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독점 앞둔 경찰…현장은 과부하, 통제망은 허술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두 달 남짓…인력 배치 계획은 '미정'
수사 부담 커지는데 대책 '無'…초동수사 역량 강화도 과제
내부 통제 장치는 제 역할 못해…권한 견제 어떡하나
전문가 "내부 감시 한계…독립적 통제 장치 마련해야"

부산경찰청. 송호재 기자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를 뼈대로 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오는 10월 2일 시행을 앞두면서 경찰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찰의 책임과 권한은 확대되지만, 이를 받쳐줄 인력과 내부 통제 장치는 여전히 미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부서 과부하 우려 커지는데 인력 대책은 여전히 깜깜이

13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부산청 소속 수사관 1명당 진행 중인 사건 수는 18.1건에 달한다. 수사관 1인당 연간 사건 처리 건수 역시 2023년 104.9건에서 2024년 114.9건, 지난해 124.9건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수사 과부하 상태에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경찰로 대거 이관돼 사건 적체와 수사 지연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현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서 하던 보완수사를 경찰이 직접 하게 되면 업무가 가중될 것"이라며 "지금도 업무량이 많아 수사 인력 충원 등이 필요하다. 기피 부서인 만큼 우수 인력을 끌어오기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반응도 내부에서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청은 전날 '개정 형사소송법 후속 조치 TF' 회의를 열고, 기존 논의된 881명에 더해 수사 부서에 인력을 추가 보강하기로 했다. 민생치안에 차질이 없는 분야의 인력을 우선 조정해 10월 2일 법 시행 전 현장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도 인력 재배치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이번에는 실제 현장 상황을 반영한 배치가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시 경찰청은 경제·지능·사이버팀에 1009명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업무량과 관계없이 관서마다 1명씩 일률 배정해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밖에 수사의 첫 단추를 끼우는 '초동수사'의 중요성도 커지면서 일선 지구대·파출소 등 지역 경찰의 인력과 전문성도 함께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지만, 관련 대책은 논의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부산경찰청 경무기획과 관계자는 "경찰청 차원에서 수사 부서는 정원을 늘리기로 했지만, 지역 경찰 인력 추가 배치에 대해서는 이야기 나오는 게 없다"며 "지구대나 파출소에서도 인력 충원 요구가 많아 신경 쓰고 있다. 부서별로 업무가 늘어나는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겉치레' 수사심의위·'제 식구' 청문실…통제 장치는 '허술'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 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

경찰의 수사 권한이 커지는 만큼 수사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부실·지연 수사를 견제할 장치가 충분한지도 과제로 떠오른다.
 
현재 경찰 수사에 대한 대표적인 내부 통제 장치로는 수사심의위원회와 인권감사관실 등이 있다. 사건 관계자가 수사 심의를 신청하면 수사 과정이나 결과를 검증하는 '수사심의위원회'는 법률이 아닌 경찰청 예규(행정규칙)에 불과해 법적 구속력이 없다. 위원 위촉 역시 시·도경찰청장 소관이어서 경찰 수사를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민원인이 수사 지연이나 부실 처리로 피해를 입었을 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권감사관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권감사관실에 민원이 접수되면 필요한 경우 담당 수사관 교체 등을 검토하고, 수사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상급 경찰관서에 수사 이의신청도 이뤄진다. 하지만 이 역시 경찰 내부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실질적인 수사 과정에 대한 독립적인 견제보다는 단순 민원 전달이나 친절 응대 관리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 "기존 통제망 강화·독립 기구 신설 등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현행 내부 통제 방식으로는 14만 경찰 조직의 수사권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 폐지를 앞두고 제도 시행에 앞서 충분한 준비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더 막강해진 경찰권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내부 감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8천 명에 불과한 검찰 조직과 달리 경찰은 14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조직인 만큼 내부 직원이 위원을 모시는 수사심의위 형태를 넘어 해외사례처럼 객관적인 제3의 독립 기구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건 적체 문제 역시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탐정 제도 도입 등 사건 적체를 해소할 다각도의 대안이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면서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은 수사·기소 분리로 생길 부작용에 대한 치밀한 논의 없이 추진됐다. 일단 개정해 놓고 문제가 생길 것 같으니 다시 개정안을 논의하는 건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존 견제 장치가 실질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수사심의위의 경우도 한 번 열렸을 때 다루는 사건 수에 비해 회의 시간은 짧다"면서 "전반적으로 경찰 내부를 통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하거나 운영 횟수나 규모를 확대하는 등 기존 기능을 보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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