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잠수함 수주 실패서 본 '나토의 벽'…K방산 돌파구는?

산업연구원, 한-나토 조달기본협정 의미·시사점 분석
나토 비회원국 한국, 동맹 기반 신뢰·MRO 경쟁서 구조적 약점
조달협정 체결 땐 '동맹의 벽' 낮춰 공급망 편입·공동R&D 기대
"협정만으로 회원국 신뢰 대체 못해…현지화·공동개발 병행해야"

도산 안창호함의 항해 모습. 해군 제공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나토 비회원국'인 한국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가운데, 한-나토 조달기본협정이 K방산의 나토 조달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순히 새로운 수출시장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나토 공동조달부터 군수·정비, 공급망, 공동 연구개발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제도적 통로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12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한국-나토 조달기본협정 체결의 의미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한-나토 조달기본협정은 국내 기업이 나토 지원조달청(NSPA)의 공동조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달기본협정은 나토가 비회원국과 체결하는 '지원 협력 협정'으로, 무기 획득과 군수, 운용·체계지원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한 법적 근거와 기본 원칙을 담는다.

한국-나토 조달기본협정 체결의 의미와 시사점 보고서. 산업연구원 제공

특히 무기체계의 가격과 성능뿐 아니라 '동맹 관계' 자체가 방산 수출의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최근 시장 환경에서 협정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캐나다는 노후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면서 30년 이상 장기간 운용·유지·보수(MRO) 지원 능력을 핵심 평가 요소로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나토 회원국인 독일은 기존 군수지원 체계에 대한 접근성과 상호운용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반면 한국과 같은 비회원국은 무기 자체의 경쟁력과 별개로 동맹 내부에 축적된 군수지원 체계와 신뢰관계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나토 조달기본협정이 체결되면 이러한 '동맹의 문턱'을 일정 부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국내 방산업체의 나토 공동조달 시장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다. 나토 회원국 간 무기체계 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나토 표준(STANAG) 관련 정보 접근 범위까지 넓어질 경우 국내 기업이 제품 개발 단계부터 나토의 요구 조건과 표준 변화를 반영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나토 글로벌 파트너국으로 공개 등급의 표준 문서만 열람할 수 있다.

협력 범위도 완제품 수출을 넘어설 수 있다. 나토가 추진하는 방산 핵심 원자재 공급망과 혁신 생태계에 한국 기업의 참여가 확대되면 글로벌 방산 공급망 편입과 공동 연구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나토 조달기본협정 체결의 의미와 시사점 보고서. 산업연구원 제공

다만 협정 체결을 곧바로 대규모 수주 확대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3~2024년 NSPA 계약을 보면 상위 5개국이 전체 계약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기존 회원국 중심의 시장 구조가 강하다. 협정 체결로 '입장권'을 확보하더라도 신규 진입국이 실제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호주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호주는 획득 부문을 포함한 지원 협력 협정을 나토와 체결한 유일한 비회원국으로 공동조달 참여 기반을 마련했지만, 그에 따른 법적 책임과 의무 및 자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부담해야 했다.

특히 나토 공동조달은 회원국들이 소요 제기와 계약 수주를 서로 분담하는 호혜적 구조인 만큼 한국도 협상 과정에서 나토 시장 접근에 따른 이익뿐 아니라 국내 조달시장 개방 가능성과 국내 방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 저자인 박혜지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나토 국가들과의 방산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이해관계에 기반한 안보협력과 신뢰관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나토 현지화와 공동개발을 확대하고 역내 협력수단을 활용하는 중장기 시장 진입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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