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주춤해졌지만, 경남 지역에 연일 계속되는 가뭄과 녹조 악재가 겹치면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식수원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마실 물이 모자라 제한 급수를 겪는 마을이 늘고 있으며, 폭염과 가뭄 여파로 낙동강 식수원에는 유해 남조류가 급증해 조류경보가 상향됐다. 바싹 타들어 간 농심에 채솟값과 과일값마저 들썩이면서 밥상물가도 걱정이다.
'마른장마'에 바닥 드러낸 저수지…밀양·함안·거제 '가뭄 심각'
경남 지역의 가뭄은 6월부터 시작된 '마른장마'에서 비롯됐다.올해 6월과 7월 경남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특히 7월 강수량은 평년의 5분의 1 수준인 73.4㎜에 불과했다. 최근 기습적으로 내린 소나기는 바싹 말라붙은 논밭을 적시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11일 경남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도내 농작물·과수 1955.6ha에서 폭염과 가뭄 피해가 발생했다. 품목별로는 대표 과수 작물인 단감이 1225.2ha로 피해가 가장 컸고, 벼(562.9ha), 배(40ha), 콩(28ha), 사과(12.6ha) 등이 뒤를 이었다.
창원·진주·사천·김해·밀양·함안 등지의 단감 과수원에서는 강한 일사로 인한 햇볕 데임(일소)이나 물 부족으로 열매가 쪼그라드는 피해가 이어졌으며, 하동·창녕·거창·합천 등지의 논에서는 벼잎이 마르거나 간척지 염해 피해로 말라 죽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진주 등지의 배 과수원 역시 과실이 물러지거나 껍질이 갈라지는 열과 피해를 입었다.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마다 바닥을 점차 드러내면서 도내 18개 시군 중 함양군을 제외한 17개 시군이 농업용수 가뭄 단계에 진입했다.
창원·진주·김해·양산·의령·창녕·하동·산청·합천 등 9개 시군은 '경계' 단계, 통영·사천·고성·남해·거창 등 5개 시군은 '주의' 단계다.
특히 전국 167개 시군 가운데 농업용수 가뭄 최고 단계인 '심각' 발령이 난 곳은 경남 밀양시(저수율 25.9%), 함안군(26.2%), 거제시(29.8%) 등 3개 시군이 유일하다. 도내 18개 시군의 평균 저수율은 34.1%로 평년(71.3%)의 절반 수준인 47.8%에 머물고 있다. 밀양댐의 저수율도 31.8%에 그친다.
마실 물 끊겨 운반급수…낙동강 식수원엔 녹조 비상
식수난도 현실로 다가왔다.광역상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소규모 수도시설이나 지하수에 의존하는 통영(추도·수우도 등 6곳), 밀양(염동·안촌 등 9곳), 거제(4곳), 양산(1곳), 하동(6곳) 등 도내 26개 마을은 시간제 제한급수에 처했다. 각 지자체는 소방차와 급수차를 동원해 겨우 물을 대고 있으며, 주민들에게 생수를 운반해 지급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낙동강 하류 주요 취수원의 수질마저 비상이 걸렸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부산·경남 식수원인 낙동강 물금·매리 지점의 조류경보를 '관심'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했다. 지난달 관심 단계로 낮아진 지 18일 만이다.
낙동강 하류 4개 보를 순차적으로 개방했지만, 강수량 부족과 폭염으로 수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며 남조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물금·매리 지점의 유해 남조류 수는 ㎖당 3만 8천여 개, 함안·창녕 칠서 지점은 ㎖당 18만 3천여 개까지 치솟아 일주일 사이 26배나 폭증했다.
가뭄·폭염 여파 밥상물가 자극…경남도 예비비 등 총력 대응
가뭄과 폭염에 따른 생산량 감소는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다. 엽채류인 상추와 배추는 고온과 가뭄으로 무름병이 확산하며 출하량이 크게 줄었고, 밥상에 자주 오르는 농산물 가격이 치솟는 모양새다.가뭄이 장기화할 경우 추석 명절을 앞두고 농축산물 수급 불균형과 물가 불안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상남도는 가뭄 장기화에 대비해 기존 지원된 가뭄대책비 63억여 원에 더해 도 재난관리기금과 예비비 등 3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제한급수 지역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자 도 재해구호기금 3억 원도 긴급 지원한다.
특히 박완수 경남지사가 지난 6일 대통령 주재 대처상황 점검회의에서 직접 건의한 결과, 정부로부터 특별교부세 48억 9400만 원을 추가로 확보해 가뭄·고수온 피해 예방에 신속 집행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는 가뭄 대비 용수개발 등을 위한 국비 98억 원을 추가 요청해 둔 상태다.
이와 함께 시군·K-water 보유 급수차는 물론 제39보병사단 등 군부대 차량, 산림청 산불진화차(225대), 소방차(324대) 등 관용·민간 장비 총 565대를 비상급수에 총동원하고, 저수지 하상 굴착과 비상 관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서는 저수율이 낮은 170개 저수지의 비상급수 대책을 확대한다.
경남도 박일웅 행정부지사는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8월 말까지의 무강우 상황에 대비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며 "농업용수 확보와 피해 농가 지원은 물론 먹는 물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