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이 고발전까지 번지면서 전당대회 이후 당이 다시 하나로 뭉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낙선 후보 측 의원들이 집단 탈당하는 이른바 '분당'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선거 과정에서 쌓인 감정의 골이 당원 이탈이나 차기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김민석·정청래 후보가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이어가면서 막판 공방도 거칠어지고 있다. 누가 이기느냐 못지않게 전당대회 이후 갈라진 당심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배신자' 공방 이어 고발전까지 번진 전대
최대 승부처인 호남 경선을 앞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 간 신경전은 고발전으로까지 번졌다.정 후보 측은 전남광주 북구을 지역위원회가 김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이른바 '불법 전화방'을 운영하고 금품 제공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전진숙 의원을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와 광주북부경찰서에 고발했다.
전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 후보 측 인사들이 청년 자원봉사자를 상대로 유도신문을 벌인 '정치공작'이라고 맞섰고, 허위사실 유포와 무고 혐의 등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다만 중앙당 선관위는 이날 정 후보 측이 제기한 전 의원 관련 신고 건을 기각했다. 중앙당 선관위 부위원장인 임호선 의원은 선관위 공명선거분과회의 후 "전진숙 의원 건도 녹취록을 직접 다 들어가면서 판단했다"며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의혹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한 친청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해당 의혹과 관련해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법은 어기지 말자는 것"이라며 "자중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경쟁이 거칠어지면서 20여 년 전 과거사까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 후보 측은 김 후보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추진하며 새천년민주당(민주당 전신)을 탈당했던 일을 문제 삼아 '배신자론'을 제기했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노사모'까지 양측의 공방에 소환됐다.
이에 당내에서도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서갑원 전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노무현은, 노무현 정신은, 노사모는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공공재"라며 "대통령을 부끄러운 현실정치의 싸움터에 더는 모시지 맙시다"라고 호소했다. 개별 인사들의 특정 후보 지지를 마치 노사모 전체의 뜻인 것처럼 포장하거나 노 전 대통령을 특정 후보를 공격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 전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 김 후보가 이미 정치적으로 화해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24년 전 영글지 못했던 김민석의 선택에 대해 노 대통령은 당신의 자서전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한 충정'으로 정리했다"는 것이다.
"분당은 없다"지만…당원 이탈·계파갈등 불씨
다만 친명계와 친청계 모두 현재의 충돌이 전당대회 이후 당이 둘로 갈라지는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한 친명계 재선 의원은 "세력이 있어야 쪼개지는데, 정 후보가 낙선할 경우 탈당하면 몇 명이나 따라가겠느냐"고 말했다. 당권을 쥔 새 대표에게 인사와 향후 공천을 둘러싼 권한이 집중되는 만큼 현역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당을 떠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취지다.
친청계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친청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분당은 안 된다"며 "탈당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몰라도 정 후보는 절대 탈당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친청계 의원도 CBS노컷뉴스에 "당에 자산이 천억 가까이 되는데 그걸 버리고 누가 나가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일부 지지층의 이탈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친청계 핵심 관계자는 김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당원들은 탈당해서 피신하러 가버릴 수 있다"며 "조국혁신당은 앉아서 편하게 대목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했다. 선거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강성 지지층 일부가 민주당을 떠나 조국혁신당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전당대회가 끝나는 순간 새 지도부에는 당내 갈등보다 집권여당으로서 풀어야 할 현안도 곧바로 닥친다. 친명계 의원은 특히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첫 시험대로 꼽았다. 그는 "전당대회 이후 신임 지도부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가 부동산 세제 개편"이라며 당이 민심을 적극 수용하고 청와대와 역할을 나눠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전 의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집권여당 대표 선거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줘야 한다"며 "청와대와 당이라는 두 수레바퀴가 삐그덕거리지 않고 잘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가 이기더라도 패자의 지지층까지 끌어안지 못하면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균열이 향후 당정 관계나 차기 공천 국면에서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 후보와 정 후보는 '통합'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막판 신경전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제주·인천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가 되면 당의 모든 경선 갈등을 '제로'로 만들겠다"며 계파를 넘어선 통합형 지도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김 후보는 김어준씨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자신이 당선될 경우 정 후보의 역할에 대해 "전직 대표는 당 상임고문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별도의 당직을 맡길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정 후보도 지난 10일 전북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분당설'에 대해선 "그런 일은 절대 없다"면서도, 김 후보가 제기한 신천지 전당대회 개입 의혹 등은 선거 뒤 덮고 갈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중요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당대표 후보가 제기한 문제인 만큼 어떻게든 해소해야 되지 않겠느냐"면서다.
실제 양측의 '통합' 메시지와 달리 막판 공세 수위는 여전히 높다. 정 후보는 김 후보가 전당대회를 "진흙탕으로 몰아넣었다"며 사과를 요구했고,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을 배신하고 정몽준으로 넘어갔던 아픈 추억을 우리는 기억한다"고 '배신자론'도 재차 꺼내 들었다.
승부는 전체 권리당원의 약 70%가 몰린 호남과 수도권에서 갈린다. 오는 15일 전체 권리당원의 약 33%가 몰린 호남에 이어 16일 약 38%가 모인 경기·서울 경선을 거쳐 17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된다. 현재 누적 득표율은 김 후보 46.01%, 정 후보 44.53%로 격차는 불과 1.48%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