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 주둔 미군기지의 방공망이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에 손쉽게 뚫리면서 향후 한국을 비롯한 태평양 지역 미군 기지도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에 매우 취약할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최근 미군의 핵심 방공 자산인 패트리엇 미사일이 빠르게 고갈돼 중국과 러시아 등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시점에 나온 경고여서 주목된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스 존스 국방·안보국장은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교훈을 얻어 중동의 미군 기지와 기타 기반 시설을 보호하는 데 너무 더디게 대응해왔다"며 "태평양 지역의 도전 과제는 훨씬 더 크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를 향한 미사일·드론 공격과 이에 대응하는 방공·방어 능력을 급속도로 키워왔는데, 정작 군사 대국인 미국이 여기서 교훈을 찾지 못하고 이란전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취지다.
존스 국장은 "최근 요르단을 비롯해 중동의 미군 기지에 대한 이란의 공격은 적국의 미사일과 드론으로부터의 위협이 커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며 "그러나 미국은 해외 기지와 핵심 인프라, 인력을 방어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군은 지난달 요르단 주둔 미군기지에 대한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했고 미군 3명이 전사했다.
존스 국장은 5개월 넘게 이어진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2천 차례 이상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행했고, 8개국에 산재된 미군 기지 군사 시설 최소 20곳이 피해를 입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군 항공기가 42대 이상 파괴됐으며, 상당수는 공군기지에 있던 항공기였다고 전했다.
장비 손실과 시설 피해 등을 다 합치면 피해액은 최대 13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충분한 교훈을 얻었다면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존스 국장은 우크라이나는 날아오는 미사일과 드론 등을 탐지·격추하거나 교란하기 위해 지대공 미사일과 대(對)드론 시스템, 전자전 장비·센서 배치를 대폭 확대한데 이어, 대드론 그물망과 다층 콘크리트 구조물 등 물리적 방어시설을 구축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태평양 전역에 위치한 미군 시설들은 중동의 미군 시설들과 마찬가지로 중국과 북한의 공격에 특히 취약하다"며 현재 우려되는 방공 능력이 단지 중동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존스 국장은 "중국은 이란보다 규모가 크고 성능도 뛰어난 드론, 순항·탄도·극초음속 미사일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훨씬 심각한 위협"이라며 "일본과 필리핀에서 괌과 한국에 이르기까지 태평양 전역의 미군 기지와 인프라는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및 드론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미군 기지와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미사일·드론을 식별하고 격추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방공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며 장거리, 중거리, 단거리 등 3단계 능동적 방어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존스 국장은 "의회가 국방부의 시설 유지·복구·현대화 자금을 증액해야 하며 국방부는 이를 신속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어 "드론과 미사일이 만연한 세상에서 준비 부족으로 미국은 이미 막대한 대가를 치렀다. 미군은 대가가 더 커지기 전에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라며 "중국, 이란, 북한, 러시아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