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이어 '닥공'…'물량·속도' 앞세운 추가 공급대책 임박

류영주 기자

정부가 부동산 세제개편에 이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추가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전망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가용 부지를 최대한 확보하고 기존 공급사업의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등 '물량과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안이 집중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일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두 차례 부동산 정책점검회의를 열고 공급 확대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후속 대책에 담을 세부 내용을 막판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정부 안팎과 부동산 시장에서는 추가 공급대책이 이번 주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최종 발표 시점과 공급 규모, 구체적인 대상지는 대통령 최종 보고와 관계부처 조율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수도권 추가 물량 확보…'발표'보다 '착공 속도'에 방점

이번 대책의 핵심은 수도권 주택 공급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는 동시에 실제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존 공급계획에 더해 수도권에서 5만가구 안팎의 추가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단순히 공급 가능 물량을 최대한 끌어모으기보다는 향후 2~3년 안에 착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물량을 중심으로 추리고 있어 최종 규모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택지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이미 확보된 공공택지와 3기 신도시의 사업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주요 카드다. 환경·교통영향평가와 토지보상, 인허가 등 기존에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절차를 가능한 범위에서 동시에 추진하고 통합심의를 확대해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방식이다.

정부가 공급 속도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최근 수도권 입주 물량 감소에 따른 수급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국토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준공은 1만 225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 9420가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립 등을 포함한 서울 전체 주택 준공 물량도 1만 516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1%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새로운 공급 목표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계획된 사업의 착공을 앞당겨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공급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도심 유휴부지·도심복합사업도 공급 카드

연합뉴스

서울에서는 대규모 신규 택지를 찾기 어려운 만큼 공공기관과 학교, 군부대 등 도심 내 유휴부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이 주요 공급 카드로 거론된다.

강남구 논현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부지와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부지, 학교 이전이나 폐교로 확보할 수 있는 부지 등이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군부대와 국공유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용산 지역 공공부지 활용 여부도 관심사다. 다만 용산공원 등을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서울시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실제 추진 과정에서는 정부와 서울시 간 협의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 공급 확대의 주요 축으로 거론된다. 역세권과 노후 저층주거지 등을 고밀 개발해 별도의 대규모 신규 택지를 조성하지 않고도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에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서울에서는 최근 16개 자치구 44곳에서 약 6만가구 규모의 주민 제안이 접수됐으며 강남구 논현1동 사업 등도 관심 대상이다. 논현1동은 기존 2490가구를 4천가구 이상으로 재정비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등 대규모 사업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도심복합사업을 통해 2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사업 추진까지는 토지주 동의와 사업성 확보가 관건이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담금 부담과 공공 주도 개발에 대한 주민 반발 등도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비아파트·금융지원에 그린벨트까지…가용수단 총동원

단기간에 공급 효과를 높이기 위한 비아파트 공급 확대도 주요 방안으로 거론된다.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행정절차와 공사 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빠르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과 높은 금융비용 등으로 사업자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한 만큼 금융·세제 지원을 통해 사업성을 보완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출 규제와 관련해 청년·신혼부부·무주택 서민 등 실수요자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핀셋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며 조만간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주택 공급과 금융 대책이 추가로 나올 것이라면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아파트와 함께 비아파트 주택 공급도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추가 택지를 확보하기 위해 수도권 그린벨트와 서울 준공업지역을 활용할지도 관심사다.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자곡동 일대 그린벨트, 수서차량기지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준공업지역을 고밀 복합개발하는 방안도 공급 수단으로 언급된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나 신규 택지 개발은 도시계획 변경과 환경영향평가, 주민 협의, 토지보상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해 단기간에 실제 공급으로 연결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린벨트가 대책에 포함되더라도 당장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공급 기반을 확보하는 성격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대책의 성패는 단순한 '발표 물량'보다 실제 공급 속도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5만가구 안팎의 추가 물량이 제시되더라도 상당수가 장기 사업으로 남는다면 당장의 수도권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용 부지를 얼마나 추가로 확보할지뿐 아니라 기존 사업의 착공 시기를 얼마나 앞당겨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공급으로 연결할지가 이번 대책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