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현직 경찰이 본 청소년 마약…이렇게 시작된다

[이승환 경감의 사기(詐欺) 프로파일링]
청소년 마약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약은 우리 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범죄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텔레그램과 SNS, 다크웹 등을 통해 마약을 구하는 방법이 알려지고, 해외에서 밀반입된 마약류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유통되면서 청소년과 청년층까지 마약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마약류 범죄의 저연령화다.

대검찰청이 2026년 7월에 발표한 '2025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2만3403명으로 2024년(2만3022명)보다 1.7% 증가했다.

특히 10대 마약사범은 674명으로 2024년보다 3.9% 늘었다. 30대 이하 마약사범은 1만4573명으로 전체 마약사범의 62.3%를 차지했다. 마약류 범죄가 특정 고위험군을 넘어 청소년과 청년층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숫자보다 더 심각한 것은 마약이 청소년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과거 마약은 범죄조직이나 특정 유흥업소 등을 통해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SNS에서 누군가가 건넨 한마디, 인터넷 검색 한 번, 친구가 보내준 메시지 하나가 마약으로 연결될 수 있다.

더욱 위험한 것은 청소년들이 마약을 처음부터 '마약'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이다" "살 빠지는 약이다" "한 번 정도는 괜찮다" "친구도 해봤는데 아무렇지 않다고 했다" 이러한 생각이 마약에 대한 첫 번째 경계선을 무너뜨린다.

한순간의 호기심이 범죄가 되다

지난 7월 오전 수원역 앞 로데오거리에서 20대 여성이 괴성을 지르고 네발로 기어다니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다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처음에는 감기약을 먹은 것뿐이라고 주장했으나 마약 간이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고, 이후 경찰 조사에서 투약 사실을 인정하였다. 앞서 3월에는 의정부에서 30대 남성이 차량을 운전하다 가로등을 들이받고 도주했다가 검거됐다. 차량에서는 프로포폴과 주사기가 다량 발견됐고, 남성은 투약 사실을 인정하고 구속송치되었다.

이러한 사건을 접하면 사람들은 흔히 생각한다. "왜 마약을 했을까?" "저렇게 위험한 것을 왜 시작했을까?" 하지만 실제 마약 사건을 들여다보면 처음부터 심각한 중독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친구의 권유였을 수도 있고, 인터넷에서 본 광고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힘든 현실을 잠시 잊고 싶어서였을 수도 있다. 문제는 첫 경험이 다음 경험으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한 번의 경험이 반복되고, 반복이 습관이 되면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의지만으로 멈추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된다.

청소년의 경우 이 과정이 성인보다 더욱 위험하다. 아직 뇌의 자기통제 기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한 자극을 경험하게 되면 충동적인 행동과 반복적인 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마약을 하는 청소년의 심리

청소년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마약은 나쁜 것이다"라고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먼저 왜 청소년이 마약에 접근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첫째, 호기심 자극(Curiosity Drive)이다. 청소년에게 호기심은 자연스러운 심리다. 문제는 온라인 환경에서 그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보가 너무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걸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집중력이 올라간다" "살이 빠진다" 이런 식의 왜곡된 정보는 청소년에게 마약을 위험한 범죄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이나 자기계발의 수단처럼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은 성인보다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설마 내가 중독되겠어" "한 번 해보고 안 하면 되지" 바로 이 생각이 위험하다.

둘째, 또래 동조 심리(Peer Conformity)다. 청소년에게 친구는 부모만큼이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친구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하면서 자신도 그 집단에 속해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 "나만 안 하면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친구들이 다 하는데 나만 거절하면 겁쟁이처럼 보이지 않을까?" 이러한 또래 압력은 청소년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마약을 권하는 사람이 친구이거나 친한 지인이라면 경계심은 더욱 낮아진다. 낯선 사람이 건네는 약은 의심하면서도 친구가 "이거 괜찮아"라고 말하면 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셋째,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Escapism)다. 청소년이 마약에 접근하는 이유가 단순한 호기심만은 아니다. 학업 스트레스, 부모와의 갈등, 친구 관계의 문제, 외로움, 미래에 대한 불안 등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이 마약 사용의 배경이 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청소년은 힘든 감정을 잊기 위해 강한 자극을 찾기도 한다. 마약은 일시적으로 현실의 고통을 잊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해결이 아니라 회피다. 그리고 그 회피의 대가는 훨씬 크다.

