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황' 메모리 반도체 증설 경쟁…2028년이 시장 분수령?

삼성전자·SK하닉 등 메모리 공급자 투자 대폭 확대
'메모리 고객' 빅테크도 천문학적 투자로 AI 시대 준비
공급·수요 모두 '풀액셀'…中 추격과 자금회수 등 변수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증설 경쟁이 한창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수십조 원을 쏟아붓는 가운데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도 공격적인 증설에 나섰다.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로 핵심 부품인 메모리 수요가 폭증한 데 따른 대응 차원의 행보로, 여기에는 메모리 초호황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투자 경쟁 결과 수년 내 생산 증가가 본격화되고 AI의 수익성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결국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것이란 시장의 우려도 존재한다.

공급자는 이미 '증설'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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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업체들의 전략은 분명하다. AI가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는 만큼, 데이터를 더 빨리, 더 많이, 그리고 효율적으로 저장·전달할 메모리 기술력을 빠르게 향상시키는 한편, 폭발적 수요에 대응해 생산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보다 약 50% 늘어난 40조 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향후 5년 동안 SK하이닉스의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전체 생산능력의 60~70%를 장기계약으로 묶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주요 고객사들의 안정적 메모리 확보 욕구가 큰 만큼, HBM4 양산 확대에 맞춰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예고한 시설·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110조 원에 달한다.

마이크론도 10년간 싱가포르에 240억 달러를 투자해 HBM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7년부터 생산능력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달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 상장 첫날 중국 증시 1위를 기록한 중국 CXMT 역시 허페이와 베이징, 상하이 등을 중심으로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메모리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투자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급증하는 시점은 2028년 안팎이 될 전망이다. 공장 건설과 장비 반입, 시험생산과 수율 안정화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투자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량이 2028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최근 중국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공급을 늘리면서 동시에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자도 '풀액셀'…빅테크 AI 투자 확대

이 같은 메모리 제조사들의 투자 경쟁 배경에는 메모리 최대 고객인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인프라 확대 경쟁이 자리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구글, 메타 등 4개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단순 합산하면 최대 7천억 달러에 육박한다. 투자 대상은 데이터센터와 AI 서버, 네트워크, 전력 설비 등으로 다양하지만 AI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실적도 아직은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 매출은 최근 분기 43% 성장했고, 아마존의 AWS도 37% 성장하며 최근 18개 분기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구글과 메타 역시 AI를 중심으로 클라우드와 광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투자를 계속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 이들 기업이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분명하다.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투자를 더 늘리겠다는 것. 메모리 업체들이 당분간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배경도 결국 이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 계획에 있다.

메모리 초호황, 영원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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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당분간 공급자 우위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시장 심리가 출렁이는 것은 메모리 업계의 호황이 영원할 수 없다는 인식 속에 공급과 수요 측면의 위험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급 측면의 우려 변수로는 2028년 안팎의 비슷한 시기에 주요 메모리사들의 생산 능력 확대 효과가 집중되면서 공급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다. 특히 중국 메모리 기업의 공격적 시장 확장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소로 여겨진다.

지난달 기업공개(IPO)를 통해 666억위안(약 14조 원)을 조달한 CXMT는 베이징에 12인치 D랩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른 신규 공장들까지 모두 가동되면 오는 2028년까지 D램 생산량이 두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CXMT는 올해 중반부터 HP와 에이수스, 에이서 등 글로벌 PC업체들에 D랩을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대만 메모리 기업 난야테크놀로지도 2029년까지 약 15조 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중화권 칩 메이커들의 빠른 추격 시도가 업계에서 연일 부각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선 AI의 수익성에 대한 물음표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AI 데이터센터는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선행 투자 산업으로, 결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은 AI 서비스와 클라우드 사업을 통해 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문제는 투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일부 빅테크는 AI 투자 확대로 잉여현금흐름(FCF)이 줄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아마존은 FCF가 1년 전 약 182억달러 흑자에서 올해 2분기 76억달러 적자로 전환됐고, 메타는 전년 동기 대 FCF가 90% 이상 감소했다.

아직은 AI 시장 선점을 위해 자본적 지출(CAPEX)을 늘리고 있지만,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지거나 기대했던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면 신규 데이터센터 착공이나 AI 서버 발주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글로벌 투자회사 모닝스 윌리엄 커윈 선임 애널리스트는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이전보다 불확실성을 더 크게 반영하고 있으며, 메모리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설령 데이터센터 증설 계획이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메모리 가격이 높아지면 같은 물량을 구매하는 데도 총 투자액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수요가 줄어들면, 결국 D램 시장에서 공급과잉이 올 우려가 있다"며 "HBM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면 D램 공급이 더 빨리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현 전무는 "중국의 공급 확대와 기술 개발이 결국 향후에는 시장을 크게 흔들게 될 것"이라며 "거대한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자급자족만 해도 반도체 시장은 변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HBM 등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문제는 오히려 빅테크 외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수요적 변수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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