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궈진 아스팔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휠체어 좌석을 데우고, 햇빛 가림막 없는 휠체어 위로 햇볕이 쏟아진다. 손가락 한 뼘도 되지 않는 턱을 넘지 못해 건물에 드리워진 그늘에 닿을 수 없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고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2026년의 여름, CBS노컷뉴스는 평균 높이 0.6m에 앉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을 만나 누구보다 가혹한 폭염을 견뎌야만 하는 현실을 취재했다.
"더워도 양산 못 써요"… 맨몸에 내려꽂히는 뜨거운 햇볕
폭염중대경보가 이틀째 이어졌던 지난 7일 오전 전주시 덕진구 아중리의 한 도로. 9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아침의 청량함 대신 31도를 넘는 기온과 습한 공기가 숨을 턱턱 막았다. 온도계가 이미 41.6도를 가리키고 있는 아스팔트 도로 위로 전미영(53)씨가 전동 휠체어를 운전하며 나타났다.
그가 향하는 곳은 중증장애인지역생활지원센터, 오전 시간마다 일을 하는 직장이다. 집에서 10분 거리의 가까운 곳이지만 출발하기도 전에 그녀의 이마와 목덜미는 땀으로 젖어 있다.
이미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전미영 씨에게 따가운 햇볕이 쏟아지만 양산을 쓸 엄두조차 낼 수 없다. 햇볕 가림막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시야를 방해할 위험에 설치할 수도 없다. 전씨는 "양산이나 가림막을 설치하면 뒤나 옆에서 오는 차들을 볼 수 없어 더욱 위험하다"며 "덥지만 안전하게 이동하려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열기가 덜한 오전이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1분에 40도까지 오르는 체온…0.6m 높이에서 더욱 가혹한 열기
아스팔트 온도가 56도까지 오른 오전 11시 30분.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횡단보도를 마주했다. 전씨에겐 그늘을 찾기 힘든 신호 대기 시간이 고역이다.
부피가 큰 휠체어를 이미 사람들이 많이 서 있는 가로수 그늘에 넣을 수 없다. 그늘진 건물 입구로 올라가려 해도, 턱이 높거나 계단뿐이라 접근조차 어렵다. 결국 그녀는 땡볕 아래 온전히 노출된 채로 1분 남짓한 신호 대기 시간을 견뎠다.
신호대기를 마치고 횡단보도를 건넌 후 측정한 전씨의 체온은 40.5도로 정상 체온을 훌쩍 넘긴 수치였다. 같은 거리를 이동한 기자의 체온은 37도로 큰 차이가 나타났다. 지면에서 올라오는 복사열과 태양의 직사광선을 온몸으로 받아낸 결과다.
전씨는 "횡단보도뿐 아니라 버스를 기다릴 때도 정류장에 그늘이 없어서 하루 종일 땡볕 속에서 기다려야 한다"며 "이렇게 더운 날엔 외출을 최소화해서 가급적 안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65도까지 올라가는 휠체어 온도… 비장애인보다 더 '넓게' 받는 열기
앉은 자세로 오랜 시간 휠체어를 구동하는 장애인에게 더위는 더 '넓게' 느껴진다. 선 상태로 있는 비장애인은 지면과 마주하는 표면적과 어깨와 발바닥, 머리 등으로 한정적이지만, 허벅지 전체와 무릎, 종아리와 발 등 하체 전반이 지면과 평행하게 펼쳐진 채 앉아 있는 휠체어 장애인에겐 지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복사열과 자외선이 닿는 면적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아스팔트의 표면 온도가 60도를 넘은 오후 2시. 전미영씨의 직장 동료 김성현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와 함께 실시간으로 변하는 휠체어의 표면 온도를 측정했다. 바깥에 나서기 전 30도 안팎의 온도였던 휠체어는 2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표면 온도가 65도로 치솟았다. 손과 목이 자주 닿는 부분도 40도 넘게 기록됐다.
전상현 활동가는 "해당 온도가 그대로 신체에 내리꽂히면서 체온도 계속 누적된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더운 날씨에 휠체어에 앉아 있다 보면 몸이 녹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장애인보다 휠체어로 이동하는 거리가 많은 것도 폭염이 가혹한 이유 중 하나다. 전미영씨는 우리 같은 장애인들은 몇십 킬로미터의 거리는 웬만하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한다"며 "비장애인들은 더우면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면 되지만 우리는 더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