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막힌 4.3조 투자 뚫는다…첨단산업 걸림돌 대대적 손질

정부, 경제관계장관회의서 기업투자 지원 1차 대책 발표
반도체 공장 증설·이차전지 산단 입주 등 현장 애로 해소

비상경제본부 회의 주재하는 구윤철 부총리. 연합뉴스

정부가 규제와 행정절차에 막혀 지연되던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의 현장 대기 투자 프로젝트를 신속히 가동하기 위해 규제 손질에 나섰다.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업종의 국가산단 입주를 허용하고 대규모 산단 내 공장 증설 때 별도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를 풀어 4조28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13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현장중심 기업투자·혁신 지원방안(1차)'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는 한국 경제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과 글로벌 첨단전략산업 경쟁 격화라는 구조적 전환점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며 올해 1분기 전기 대비 6.6% 증가했지만, 규제와 낡은 제도, 인허가 지연 등으로 기업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과 별개로 현장에서 대기 중인 투자 프로젝트를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행정절차를 단축하는 1차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경북 구미·포항 국가산단에서는 자원재생(리사이클링) 업종이 '폐기물업'으로 분류돼 입주하지 못했던 규제를 개선한다. 산단 입주 대상 업종에 핵심광물 재자원화 업종을 추가해 약 1천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지원한다.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산단에서는 공장 증설 때 건축법상 '1대지 1허가' 원칙에 따라 기존 건축허가 전체를 변경해야 했던 불편을 없앤다. 증설 건축물에 대해 별도의 독립적인 신규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건축법 개정을 추진해 약 2조5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조기에 이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반도체 5대 공정 실증설비인 '트리니티 팹' 등 상생협력 법인의 세 부담도 낮춘다. 실증 테스트베드를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이 증여받은 재산·이익에 증여세 비과세 특례를 신설해 약 8천억원 규모의 투자 이행을 지원한다.

충북 오창과학산단에서는 G사의 바이오 공장 증설을 위해 산단 녹지율 기준인 10~13%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인접한 청주시 소유 녹지를 산업용지로 신속하게 용도 변경한 뒤 매각한다. 이를 통해 약 53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뒷받침한다.
 
전북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1단계에서는 분양률이 낮은 음료제조업 부지의 입주 가능 업종을 수요가 많은 식음료제조업 전체로 확대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약 35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촉진할 계획이다.

현장 대기 프로젝트 해소와 함께 첨단·신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도 대대적으로 손본다.

근로자와 함께 작업하는 협동로봇의 '펜스리스', 즉 방호울타리 없는 작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27년 상반기까지 세부 허용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이동형·서비스 로봇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법령상 산업용 로봇의 정의도 정비한다.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로봇·방산 등 6대 첨단산업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성능기반 소방·피난 설계를 도입한다. 연간 1800여 건의 증설이 이뤄지는 반도체 팹(Fab)의 특성을 고려해 유해가스 저감장치 증설 관련 안전검사 기간도 기존 12일에서 6일로 절반 단축한다.

상주인력이 적은 AI 데이터센터의 특성을 반영한 규제 특례도 마련한다. 주차장·승강기·미술품 설치 의무를 산정할 때 전산실 면적을 제외해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줄인다. 산단 내 모든 업종의 입주가 가능한 '제한업종 계획구역' 지정 한도를 현행 30%에서 최대 50%로 확대하고, 업종특례지구 지정에 필요한 동의 요건도 과반수로 낮춘다.
 
기업형 첨단도시 등 중요 국가산단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용도·용적률 제한을 받지 않는 도시혁신구역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한다. 비수도권의 대규모 투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특구 지정 상한 면적도 광역시는 200만평, 도(道)는 300만평으로 대폭 확대한다.

재경부 주환욱 정책조정관은 "이번 대책에 포함된 과제들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도록 지속 관리하는 한편, 초혁신경제 선도프로젝트와 녹색산업 등을 중심으로 한 2차 대책도 조속히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관련 법령과 지침 개정에 착수하고, 3분기 중 2차 지원대책을 내놓아 미래 성장동력 분야의 투자 걸림돌을 추가로 제거할 방침이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