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원' 비만약 시장 잡아라…국내 제약·바이오사 승부수

국내 시장 5600억원 규모…"글로벌 시장 10년 후 200조원"
국내 제약·바이오사, 개발·생산·CDMO 경쟁력 확보 속도
한미약품, 연내 첫 국산 신약 출시…셀트리온, 차세대 신약 박차
삼성바이오, CDMO 주력…종근당 경구용·대웅제약 '붙이는 약' 집중

연합뉴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되는 비만치료제 시장을 놓고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마운자로'·'위고비' 등 차세대 치료제의 높은 수익성이 입증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치료제 개발과 생산,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 속속 뛰어들며 시장 선점을 위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만능 치료제' 급성장하는 비만약 시장…韓 세계 5위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비만치료제는 체중 감량뿐 아니라 당뇨병, 심혈관질환, 지방간, 수면무호흡증 등 다양한 합병증 위험까지 낮추는 근거를 확보하면서 '만능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따라 시장조사업체들은 향후 5~10년 간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두자릿 수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460억달러(약 68조원) 규모로, 전년 252억달러(약 37조원) 대비 82% 성장했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규모가 오는 2035년 최대 1천500억달러, 약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2030년 약 1천억 달러 규모로 글로벌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고, 일부 조사업체는 2천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도 GLP-1 계열 치료제를 중심으로 시장이 장기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역시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글로벌 제품의 잇단 출시로 처방이 급증하면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도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IQVI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3억 7700만달러(약 5614억원) 규모로, 미국·브라질·캐나다·호주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했다.

'선두' 한미약품, 첫 국산 신약 '에페' 올해 출시

이런 흐름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산 신약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기업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이다. 신약 이름도 '에페'로 최근 확정하는 등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연간 약 300만 도즈 생산할 수 있고, 자체 영업망을 통해 연간 1천억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이 국산 신약을 예정대로 첫 출시할 경우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은 에페가 국산 비만치료제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차세대 비만 신약 HM15275 등 후속 파이프라인도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셀트리온, '차세대 신약' 주력…삼성바이오, '생산 경쟁력' 초점

셀트리온은 차세대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회사는 GLP-1 등 4중 작용 기전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CT-G32'를 개발 중이다. CT-G32는 기존 GLP-1 단일 또는 이중 작용제보다 체중 감량 효과와 근육 보존 효과를 동시에 높이는 것이 목표다. 셀트리온은 오는 11월 미국비만학회에서 비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한 뒤 내년 2월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약 개발보다 생산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회사는 최근 글로벌 펩타이드 CDMO 기업인 폴리펩타이드 그룹의 생산시설을 약 2조7천억 원에 인수하며 국내 바이오업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핵심 원료인 펩타이드 생산 역량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고객사 수주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폴리펩타이드그룹의 생산시설과 기술, 전문인력을 동시에 확보하게 됐다"며 "유럽·미국·인도 등 핵심거점에서 지리적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근당, 경구용 신약…대웅제약, '붙이는 비만약' 속도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종근당은 자회사 아첼라를 통해 경구용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CKD-514'를 개발 중이다. CKD-514는 종근당이 개발하고 있는 경구용 비만 신약 후보물질로, GLP-1 수용체를 활성화해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 효과를 유도한다.
 
대웅제약은 '붙이는 비만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웅제약의 패치형 비만 치료제 'DWRX5003'는 현재 임상 1상에 착수한 상태다. DWRX5003은 피부에 붙이면 미세바늘이 녹아 약물을 체내로 전달하는 주 1회 패치형 비만 치료제다. 회사는 투약 편의성을 내세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동국제약, '장기지속형 주사제'…유한양행, 전임상 연구 박차

동국제약은 장기지속형 비만 주사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연내에 비만 신약 후보물질 'DKF-MB501'의 임상용 처방과 제조 공정을 확정하고 내년에 임상 1상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자체 약물전달 플랫폼 'DK-LADS'를 적용해 주 1회 투여하는 GLP-1 계열 치료제를 월 1회 투여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개발부터 생산,품질관리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역량을 바탕으로 실제 상업화 경험을 축적해 왔다"고 말했다.
 
삼천당제약은 개발 중인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 허가신청(ANDA)에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사전협의 절차인 'Pre-ANDA' 답변서를 수령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 계열 대표 약물로,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젭바운드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와 경쟁하는 물질이다.
 
이밖에 유한양행은 전임상 단계 후보물질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일동제약은 비만치료제 시장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관련 파이프라인 확보에 주력하며 본격적인 상업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대사질환 영역 확장…'K-바이오' 새 성장축 될 것"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위고비' 제조사인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와 '마운자로'를 제조하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양분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성장 속도가 워낙 빨라 국내 기업들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등 대사질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는 향후 글로벌 제약시장을 주도할 핵심 분야"라며 "국내 기업들이 독자 기술로 임상 성과를 확보할 경우 K-바이오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시장은 신약 개발과 생산, 플랫폼 기술 등으로 경쟁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며 "국산 비만치료제 시장도 새로운 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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