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바퀴벌레가 익숙한 반 지하 셋방보다는

연합뉴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하고 달라 붙었다가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의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가수 장기하의 노래 '싸구려 커피'를 들으면 한국 청년들의 고단한 반(半)지하 셋방살이가 선하게 그려진다. 반지하 셋방은 주택난이 극심한 한국적 상황이다.  반 지하 방은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습기와 곰팡이, 해충 문제와 침수 우려까지 겹쳐 사실상 주거에 부적합한 공간이다. 그럼에도 서울에서 방 2개 짜리 반지하 방 월세는 5,60만원이 넘는다. 도봉구나 구로구 등 서울 외곽 지역 시세니, 강남권이나 대학가 주변 시세는 더욱 높다. 살기에는 부적합한데도 반지하 방이 이렇게 비싼 이유는 저렴하면서도 쾌적하게 주거할 수 있는 청년 주택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2000년대 초반 극심한 청년 주택난을 겪었다. 주택 부지는 부족한데다 건축 인허가 기간도 길어 기숙사 등 주택 공급이 부족했다. 암스테르담의 방 하나 짜리 민간 아파트는 2005년 당시 월 임대료만 600~900 유로(75~115만원)여서 청년들에게는 매우 큰 부담이었다. 네덜란드 정부는 청년과 사회 초년생들에게 주택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책을 고민했다. 암스테르담 내 공공 부지에 선박용 폐(廢) 컨테이너를 재활용한 청년 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키트 보넨' 프로젝트다. 컨테이너 주택은 24㎡ 원룸으로, 욕실과 간이 주방, 침대와 책상, 냉난방 시설을 모두 갖췄다. 전면의 이중 통유리창을 열면 발코니로 나갈 수 있다. 이 컨테이너 주택은 공장에서 대랑으로 제작된다.. 제작 완료된 개별 컨테이너를 운반해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됐다. 이 프로젝트로 공급한 청년 주택이 1034채로, 불과 8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단지 내에는 스포츠 시설과 카페, 슈퍼마켓, 세탁실 등 각종 편의 시설도 갖췄다.
 
중국 공장에서 표준화된 방식으로 대량생산하니 월 임대료도 저렴했다. 임대료에 냉난방비 및 인터넷 비용 등을 합쳐 월 400유로에 불과해 민간의 절반 수준이었다. 청년들이 폐 컨테이너 하우스에 몰려들었고 당초 5년이던 운영 기간이 15년으로 늘었다. 운영 기간이 끝나 해체된 컨테이너 주택은 다른 지역에서 또다른 청년들에게 제공됐다.
 
네덜란드의 창의적인 청년 주택 공급 정책은 이후 덴마크와 프랑스, 미국 등으로 확산돼 청년과 사회 초년생 주택난 해결에 일조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이 청년의 주거 문제 해결 아이디어로 폐(廢) 버스를 활용하자고 제안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민주당은 '개인 아이디어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게 여당 청년 정책 수준'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비난만 한다. 대책은 내놓지 않는다. 아니 기존의 대책만 반복한다. 아파트를 많이 지어 청년들에게 싸게 공급하자는 말만 되풀이한다. 지금 착공해도 3년 이상 걸린다. 서울에는 지을 땅도 부족하다. 다 짓더라도 비싼 분양가나 임대비를 청년들이 감당하기 어렵다.
 
물론 폐 컨테이너 주택 등이 항구적인 청년 주택 데첵이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청년과 사회 초년생들의 높은 임대료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정규 주택에 오를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은 할 수 있다. 청년층의 감성에 맞게 설계하고 편의 시설은 물론 취업 지원 시설 등 청년 특화 시설도 갖춘다면 비싼 반지하 셋방보다는 나을 것이다.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 해법을 고민하고 제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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