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에 모처럼 비가 내렸지만 장기간 이어진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낙동강 유량 감소에 기록적인 폭염까지 겹치면서 식수원에 녹조가 급격히 확산되는 등 부산시의 '먹는 물' 관리에 심각한 비상이 걸렸다.
부산 수돗물 90% 책임지는 낙동강, 녹조 확산에 조류경보 '경계' 격상
가장 큰 문제는 부산 시민의 주 식수원인 낙동강 하류의 수질 악화다. 폭염으로 수온이 치솟은 데다 강수량 부족으로 유량까지 줄어들면서, 부산 수돗물 공급의 90%를 담당하는 물금·매리 취수장 일대의 녹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10일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3일 물금·매리 지점 조사에서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가 1mL당 5만 7천 개 안팎까지 치솟았다. 상수도본부는 이날 조사에서도 3만~4만 개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조류 경보를 기존 '관심'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할 방침이다.
부산시 수돗물의 10%를 공급하는 회동수원지 상황도 악화일로다. 지난달 1일 33.09m였던 수위는 한 달 새 31.8m로 1.2m나 떨어졌다. 이에 상수도본부는 급히 낙동강 물 10만t을 회동수원지로 퍼 올려 수위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취수장에 조류 차단막을 설치해 1차 제거에 나서는 한편, 정수 과정에서 오존·염소산화제·고효율 응집제를 추가 투입하고 있다"며 "가뭄이 다음 달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질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울·경 6개월 강수량 '반토막'…'심한 가뭄' 경계 단계 발령
이같은 식수난의 원인은 장기간 지속된 가뭄이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부산 일부 지역에 비가 내렸으나 기장군(20.5㎜), 금정구(10.5㎜) 등 지역별 편차가 컸다. 부산의 대표 관측지점인 중구 대청동에는 강수량이 전혀 집계되지 않았다. 대청동 기준으로는 지난달 23일 이후 첫 비였지만 가뭄을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정부가 발표한 '8월 가뭄 예·경보'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누적 강수량은 부산 422.4㎜, 경남 김해 351.4㎜, 울산 울주군 402.8㎜로, 평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에 정부는 부산·김해·울주에 심한 가뭄을 뜻하는 가뭄 3단계 '경계' 발령을 내렸다.
낙동강 상류의 안동·임하댐 등도 가뭄 대응 '주의' 단계로 관리되고 있으며, 강 유량 역시 평년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다만 주요 지점 수위는 보(洑)의 영향으로 유지되고 있어 당장 용수 공급 차질까지 이어지지는 않은 상태다.
고지대 주민·농가 타들어간다…소방 비상 급수 지원 잇따라
가뭄 장기화는 현장 주민들의 삶도 위협하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지난달 31일부터 전날까지 모두 32차례에 걸쳐 취약계층 거주지와 농가, 살수차 등에 물 509t을 긴급 지원했다.북구 만덕동 사기마을과 부산진구 부암동 등 고지대 취약 가구에 식·생활용수 72t이 전달됐으며, 강서구 송정동 농가에도 농업용수 101t이 투입됐다. 중구·동구의 요청으로 도심 열섬 현상 완화를 위한 살수차 급수에도 336t이 사용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살수차 지원에 물 1967t을 공급했지만, 취약계층이나 농가 급수 지원은 전혀 없었다"며 "현장의 가뭄 피해가 매우 심각한 만큼 비상 급수 체계를 지속 가동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