2619건)으로 건수와 비중이 모두 3배 가까이 증가한 후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자료에서 심각해 보이는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시작한 행동이 피해자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될 수 있고, 가해 학생 역시 형사처벌과 학교 징계라는 심각한 결과를 맞게 된다.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유포로 검거된 10대 청소년의 상당수가 범죄이유로 "친구가 가르쳐줘서" "그냥 재미 삼아 진짜처럼 만들어지나 궁금해서 해봤다"고 진술했다.

17세 고등학생 A군 이야기


서울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17세 A군은 학교생활에서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던 학생은 아니었다. 부모와의 관계도 특별히 나쁘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며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부모 역시 아들이 학교에서 큰 문제 없이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건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어느 날 시작됐다. A군은 평소 SNS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사진과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진 속 사람의 얼굴을 다른 영상에 합성하는 딥페이크 앱을 접하게 됐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이게 진짜 사람처럼 만들어지네.' A군은 자신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에서 딥페이크 관련 검색을 하기 시작했고, 어렵지 않게 사진을 합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A군은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한 사례를 접하게 됐다. 실제 촬영물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얼굴만 있으면 성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신기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기술에 대한 호기심은 타인의 얼굴을 이용하는 위험한 행동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A군은 학교에서 알고 지내던 여학생들의 사진을 떠올렸다. SNS에 공개된 사진이었다.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나 프로필 사진처럼 평범한 일상 사진이었다. A군은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으므로 자신이 그것을 가져다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공개된 사진인데 뭐가 문제지.' A군은 그렇게 생각했다. 첫 번째 사진을 합성했을 때도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실제로 촬영한 영상도 아니었고, 피해자의 몸을 직접 촬영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짜인데 문제가 될까?' A군의 생각은 여기에서 멈췄다. 자신이 만든 이미지가 실제 피해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같은 학교 여학생들의 사진을 이용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만 보고 삭제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누군가 대단하다고 하면 자신이 특별한 기술을 가진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결국 A군은 자신이 만든 영상을 다른 학생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한 명에게 보낸 영상은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됐다. 누군가는 저장했고, 누군가는 다른 단체대화방에 올렸다. A군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영상이 퍼져나갔다. 그때까지도 A군은 자신이 만든 영상이 피해 학생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피해 학생들은 달랐다. 어느 날 학교에서 자신들의 얼굴이 합성된 음란물이 학생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학생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누가 내 사진을 가지고 있는 거지?', '내 사진이 또 다른 곳에 올라간 것은 아닐까?', '학교에 있는 친구들이 이 영상을 모두 본 것은 아닐까?' 피해 학생들은 자신이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영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건네는 친구가 이미 자신의 사진을 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라는 공간은 더 이상 편안한 장소가 아니었다. 휴대전화 알림이 울릴 때마다 또 다른 영상이 유포된 것은 아닌지 불안했고, 친구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예민해졌다. 특히 자신이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 '나는 그런 사진을 찍은 적이 없는데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지?' 피해 학생들이 느끼는 감정은 수치심과 분노, 불안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결국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A군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디지털 증거 분석을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A군이 동급생들의 사진을 이용해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제작하고 주변 다른 동급생들에게 유포한 정황이 확인됐다. A군은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어 검찰 송치됐다.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도 심의가 진행됐고, A군에게는 강제전학 처분이 내려졌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그다음에는 장난이었다. 그리고 친구들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점점 행동의 수위가 높아졌다. 하지만 결과는 결코 장난으로 끝나지 않았다. 몇 번의 클릭으로 만들어진 가짜 영상 하나가 피해 학생의 학교생활과 인간관계, 심리적 안정감을 무너뜨렸고, 평범했던 한 학생의 행동은 형사사건으로 이어졌다.

피해자의 심리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의 고통은 단순히 음란물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곳에서 자신의 얼굴이 계속 사용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누가 봤을까?' ,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을까?' , '또 다른 곳으로 퍼진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은 사건이 끝난 뒤에도 계속될 수 있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경우 피해자의 불안은 더욱 커진다. 매일 교실에서 가해자를 마주칠 수 있고,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들과도 계속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 학생에게 학교는 더 이상 안전한 공간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지고, 휴대전화에 새로운 메시지가 올 때마다 불안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피해자는 자신의 일상적인 사진까지 의심하게 된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SNS에 올렸던 사진을 보면서 '그 사진도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에 시달릴 수 있다.

내가 SNS에 사진을 올렸다는 것과 다른 사람이 그 사진을 이용해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내 게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개된 사진이라고 해서 누구나 마음대로 가져다가 성적인 이미지로 변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딥페이크 성범죄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도 바로 이것이다. 피해자가 사진을 공개했다는 사실은 범죄의 원인이 될 수 없다. 범죄의 책임은 타인의 사진을 동의 없이 성적인 이미지로 변형하고 제작·유포한 사람에게 있다.

