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쉿! 안보수사입니다'…경찰 협조했더니 이혼에 집도 뺏길 위기

경찰 '비밀엄수' 요청에 이혼 소송서 남편 마약 주장 못해
A씨 측 "늑장 수사와 수사 편의주의로 한 사람 인생 파탄"
경찰 "일반 마약 아닌 안보 사건…특수성 감안해야"

연합뉴스

탈북자인 남편의 마약 투약 사실을 눈치챈 A씨. '안보범죄'이기 때문에 이혼 소송에서 남편의 마약 투약을 말하지 말아달라는 경찰의 요청에 응했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만 4년 넘게 진행하는 사이 남편이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와 남편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A씨 측은 "경찰의 늑장 수사와 수사 편의주의로 인해 한 사람의 삶이 파탄 났다"고 주장한다.

12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탈북민인 A씨는 2022년 초쯤부터 남편 B씨의 마약 투약과 관련해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의 수사에 협력했다. A씨는 B씨의 마약 투약 사실을 직접 목격했고, 관련 증거들도 갖고 있었다.

A씨는 이미 B씨의 마약 투약과 폭행, 외도 의심 행동 등으로 인해 고통스럽게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얼마 뒤인 2022년 중순쯤 B씨가 먼저 'A씨의 과도한 의심' 등을 이유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입장에선 B씨의 마약 투약이 이혼의 중대한 귀책 사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정작 소송에선 관련 사실을 하나도 주장하거나 거론하지 못했다. 경찰이 A씨에게 "수사 대상이 알게 되면 안 되니 소송에서도 함구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CBS노컷뉴스에 "경찰 수사가 방해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북한에서의 사고방식 때문에 (경찰에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까 무섭고 두려웠다"며 "수사가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A씨가 남편의 마약 문제를 법원에 제기하지 못한 채 2023년 9월 서울가정법원은 양측 모두에게 이혼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로에게 2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재산을 반으로 분할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원고·피고 일방의 주된 책임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됐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후 진행된 2심도 마찬가지였다. A씨 측 주장에 따르면 경찰은 '곧 B씨를 구속할 것이니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2024년 4월 서울가정법원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똑같이 판단했고, 이어 7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며 판결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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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측은 경찰이 과도하게 수사를 지연하고 있으며 수사에 적극 협력한 A씨에 대해 무책임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B씨는 지난 2023년 마약 투약 범행으로 이듬해 서울남부지법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가 경찰에 협조한 수사와는 별개인 사건으로 B씨는 유죄가 확정됐고, 그것도 경찰이 알려주지 않아서 뒤늦게 사실을 파악한 탓에 이혼 소송에서 활용도 못 했다.

A씨를 조력하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금융피해자연대 고문)는 "경찰이 처음부터 철저하게 수사하고 미루지 않았으면 추가 범행도 이뤄지지 않았고 이혼 소송의 결과도 달라졌을 것"이라며 "4년 넘게 수사를 질질 끌면서 협력한 A씨에게 무조건 희생을 요구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꼬집었다.

A씨는 현재 국내 정착 때 B씨와 함께 국가로부터 받았던 집에서도 재산분할 문제로 인해 쫓겨날 처지다. A씨는 "너무나 억울해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경찰 수사에 최선을 다해 협조했지만 돌아온 건 외면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안보 관련 수사의 특수성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 마약 사건이 아니라 안보 관련 수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안과는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국가보안법 수사의 경우엔 10년씩 수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보 수사의 특성상 내밀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고, 수사가 노출되지 않기 위해 협조를 구했을 수 있다. 다만 강제하거나 강요할 수는 없다"며 "경찰도 나름 최선을 다해 절차대로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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