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출항을 눈앞에 두고서야 선사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는 업무협약을 추진해 뒷북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이마저도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일정 조율 문제로 연기를 거듭하면서 '해양수도'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시의 추진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13일 CBS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시는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사인 팬스타와 업무협약(MOU)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팬스타의 시범운항을 성공적으로 돕고, 팬스타는 부산항을 북극항로 거점으로 육성하는 데 힘을 보탠다는 골자다. 구체적으로 북극항로로 향하는 시범운항 선박의 화물, 즉 고객을 유치하는 일을 돕고 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협약 추진 시점이다. 시범운항은 이미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다. 지난해 정부가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 건설'을 국정과제로 정한 뒤 해수부가 국적선사 설명회와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준비를 구체화했다. 올해 5월에는 공모를 거쳐 팬스타가 첫 시범운항 선사로 정해졌고, 오는 22일 출항을 앞두고 있다.
지역 향토기업이 북극항로 개척의 첨병으로 선정됐지만 정작 부산시는 수개월이 지나, 출항이 목전에 다가와서야 업무협약 카드를 꺼냈다. 그 사이 팬스타를 비롯한 업계에서는 북극항로 개척의 최대 수혜지역인 부산시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약 일정마저 주무부처인 해수부 입김에 좌우되는 모양새다. 시는 지난 7일 협약식을 준비했고 팬스타 역시 이에 맞춰 계획을 세웠지만, 해수부의 정책 일정 등과 맞물리면서 결국 연기를 결정했다. 오는 18일로 협약식 날짜를 정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시범운항 선박이 떠난 뒤에야 협약을 맺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상업화 과정까지 추가적인 시범운항이 예상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한 업무협약이라고 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시범운항만 보는 것이 아니라 최대 5년 뒤(상업운항)까지 고려해 장기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이번 업무협약도 준비했다"며 "첫 운항 역시 결과를 본 뒤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중 추경 예산안에 관련 항목을 반영해 시의회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시범운항 일정이나 방법, 참여 선사 등이 불투명한 데다 예산 역시 시의회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부산시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장 다음 달 초에 심의를 시작하는 민선9기 첫 추경안에도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실효성에도 의문이 따른다.
부산시의회 윤지영 의원은 "해수부와 선사가 다 결정해 놓은 상황에서 부산시는 아무 역할도 하지 않고 지켜보다가, 나중에 숟가락 하나 얹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시작 단계에서부터 부산시가 개입해 조금이라도 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끌고 갔어야 한다. (북극항로 정책에서) 부산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면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