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 서영철 대표 별세…"장례 대신 투쟁해달라"

호흡기 중증 장애로 산소발생기·휠체어 생활…'초고도' 판정
구제법 인정 사망자, 서 대표 포함 1422명

서영철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 대표.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운동을 이끌어온 서영철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피해자연대) 대표가 11일 숨졌다. 향년 69세.

1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에 따르면 서 대표는 전날 오후 9시 33분쯤 서울대병원 응급센터에서 사망했다.

대구에 거주하던 서 대표는 기흉이 발생해 서울대병원 응급센터를 찾았다가 대기 중 쓰러졌다. 1시간 30분가량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했다.

서 대표는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과 '애경 가습기메이트' 두 종류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뒤 호흡기 중증 장애와 이형 협심증, 천식, 공황장애 등을 앓았다. 이 때문에 늘 산소발생기를 착용하고 휠체어를 타야 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제정 전에는 폐 손상 4단계로 불인정 판정을 받았고, 구제법 시행 이후 피해자로 인정됐다. 천식과 공황장애 두 항목에서 각각 가장 심각한 단계인 '초고도' 판정을 받았다.

서 대표는 2019년부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피해자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22년에는 서울 종로1가 SK 본사 앞에서 3개월 넘게 텐트 농성과 단식 농성을 벌였고, 2024년 환경부의 배·보상 조정 과정에서는 피해자 투표로 선정된 대표 7명 중 '초고도' 분야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9월 발족한 피해자연대 대표로 선출됐다.

최근에는 정부가 국가책임과 배·보상 계획을 밝히고 구제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며 비판해 왔다. 피해 인정 판정기준을 넓히고, 배·보상 원칙에 경제적·정신적 위자료 산정과 지연이자를 반영하라는 것이 서 대표의 요구였다.

서 대표는 최근 청와대 앞 시위를 진행하면서 주변에 "내가 죽으면 장례 치르지 말고 광화문광장에서 투쟁해 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연대 회원들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남대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사무소에 모여 광화문광장 일대에 분향소를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 종합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피해 신고자는 8094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1957명이다. 구제법 인정자는 6037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1421명이다. 서 대표의 죽음은 피해 신고자 가운데 1958번째, 구제법 인정자 가운데 1422번째다. 반면 기업과 국가의 배·보상이 이뤄진 피해자는 507명에 그치고 있다고 피해자 연대는 주장한다.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 판매를 시작해 2011년까지 49종 1천 만 개가 팔렸다. 2011년 8월 31일 정부 역학조사로 피해가 처음 확인된 지 올해로 15년째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