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목포대 통합 평행선…지역민들 속내는?

의대·대학병원 필요성엔 한목소리…해법 놓고 의견 분분
대학·정부 향한 쓴소리도…"의대 신설 기회 놓쳐선 안 돼"

11일 순천대학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박사라 기자

전남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순천대학교와 목포대학교의 통합 협상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지역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일까지 양 대학에 통합 방안을 합의해 의과대학 설립 추진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한 가운데 어렵게 찾아온 전남 국립의대 신설 기회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11일 순천 곳곳에서 만난 지역민들의 생각은 단순하지 않았다. 의대와 대학병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설립해야 할지를 두고 저마다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

의대와 대학병원이 지역에 꼭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한목소리를 냈지만 해법은 제각각이었다. "참 어렵다", "어느 게 답인지 모르겠다"며 말을 고르는가 하면 대학과 정부를 향해서는 거침없는 쓴소리도 나왔다.

"순천이든 목포든 일단 유치부터"…의대 무산 우려

순천 용당동에 사는 정모(70대)씨는 현재 상황을 두고 "참 어려운 문제"라는 말을 여러 차례 꺼냈다.

정씨는 "순천대도 역사가 있고 오래된 지역 대학인데 통합하면 목포대로 흡수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목포나 순천이나 서로 자기 지역에 의과대학이 오길 바라는 건 똑같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저희야 순천에 오면 얼마나 좋겠느냐. 하지만 그쪽 지역 사람들은 또 그쪽에 와야 한다고 할 것"이라며 "서로 입장이 있으니 어떤 게 답인지 참 난감하고 어려운 상황 같다"고 했다.

정씨는 무엇보다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다 어렵게 찾아온 의대 신설 기회 자체를 놓칠까 걱정했다.

그는 "정부가 20일까지 기한을 줬는데 그때까지 안 되면 무산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이럴 때 좋은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이러다가 다른 지역으로 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둘 중 하나라도 어떻게든 돼야지 둘 다 무산되면 결국 전남이 불이익을 보는 것 아니냐"며 "양쪽이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두 아이를 키우는 30대 엄마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는 "당연히 순천이 되면 너무 좋겠지만 크게 봐야 한다"며 "앞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순천이 됐든 목포가 됐든 일단 유치해 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쪽에 의료시설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 의과대학도 꼭 필요하다"며 "길을 다니다 보면 현수막도 많이 붙어 있지 않느냐. 지역 내에서도 지역민을 생각해 얼른 마음을 한데 모아서 빨리 유치했으면 한다"고 했다.

"밥그릇보다 지역 먼저"…대학 향한 쓴소리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협상을 지켜보며 대학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가곡동에 사는 80대 박모씨는 지역의 의료 현실부터 꺼냈다.

박씨는 "암 같은 큰 병에 걸리면 광주로 가고 서울로 간다"며 "큰 병원에 가면 검사 하나 해놓고 또 며칠 뒤 날짜를 잡아주고, 다시 오라고 하고 얼마나 불편한 일이 많은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제 다 살았지만 젊은 사람들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좋은 의대와 병원이 순천으로 좀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학들을 향해서는 "대학교들이 통합되면 자기네들 밥그릇을 잃을까 봐 그러는 것 아니냐"며 "진짜 이 지역을 위한다면 자기들 것을 좀 내려놔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대학 구성원의 고민은 조금 달랐다.

순천대 대학원생 김모씨는 양 대학이 어느 정도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도 통합 이후 순천대의 위상에 대한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씨는 "목포대와 순천대 협의가 잘 안 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서로 양보해야 할 부분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통합됐을 때 순천대가 '목포대 순천캠퍼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부분은 대학원생 입장에서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가장 큰 쟁점은 의과대학을 어디에 둘 것이냐는 문제라고 본다"며 "의대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뤄진다면 통합은 그 이후 조금 더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짚었다.

"통합이 무슨 의미 있나"…'선 통합' 방침에 의문

양 대학 가운데 어느 쪽이 양보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통합부터 하라'는 정부 방침 자체에 물음표를 던진 시민도 있었다.

20대 취업준비생 이모씨는 "순천에 의대가 오면 당연히 좋겠지만 바란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순천대도 목포대도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제가 어느 한쪽에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통합하는 게 정말 의미가 있나 싶다"고 했다.

이씨는 "두 대학이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고 지역도 다른데 통합한다고 해서 정말 같은 학교라는 느낌이 들겠느냐"며 "어차피 서로 다른 지역에서 운영될 학교인데 통합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의대를 어느 지역에 둘지를 놓고 양 대학에 합의를 요구하기에 앞서 정부가 내건 '선 통합'이라는 전제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달 장흥에서 열린 순천대와 목포대 등의 의대 논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제공

"정부가 왜 둘이 싸움 붙이나"…지역 갈등 키웠다는 비판도

정부가 양 대학에 통합 합의를 요구하면서 결과적으로 지역 간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왔다.

매곡동에 사는 70대 시민은 "여수·순천 이쪽에는 대학병원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동부권에도 큰 병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대학이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데 대해서는 "총장들끼리든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책임을 대학에만 돌리지는 않았다.

그는 "정부에서도 잘못한 거다. 왜 둘이 싸움을 붙이느냐"며 "차라리 정부가 기준을 정해서 어느 쪽이든 정해
주든지 해야지, 둘이 알아서 하라고 해놓으면 계속 싸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응급인데 멀어서 갈 수가 없었다"…절실한 대학병원

의대와 대학 통합을 둘러싼 복잡한 논쟁을 떠나 시민들에게 보다 절실한 문제는 '아플 때 어디로 가야 하느냐'였다.

70대 시민 양모씨는 아들이 갑자기 아팠던 당시를 떠올렸다.

양 씨는 "아들이 갑자기 아파 대학병원으로 가야 할 상황이었는데 너무 응급이라 갈 수가 없었다"며 "결국 여기 병원에서 치료했는데 대학병원으로 가고 싶어도 너무 멀고 환자는 급하니까 갈 수가 없었다. 그때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꼭 나눠야 한다면 지역민 입장에서는 여기에 큰 대학병원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며 "동부권에는 큰 대학병원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하지만 의대와 대학병원을 서로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것이 답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고민했다.

그는 "의대가 있는데 병원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학생들이 실습하러 계속 오가야 하지 않느냐"며 "학생들이
환자를 보고 실습하면서 공부해야 하니 학교와 병원이 같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하나는 이쪽에, 하나는 저쪽에 나눠서 공평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어느 것이 정답인지 참 어렵다"고 했다.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설립을 둘러싼 해법에 대한 생각은 달랐지만, 어렵게 찾아온 의대 신설 기회만큼은 놓쳐서는 안 된다는 바람은 같았다. 지역민들은 양 대학과 정부가 더 이상의 지역 갈등을 넘어 의대 신설을 위한 해법을 마련해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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