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재판 고발 1년 3개월 만 수사…"성역 없이 수사해야"

공수처, 즉일선고 대법원 판결 나오자 뒤늦게 수사
시민사회단체 "늦장수사 반성하고 전관예우 끊어야"

시민사회단체가 10일 오전 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창훈 전 부장판사에 대한 엄정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창준 기자

오창훈 전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의 불법재판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민사회단체의 고발 1년 3개월 만에 본격화된다.

공안탄압저지 및 민주수호 제주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년 3개월 만에 시작되는 이번 수사는 법조계에 만연한 전관예우와 특혜의 사슬을 끊어낼 마지막 기회"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오창훈 전 부장판사는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즉일선고 과정에서 최소한의 합의절차도 거치지 않고 판결하는 등 불법재판을 강행했다"며 "당사자들은 억울하게 법정구속돼 말할 수 없는 인권 침해를 겪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대법원이 즉일선고 과정에서 재판부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2024년 경북 안동에서 음주운전을 한 피고인의 항소심 재판부가 결심 당일 1심 선고결과를 유지한 것과 관련해 즉일선고 자체는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합의부 판사들이 변론 종결 뒤 판결의 결론에 관한 최종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을 처음으로 구체화했다.

이 단체는 "최근 대법원은 즉일선고에 대해 재판부가 휴정하고 법관끼리 합의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준을 제시했다"며 "최종 합의 과정이 아예 없거나 합의 절차가 형해화된 경우에는 위법한 공판절차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수처가 고발 이후 1년 3개월이 지나 뒤늦게 수사에 착수한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공수처는 조만간 공안탄압 제주대책위 관계자들을 불러 첫 참고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단체는 "공안탄압 제주대책위는 불법재판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하지만 공수처는 1년 3개월이 지난 이제야, 그것도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에야 조사에 착수했다. 이러는 동안 오 전 판사는 법복을 벗고 대형로펌 변호사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가 10일 오전 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창훈 전 부장판사에 대한 엄정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창준 기자

한편 오 전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 재판장으로 재직할 당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2명의 항소심에서 배석판사들과 최종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혐의로 고발됐다.

선고에 앞서 방청석을 향해 "지금부터 어떠한 발언도 하지 마라. 한숨도 쉬지 마라. 탄식도 하지 마라. 눈으로만 봐라. 이를 어기면 구속시키겠다"고 말하는 등 강압적인 재판 진행도 논란이 됐다.

그는 재판 진행과 별개로 재작년 6월 동료 판사 2명과 근무시간에 술을 마신 뒤 노래방에서 업주와 다툼을 벌이는 등 소동을 일으켜 도민사회의 공분을 샀다. 이같은 사실은 제주CBS의 단독·연속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오 전 부장판사는 지난 3월 대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해 법복을 벗었으며, 현재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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