심리학적 해설


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를 단순히 '나쁜 학생의 일탈'이라고만 설명하면 문제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그 행동의 이면에는 호기심과 장난, 또래의 인정 욕구,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 책임감의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첫째, 호기심과 경계선의 이동(Curiosity & Boundary Shifting)이다. 청소년은 새로운 기술을 접했을 때 직접 사용해 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처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얼굴 합성으로 시작했지만, 반복해서 기술을 사용하다 보면 점차 행동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반복되면 처음에는 하지 않았던 행동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둘째, 도덕적 이탈(Moral Disengagement)이다. 사람은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서도 심리적인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행동을 정당화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사진이 아니니까 괜찮다', '장난으로 만든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한다',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이니까 사용해도 된다' 이러한 생각들이 대표적인 자기합리화다. 특히 딥페이크는 실제 성관계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만들어낸 가짜 이미지라는 이유 때문에 가해자가 피해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그러나 가짜 영상이라고 해서 피해자의 고통까지 가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셋째, 온라인 탈억제 효과(Online Disinhibition Effect)다. 온라인에서는 상대방의 표정이나 감정을 직접 볼 필요가 없다. 현실에서 친구의 얼굴을 보며 성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보여준다면 상대방의 분노와 충격을 직접 마주해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화면을 몇 번 클릭하는 것 만으로 행동이 가능하다. 피해자의 감정이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죄책감과 책임감도 약해질 수 있다.

넷째, 또래 인정 욕구와 과시 심리(Peer Approval & Social Validation)다. 청소년에게 또래 집단의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만든 영상에 친구들이 웃거나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이면 그 행동 자체가 일종의 보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처음에는 한 명에게 보여주던 행동이 여러 명에게 공유하는 행동으로 발전하고,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얼굴은 한 사람의 인격이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 소비되는 '콘텐츠'처럼 취급되기 시작한다.

다섯째, 책임의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이다. 딥페이크 영상이 여러 사람에게 퍼지면 각각의 학생은 자신의 책임을 작게 생각하기 쉽다. '나는 만든 사람이 아니다' , '친구에게 받은 것뿐이다', '한 번 전달했을 뿐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제작자와 최초 유포자, 재유포자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온라인에서는 작은 행동 하나가 순식간에 큰 피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청소년들이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이승환 경감의 조언


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을 접하다 보면 가장 안타깝게 생각드는 부분이 가해 학생들이 자신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장난으로 해봤다", "친구들이 재미있어해서 그랬다", "실제 사진이 아니니까 괜찮은 줄 알았다"는 등의 진술이 대표적이다. 청소년 범죄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사진을 합성하는 일은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다. 전문적인 기술 없이도 스마트폰과 몇 번의 클릭만으로 가능해지면서 범죄로 넘어가는 심리적 장벽도 낮아졌다. 따라서 청소년들에게는 기술 사용법보다 먼저 동의와 책임, 타인에 대한 존중을 가르쳐야 한다.

특히 '장난'이라는 말을 쉽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웃지 못하는 행동은 장난이 아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적인 이미지를 만들거나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타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심각한 행위가 된다. 유포에 가담하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제작자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 만든 영상을 저장하거나 친구에게 보내고 단체대화방에 올리는 행동 역시 피해를 확대한다. "나는 만들지 않았으니까 괜찮다"는 생각도 잘못이다. 친구가 이런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왔다면 저장하거나 전달하지 말고, 즉시 부모나 학교, 경찰 등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알려야 한다.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무조건 통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동의 없는 성적 이미지가 왜 문제가 되는지, 친구가 그런 영상을 보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자녀가 특정 친구의 사진을 반복적으로 검색하거나 딥페이크·합성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관심을 보인다면 단순한 장난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다만 처음부터 아이를 범죄자로 몰아붙이기보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확인하고 피해가 커지기 전에 멈추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 학생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혼자 견디거나 가해자와 직접 해결하려 하지 말고 부모와 학교, 경찰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에 알려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행동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격과 일상을 파괴할 수 있는 심각한 행위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AI 기술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발전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함께 키우는 것이다. 평범한 사진 한 장이 범죄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한순간의 호기심이 한 사람의 인생을 흔드는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가정과 학교, 경찰과 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는 AI가 만들어낸 범죄이지만, 범죄를 선택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공감과 존중, 책임의식은 기술보다 먼저 가르쳐야 할 가치다. 다른 사람을 단순한 사진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나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딥페이크 성범죄를 막는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예방책이다.

이승환 경감(경찰청 치안정보국), '사기 프로파일링' 저자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