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대책은 뙤약볕에서만?…실내 작업장은 괜찮을까[팩트체크]

근로자 쉼터에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 홍보물이 벽에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붕이 있는 실내 작업장은 폭염 보건조치 대상에서 빠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배포한 '2026년 폭염 대비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사업장 대응지침'은 이 대목을 명확히 하고 있다. 폭염작업에 대한 보건조치는 실내와 실외 작업 모두에 적용된다.

기준은 '실내·실외' 아닌 체감온도 31도

2024년 10월 여야 합의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폭염을 건강위험 요인으로 명시하고 사업주의 보건조치를 의무화했다. 구체적인 조치를 담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지난해 7월 17일부터 시행 중이다. 노동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이 대상이다.

법이 정한 '폭염작업'의 기준은 실내인지 실외인지가 아니다. 체감온도가 31도 이상인 작업장소에서 연속 2시간 이상 작업하는 경우 폭염작업에 해당한다.

체감온도가 31도 이상이면 사업주는 △냉방·통풍 등 온도·습도 조절장치 설치·가동 △작업시간대 조정 등 폭염 노출을 줄이기 위한 조치 △적절한 휴식시간 부여 가운데 하나 이상을 해야 한다. 온도·습도 조절이나 작업시간 조정 등의 조치를 했는데도 체감온도가 계속 31도 이상이면 휴식시간을 반드시 부여해야 한다.

33도 이상부터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을 의무적으로 줘야 한다. 현장 여건에 따라 1시간마다 10분 이상씩 나눠 부여할 수도 있다.

장관도 실내 작업장 '택배 물류센터' 불시 점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소재 택배 물류센터를 불시 방문해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 이행 실태 점검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 파주의 한 택배 물류센터를 예고 없이 찾았다. 폭염 재난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된 가운데 야간 폭염 대응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불시 점검이었다.

택배 상·하차장과 분류장은 노동강도가 높은 데다 외부 열기와 물류 차량에서 발생하는 열에도 노출된다. 해가 진 뒤에도 온열질환 위험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점검 결과 기본적인 조치부터 미흡했다. 상·하차장과 분류장 등 주요 작업장소에 온·습도계가 설치되지 않아 공정별 체감온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웠다. 작업장 인근에는 냉방이 가능한 휴게시설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노동부는 즉시 개선을 지시했다.

김 장관은 "실제 작업장소의 체감온도를 정확히 측정하고 노동자가 작업을 멈춰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폭염 속에서 택배 물량과 작업 속도가 노동자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 만큼 확인된 위험은 즉시 개선하고, 필요할 경우 작업시간 조정과 작업중지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부 지침도 물류·택배업을 폭염 취약 업종으로 별도 분류하고 있다. 휴게시설 설치와 휴식시간 부여 등 온열환경 개선 여부를 확인하고, 컨베이어·분류·하역 등 취약작업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안전보건공단)이 실태를 확인해 미준수 사업장은 감독으로 연계한다.

실내 작업장서 놓치기 쉬운 체크포인트는?

실내 작업장에서는 체감온도를 '어디서 재느냐'부터 중요하다. 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에어컨이나 대형 선풍기 등 냉기 방출구 주변이 아니라 노동자의 '실제 작업 동선'에서 가장 높은 온도를 기준으로 측정해야 한다.

측정 높이는 바닥에서 1.2~1.5m다. 한 작업장에 폭염작업 장소가 여러 곳이라면 측정값이 가장 높은 장소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물류센터처럼 상·하차장과 분류장의 온도 차가 큰 사업장에서 공정별 측정이 필요한 이유다.

측정만 해서는 끝이 아니다. 폭염작업이 예상되는 작업장소에는 온·습도계를 상시 갖춰야 하고, 측정한 체감온도와 실제 이행한 조치사항을 날짜별로 기록해 해당 연도 12월 31일까지 보관해야 한다.

휴식의 '질'도 따져야 한다. 휴식시간에는 노동자가 냉방장치를 갖춘 휴게시설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는 등 자유롭게 쉴 수 있어야 한다.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은 채 사실상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다면 휴식이 아니라 대기시간으로 볼 수 있어 휴식 부여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폭염에 따른 휴식은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과 별도로 부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폭염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이 겹치는 경우는 예외다.

보냉장구에도 기준이 있다. 작업 성질상 휴식을 주기 매우 곤란한 경우 개인용 냉방·통풍장치나 보냉장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갈음할 수 있다. 하지만 냉각 목수건이나 쿨토시, 쿨패치만으로는 대체할 수 없고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만 가능하다.

"다 같은 실내가 아니다"…폭염 속 맨홀 작업도 경고등

연합뉴스

실내·밀폐 작업장에는 폭염과 결합해 위험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도 있다. 탱크나 저장용기 내부, 맨홀 같은 밀폐공간은 기온이 높아질수록 산소결핍이나 유해가스 중독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노동부가 올해 지침에 '질식재해 예방수칙'을 보강한 이유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안전보건규칙은 산소·유해가스 측정장비 지급 의무를 명시하고 측정 결과를 3년간 보존하도록 했다. 사고가 발생하면 119에 우선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안전보건공단은 지난 6일 '맨홀작업 안전가이드'를 224개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에 배포했다. 노동부와 인천시는 같은 날 '맨홀 질식사고 근절 선언식'을 열고 작업 전 산소·유해가스 농도와 환기 상태를 확인한 뒤에야 작업을 승인하는 '사전안전확인 시스템'을 인천환경공단 현장에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왜 '폭염 대책=옥외작업'이라는 오해 생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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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작업장이 폭염 보건조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인식에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옥외작업에만 별도로 적용되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안전보건규칙 제567조 2항은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 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 그늘진 장소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의무는 체감온도나 작업시간과 관계없이 적용된다.

체감온도 35도 이상일 때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5시 옥외작업을 중지하고, 38도 이상이면 긴급조치 작업을 제외한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하는 단계별 조치도 옥외작업을 중심으로 마련돼 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부여해야 하는 의무는 실내와 실외에 똑같이 적용된다. 물 제공과 냉방장치, 휴식, 보냉장구 지급, 온열질환자 발생 시 119 신고 등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과 체감온도 측정·기록 등의 의무도 마찬가지다.

노동부는 창문을 닫은 채 진행하는 인테리어 마루공사처럼 형식적으로는 실내지만 작업환경이 실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작업에 대해서도 맞춤형 지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35도·38도 단계별 조치 등 옥외작업을 대상으로 한 대책이 반복적으로 강조되면서 '폭염 대책=옥외작업'이라는 인식이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내라는 이유만으로 폭염 보건조치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에서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부여하는 조치만 법적 의무이고 나머지 단계별 조치는 권고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부는 권고사항 역시 공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행을 지시하고 있고, 이를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예방조치를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는 만큼 실효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폭염 관련 보건조치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를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노동부는 오는 9월 30일까지 폭염안전 특별대책반을 운영하며 물류·유통업 등 폭염 취약사업장을 중심으로 주·야간 현장점검과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폭염안전 감독 대상은 1천개소로 지난해보다 300개소 늘었고, 다른 감독과 함께 실시하는 병행점검은 1만5천개소로 1만1천개소 확대됐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이동식 에어컨 등 재정지원도 지난해 200억원에서 올해 280억원으로 늘렸다. 온·습도계와 쿨키트 등 물품 지원을 위한 예산 15억원도 새로 편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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