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제주로 이주한 초등학생이 또래 학생들의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다 투신을 시도한 사건과 관련해 학교 책임자들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학생 측은 학교가 해당 사건을 고의로 축소하거나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투신 시도 방치"…학교 관계자들 경찰 수사
12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피해 학생 학부모 A씨는 지난 6월 서귀포경찰서에 해당 초등학교 교장, 교감, 학교폭력 업무 담당자 등 3명을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 중 일부는 퇴직한 상태다.A씨는 학교 측이 지난해 11월 피해 학생의 투신 시도를 인지하고도 학교폭력 여부를 조사하지 않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가해 학생들이 투신 시도를 소재로 피해 학생을 조롱하는 등 2차 가해로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 4월 뒤늦게 다른 학부모의 신고로 학교폭력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학교 측이 서귀포시교육지원청에 제출할 학교폭력 사안조사 보고서에 투신 시도 사실을 고의로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서귀포시교육지원청 학폭위가 A씨에게 보낸 사안개요에는 가해 학생들의 조롱 내용은 담겼지만 그 배경이 된 투신 시도는 기재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A씨는 학교 측이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면서 피해 학생의 투신 시도와 그동안 누적된 피해 정황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행위가 학교폭력예방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피해 학생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을 조사에서 배제해 사건의 중대성을 의도적으로 축소·은폐했다는 것이다.
A씨는 "단순한 학생 간 말다툼이나 일회성 괴롭힘이 아니라 실제 투신 시도까지 있었던 사안인데도 학교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거나 기록하지 않았다"며 "누가 어떤 판단으로 투신 시도 사실을 사안조사에서 제외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현재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피고소인들을 차례로 불러 투신 시도 당시 경위와 학교 측의 대응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필요한 조치했다"지만…곳곳서 드러난 부실 대응
학교뿐만 아니라 교육당국의 대응도 쟁점이다. 제주도교육청은 후속조치에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인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대응이 부실했다고 반박했다.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11월 피해 학생이 투신을 시도한 직후 학교 측이 해당 사실을 서귀포시교육지원청에 유선으로 보고했고, 이후 제주도교육청에도 관련 내용이 전달됐다며 보고 체계는 정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교폭력 신고가 아닌 학생 위기 사안으로 접수돼 학교폭력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에 대한 지원도 적절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피해 학생이 이미 외부 기관에서 심리상담을 받고 있어 기존 상담을 이어가도록 했으며, 학교폭력 관련 상담을 추가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학폭위에서도 가해 학생 5명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면서 투신 시도 사건과 연관된 학생에게는 무거운 처분을 내렸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와 피해 학생 측은 투신 시도 당시 학교와 교육당국의 대응 과정을 확인할 공식 기록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학교 측이 교육지원청에 유선으로 보고했다지만 관련 보고서는 작성되지 않았는데, 이는 제주도교육청이 발행한 '365일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한 학교안전 업무 매뉴얼'에 위반된다.
학교 측이 학교폭력 신고를 중단하도록 설득하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은 "학교 측은 피해 학생의 투신을 막았던 학생 부모에게 '학폭 보류 제도'를 언급하며 A양 어머니를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당시 피해 학생에 대한 응급심리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투신을 막았던 학생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데도 별도의 정서적 지원이 제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투신 시도와 관련해 정식 보고와 기록 관리가 충분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학생 보호·지원 전반을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고, 피해 학생과 당시 현장에 있던 학생들에 대한 심리상담과 관계회복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외국에서 제주로 이주한 한 초등학생이 수년간 또래 학생들의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해 11월 학교에서 투신을 시도했다. 주변 친구들의 제지로 큰 사고는 피했지만 가해 학생들이 투신 시도로 조롱하며 2차 가해가 이어졌다. 지난 4월 이들이 속한 단체채팅방을 확인한 다른 학부모의 신고로 뒤늦게 학교폭력 조사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