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순수성을 더럽히는 '성 접대'와 '심판 매수'라는 충격적인 단어가 최근 한국 축구계를 강타하며 거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실이 공개한 문서를 보면,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서울·창원·울산 등지에서 안마업소 결제에 법인카드를 남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접대 대상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과 2012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 주요 친선경기 등 총 7개 경기에 배정됐던 외국인 심판진 10여 명이다. 당시 대표팀은 해당 경기들에서 5승 2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이번 심판 로비 정황으로 인해 그간 그라운드에서 흘린 선수들의 땀방울마저 빛을 잃게 됐다.
비판이 거세지자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협회는 "압수수색과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도 파악하지 못했던 오래전 일에 대한 보도로 큰 심려를 끼쳤다"며 "2013년 클린카드 제도를 도입한 이후 엄격한 내부 통제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책임 회피성 해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축구 팬들의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국외 언론과 타국 협회의 대응은 한층 매서웠다. 일본 '주니치 스포츠'는 이번에 드러난 2010년대 초반 외에도 유사한 행태가 관행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어 일본교도통신은 9일, 당시 한국 경기에 투입된 자국 심판 4명 가운데 2명이 성 접대 의혹 대상에 올랐다는 소식에 일본축구협회(JFA)가 곧바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조사 대상 중 일부가 현재 J리그 심판 관리직을 맡고 있음에도 단호한 조치에 나선 일본 측의 빠른 대응은, 축구협회의 미온적인 태도와 대비되며 팬들의 분노를 더하고 있다.
내우외환에 빠진 축구협회는 현재 지도부 부재 속에 행정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차기 회장 선출과 남자 A대표팀 수장 결정 등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이 수두룩하지만, 이를 수습할 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다.
당장 오는 9월 말부터 시작되는 국내 A매치 4연전마저 흥행을 담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과거엔 대표팀 경기라는 이름만으로도 구전표가 팔려나갔으나, 추락한 신뢰 탓에 이젠 텅 빈 관중석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 같은 행정 무능의 피해는 고스란히 현역 선수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둥지를 튼 이강인은 9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친선전을 마친 후 "요즘 한국 축구가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선수들은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어서 많이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 "나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한국 축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너무 안 좋게만 봐주시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행정 조직의 도덕적 해이가 그라운드 위 선수들에게 선처를 부탁하게 만드는 씁쓸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