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암살위헙으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미 경호당국이 참모들과 취재진이 탄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미끼'로 활용한 데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튀르키예를 떠나며 구형 에어포스원에 탑승했다가 몰래 내려 기내식 운반 차량을 이용해 공군기로 옮겨탔다.
트럼프 대통령이 몰래 전용기를 빠져나가는 동안 100명이 넘는 참모진, 정부 관계자, 기자들은 전용기가 직면한 위협을 모른 채 영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 그대로 타고 있었다.
에어포스원에 탑승한 취재진은 당시 창문 덮개를 내리라는 지시를 받아 트럼프 대통령의 비행기 교체 탑승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 계속 탑승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 작전에 대해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관을 지낸 스티븐 캐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을 줄이려는 명목으로 이란에 100여 명을 대신 죽이도록 내주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설명했다.
또 "정보당국이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위협의 표적이 된 인물에게 이를 알려주도록 의무화한 정보공동체지침 191호(ICD 191)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이 사건이 충격적인 기만 작전"이라며 진상 규명을 위한 의회 차원의 브리핑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리처드 블루멘털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이번 작전이 전례 없고 기괴하며 섬뜩한 일이다. 대통령의 안전뿐 아니라 모든 승객의 안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반드시 의회 브리핑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해진 위협 수준이 '몰래 전용기 갈아타기'를 정당화할 만큼 심각했는지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은 "이란 관점에서 이렇게 깊숙한 곳에서 대통령 전용기를 표적 공격하는 것은 극도로 현실성이 낮다. 이 공격을 감행하려면 휴대용 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갖춘 근접 비밀 공작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제프리 루이스 박사도 "이란은 앙카라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를 타격할 수 있는 지대공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이론적으로 활주로에 있는 비행기를 탄도미사일로 타격할 수는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미국 당국자들이 중국제 또는 러시아제 대공 미사일을 활용한 테러 형태의 공격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도 비슷한 작전을 벌였지만, 당시에는 언론에 이 내용을 알린 것으로 드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WP에 따르면 2000년 3월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인도 방문을 마치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이동하며 신변 안전을 위해 실제 탑승 항공기를 숨기는 작전을 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사전에 출입기자들에게 작전내용을 설명하며 대통령의 실제 위치와 동행 기자들을 위한 안전 조치에 대해 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