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학생 집단 괴롭힘에 투신시도…"관종이야?" 2차 가해

외국서 이주한 초등학생, 또래 학생들에게 집단 괴롭힘
투신시도하자 "인생포기하려 한 관종" 재차 가해
"투신 막은 학생에도 괴롭힘…정신과 치료 받고 있어"
시민사회단체 "교육당국 대응 문제…공식 기록도 없어"
도교육청 "학폭 신고 없었어…2차 가해 신속 확인할 것"

단체 채팅방에서 이주 학생을 조롱하는 상황. 독자 제공

외국에서 제주로 이주한 초등학생이 또래 학생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에 시달린 끝에 투신을 시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시민사회단체는 교육당국이 해당 사건을 공식적으로 기록하지 않는 등 부실 대응 의혹을 제기했다.

3년 넘게 집단 괴롭힘에 투신 시도

11일 정치하는엄마들과 제주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현재 제주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5학년 A양은 2학년 2학기 때 외국에서 제주로 이주했다.

A양은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전학 직후부터 또래 학생들에게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3학년 때부터는 늦은 밤 단체채팅방에 초대돼 욕설과 조롱을 당했다.

A양이 견디다 못해 채팅방을 나가면 다시 초대하는 방식의 사이버폭력도 반복됐다. 이런 식의 놀림과 욕설, 혐오 표현 등 집단 괴롭힘이 3년 넘게 이어졌다는 게 시민사회단체와 학부모 측 주장이다.

지난해 11월 28일 점심시간 A양은 결국 학교 3층 창문에서 뛰어내리려 했다. 다행히 같은 반 학생 2명이 A양의 팔을 붙잡으면서 투신을 막았다.

A양은 투신을 시도한 당일에도 다른 학생들로부터 "역겹다", "혐오스럽다", "왜 전학 안 가냐" 등의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한다.

A양의 투신 시도는 학교와 교육당국의 공식 기록에 남지 않았다. 학부모가 관련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했지만 학교와 교육지원청은 관련 서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투신 시도까지 조롱…신고하자 또 괴롭혀

사건은 약 5개월 뒤인 지난 4월 22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A양의 투신을 막았던 같은 반 학생의 부모가 학급 단체채팅방에서 A양을 상대로 한 집단 괴롭힘을 발견해 학교에 신고하면서다.


가해 학생들은 A양의 투신 시도까지 조롱의 소재로 삼았다는 게 해당 학부모 측 주장이다. "옥상에서 인생을 포기하려는 관종"이라는 내용의 노래까지 만들어 부르고 다녔다고 한다.

A양의 어머니는 그동안 이어진 괴롭힘과 투신 시도 사실 등을 학교에 서면으로 알렸다. 이후 해당 사안에 대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렸다.

하지만 학폭위 심의에서는 지난해 11월 A양의 투신 시도와 당시 괴롭힘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4월 신고된 사이버폭력과 별개의 사안으로 판단한 것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A양의 어머니가 학폭위에 직접 출석해 투신 시도와 이전부터 이어진 괴롭힘에 대해 진술하려 했지만 교육지원청 측이 사이버폭력 이외에는 진술할 수 없다며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A양과 당시 투신을 막았던 학생 중 1명은 학교폭력 신고 이후 또다시 괴롭힘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기록도 없어" 교육당국 대응 도마

제주도교육청이 지난해 발행한 '365일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한 학교안전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학생의 자살 시도가 발생할 경우 학교는 교내 위기관리위원회를 긴급 소집해야 한다.

또 교육청 안전관리과에 유선 보고하고 관련 부서에 '학교 안전사고 사안 접수 보고'를 제출해야 한다. 사안을 인지한 지 10일 이내에는 '학생자살(시도)사안보고서'도 제출하도록 돼 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당시 위기관리위원회가 열리지 않았고 상급기관에 대한 서면 보고와 응급심리지원 등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투신을 막았던 학생 2명에게도 별도의 정서적 지원이 제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제주도교육청 제공

학교가 피해 학생 측에 학교폭력 신고를 중단하도록 설득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5월 학교장과 교감이 A양의 투신을 막았던 학생의 부모에게 이른바 '학폭 보류 제도'를 언급하며 A양의 어머니를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제주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지난 6월 A양의 투신 시도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학교안전 업무 매뉴얼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식 기록이 전혀 없다는 사실 자체가 사건이 조직적으로 은폐됐음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제주도교육청에 특별감사를 실시해 사건 처리 과정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투신 시도와 사이버폭력 등 장기간 이어진 학교폭력 사안을 병합해 재심의할 것을 촉구했다. 또 피해 학생 보호 대책 마련과 인종·민족 차별 및 혐오에 대한 인권교육 강화를 요구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투신 시도와 관련해서는 당시 학교폭력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별도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았고, 이후 다른 사안으로 신고가 접수돼 열린 심의 과정에서 해당 내용도 함께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학교와 교육지원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피해 학생에 대해서는 최대한 지원해 왔지만, 2차 가해나 투신 시도를 말린 학생에 대한 가해 의혹은 파악하지 못했던 만큼 신속히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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