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력한 반부패 척결 운동을 벌이는 것은 과거 부패를 목격한 경험과 '깨끗한 당이 중국을 구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공개한 인터뷰에서 왕궁우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교수는 "시 주석은 당원 모두가 부패 방지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그의 법치주의적 개입은 당을 구하려는 시도였다"고 진단했다.
왕 교수는 중국사 분야의 권위자로 1986~1995년 홍콩대학교 부총장을 역임했고 현재 호주국립대학교 명예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진화를 정당화한 마르크스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시 주석은 당의 부패 문제를 심각하게 봤다고 왕 교수는 전했다.
그는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대에 경제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에도 부패는 전국적으로 만연했다"면서 "시 주석은 푸젠성과 저장성에서 일할 때 이를 목격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 두 곳에서 각각 성장과 서기를 지내며 정치적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왕 교수는 이어 "당시 시 주석에게는 직접적인 권한이 많지 않았지만, 깊은 우려를 품고 상황을 지켜봤을 것"이라며 "저장성에서 당 서기 직무대행을 할 때 가장 먼저 소련 공산당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연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이 모델로 삼은 소련 공산당은 "부패와 파벌주의가 만연했고, 당원들의 기강을 세우려는 목적의식도 없었다"고 왕 교수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당이 깨끗하고 기강이 잡혀 있어야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며 "오직 당만이 중국을 구하고 강하게 만들어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시 주석이 집권 14년 동안 "매년 수천 명의 당 간부들을 적발하여 법정에 세우고 투옥시키고 있으며, 심지어 인민해방군 최고위 장군 몇 명에게는 사형을 선고하기도 했다"면서 "상황이 그만큼 심각했다"고 진단했다.
올해 5월 국사법원 1심 판결에서 웨이펑허, 리상푸 두 전 국방부장(국방장관)은 뇌물 수수와 인시 비리 등 혐의로 사형 유예 선고를 받았다.
그는 장기간 이어진 반부패 척결 운동에 따른 부작용도 언급했다. 왕 교수는 "모두가 반부패 운동에 휘말릴까 봐 경계하고 있다"면서 "공무원이나 당 서기 등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보다 안전한 결정만 내리게 된다"고 했다.
또 해외 출판 자료를 대학에서 통제하고 있는 상황 등을 언급하면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중국인에게 더 많은 자유와 기회를 주어 창의력을 발휘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왕 교수는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등 대외적으로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내부 경제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실업률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구직 활동을 하는 대졸자 수는 엄청나게 많다"면서 "그 결과, 경제 안정감은 당 지도부가 기대했던 것만큼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데, 공산당은 이를 완화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대만을 두고 전쟁을 벌이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미국과 중국 모두 대만을 두고 전쟁을 벌이지 않기로 합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전쟁을 벌여서 얻을 이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왕 교수는 다만 "중국이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은 대만이 중국을 공격하는 데 적들(미국·일본)에게 이용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