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존 신도시의 '선입주 후교통' 문제를 보완하겠다며 추진한 3기 신도시에서 입주보다 핵심 철도망 구축이 늦어지는 교통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일부 철도사업은 노선과 역사 위치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요구까지 이어지면서 당초 예정된 개통 시기를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입주는 2027년부터인데…핵심 철도는 2~3년 뒤
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 주요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모두 첫 입주 이후 핵심 광역철도가 개통하는 일정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가장 먼저 입주가 시작되는 경기 고양 창릉신도시는 A4블록이 2027년 12월, S5·S6블록이 2028년 1월 입주할 예정이다. 반면 GTX-A 창릉역은 2030년, 창릉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의 핵심 철도인 고양은평선은 2031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입주를 기준으로 고양은평선을 이용하기까지 3년가량의 시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경기 부천 대장신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A7·A8블록 865가구는 2028년 1월 입주 예정이지만 대장신도시에서 서울 홍대입구역을 연결하는 대장홍대선은 2031년 개통이 목표다.
경기 남양주 왕숙신도시는 A1·A2블록 1030가구가 2028년 8월 입주할 예정이다. 서울지하철 9호선을 하남을 거쳐 남양주까지 연장하는 강동하남남양주선의 개통 목표는 2031년이다.
왕숙은 당초 계획과 비교하면 철도 개통 시기가 더 늦어졌다. 2020년 왕숙 광역교통개선대책 확정 당시 정부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철도사업을 관계기관 협의체를 통해 추진해 2028년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이후 기본계획 등을 거치며 강동하남남양주선 개통 목표는 2031년으로 조정됐다.
경기 하남 교산신도시 역시 A2블록 입주가 2029년 6월로 예정된 반면 핵심 광역교통대책인 송파하남선은 2032년 개통을 목표로 한다. 경기도는 실시설계를 거쳐 2027년 하반기 착공하고 2032년 개통한다는 일정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창릉과 대장, 왕숙, 교산 등 경기지역 주요 3기 신도시 모두 현재 계획대로라면 첫 입주 이후에야 핵심 철도망을 이용할 수 있는 구조다.
정부가 3기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내세운 정책 방향과도 간극이 있다. 정부는 기존 신도시에서 나타난 기반시설 지연과 서울 도심 접근 불편 등을 보완하기 위해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조기에 수립하고 교통망을 적기에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이미 늦은 철도에 지역 갈등까지…개통 일정 '변수'
문제는 입주보다 늦게 예정된 일부 철도사업에서 노선과 역사 설치를 둘러싼 지역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천 대장신도시 핵심 교통망인 대장홍대선이다.
대장홍대선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열고 2031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장지구에서 홍대입구역까지 약 20㎞ 구간을 12개 정거장으로 잇는 광역철도로, 총사업비는 2조 1287억원 규모다.
하지만 서울 마포구가 역사 설치 문제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법적 다툼에 들어갔다.
마포구는 국토부가 승인한 대장홍대선 실시계획에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과 상암고역이 포함되지 않은 데 반발해 지난 1월 30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계획된 상암역을 유지하면서 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중앙선이 만나는 DMC역과 상암고 인근에 역사를 추가해야 한다는 게 마포구의 입장이다.
고양 창릉신도시의 고양은평선 역시 역사 추가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고양은평선은 서울 6호선 새절역에서 창릉신도시를 거쳐 고양시청까지 약 15㎞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8개 정거장을 설치해 2031년 개통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2024년 12월 기본계획을 승인했다.
그러나 서울 은평구는 기본계획에서 제외된 '신사고개역'을 추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은평구가 올해 실시한 사전타당성 보완용역에서는 신사고개역을 추가할 경우 비용 대비 편익(B/C)이 0.72로 분석돼 기존 기본계획 당시 0.63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평구는 이를 근거로 신사고개역을 광역교통개선대책과 기본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관계기관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고양은평선 1공구는 지난해 12월 실시설계에 들어가 올해 10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어 역사 신설 여부를 둘러싼 결정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
다만 대장홍대선과 고양은평선 모두 현재 공식적인 개통 목표는 2031년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역의 역사 신설 요구가 곧바로 개통 지연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역사 추가나 노선 변경이 실제 사업계획에 반영될 경우 설계와 사업비 변경은 물론 관계기관 간 추가 협의 등이 불가피해 사업 일정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역사가 추가되면 설계를 변경해야 하고 사업비도 늘어나는 만큼 관계기관 협의와 재설계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며 "철도는 당초 목표한 운행속도 등을 고려해 노선과 역사를 설계하기 때문에 역이 늘어나면 전체적인 운행 효율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민원을 받아들이기보다 역사 신설이나 노선 변경이 공사비와 사업기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술적으로 검토해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다른 교통망 등 대체수단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철도사업 자체가 주택 건설보다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가 신도시 개발보다 앞서 광역교통망을 계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신도시와 철도망을 동시에 추진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지반 문제나 주민 반발, 공사비 증가 등의 변수로 철도 건설이 신도시 입주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광역 철도망은 신도시 계획보다 훨씬 이전에 계획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