넷째, '나는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Illusion of Control)이다. 마약을 처음 접하는 청소년 상당수는 자신이 중독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의지가 강해" "필요하면 언제든 끊을 수 있어" 하지만 중독은 의지의 강약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반복적인 약물 사용은 뇌의 보상체계에 영향을 주고, 약물을 다시 찾게 만드는 강한 욕구를 형성할 수 있다. 처음에는 자신이 마약을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마약이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왜 위험한가?

청소년 마약 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보상심리(compensation)이다. 사람의 뇌는 자신에게 강한 즐거움이나 만족을 주는 행동을 반복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게임에서 승리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때도 이러한 보상체계가 작동한다. 마약은 이 보상체계를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자극할 수 있다.

문제는 뇌가 강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점차 그 자극에 적응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자극에도 강한 만족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전과 같은 만족을 얻기 위해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내성과 의존이 발생할 수 있다.

청소년에게 더욱 위험한 이유는 뇌가 아직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동을 억제하고 장기적인 결과를 판단하는 능력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력한 보상 자극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잘못된 행동 패턴이 더욱 쉽게 형성될 수 있다. 결국 "한 번만 해보자"는 가벼운 호기심이 반복적인 사용으로 이어지고, 반복적인 사용이 중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위험은 '마약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청소년이 마약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유통 과정에 끌려 들어가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SNS 등을 통해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찾던 청소년이 마약을 특정 장소에 가져다 놓는 이른바 '던지기'에 이용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청소년이 이것을 심각한 범죄가 아니라 단순한 심부름이나 아르바이트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는 물건이 뭔지 몰랐다" "돈만 받고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그러나 범죄조직은 바로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다.

부모 역할의 중요성

청소년 마약 문제에서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너 ○○ 했지?"라고 다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아이가 숨기게 만들 수 있다. 평소와 다른 행동이 나타나는지를 살펴야 한다. 갑자기 돈을 많이 요구하거나, 휴대전화를 지나치게 숨기거나, 새로운 온라인 친구가 생겼는데 누구인지 설명하지 못하거나, 수면과 식사 패턴이 크게 변하는 경우에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가 평소와 다른 변화가 나타났을 때 부모가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놓는 것도 중요하다. "왜 그랬어?"라고 추궁하기보다 "무슨 일이 있었어?" "누가 너에게 그런 것을 권했어?" "혹시 혼자 해결하기 힘든 일이 있니?"라고 물어야 한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해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이승환 경감의 조언

처음부터 범죄자가 되려고 마약을 시작한 청소년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는 것은 결국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또 다른 선택을 부르고, 그 선택들이 쌓이면서 범죄의 늪으로 빠져든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청소년 마약 문제를 단순히 처벌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물론 마약 범죄에는 분명한 책임이 따른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마약을 공급하거나 유통시키는 행위는 사회 전체에 피해를 주는 중대한 범죄다. 하지만 청소년 마약 문제에서는 왜 그 아이가 마약에 접근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호기심 때문이었는지, 친구의 권유 때문이었는지, 가정이나 학교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온라인 범죄조직의 유혹에 빠진 것인지 원인을 찾아야 한다. 원인을 찾지 못하면 처벌이 끝난 뒤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마약은 한 번의 단속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공급자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마약을 경험한 청소년이 다시 마약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예방교육 역시 단순히 "마약은 나쁘다"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마약이 어떻게 접근되는지, 친구가 권했을 때 어떻게 거절해야 하는지, 온라인에서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가장한 범죄가 어떻게 접근하는지, 처방약이라 하더라도 오·남용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이미 마약에 노출된 청소년에게는 처벌과 함께 치료와 상담, 가족 지원, 학교 복귀, 사회적 관계 회복까지 연결되는 체계가 필요하다. 마약 중독은 단기간의 교육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약 예방의 첫 번째 방어선은 '관심'이다. 청소년 마약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의 단속도, 정부의 정책도, 예방교육도, 부모의 역할도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왜 마약을 찾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관심이다.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럴 리 없어." 이 생각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마약은 특정한 문제아에게만 찾아가는 범죄가 아니다. 성적이 좋은 학생도,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도, 친구 관계가 좋은 학생도 순간의 호기심이나 또래의 권유로 마약에 접근할 수 있다. 그리고 처음에는 자신이 위험한 길에 들어섰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그래서 청소년 마약 예방의 핵심은 공포를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위험을 알아차리고 거절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청소년의 한순간의 호기심이 평생의 후회로 이어지지 않도록 가정과 학교, 경찰과 정부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약 범죄를 막는 가장 강력한 예방책은 단속 이전에 아이들이 마약을 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이미 접한 아이에게는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것이다. 결국 청소년 마약 문제는 한 아이의 일탈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승환 경감(경찰청 치안정보국), '사기 프로파일링' 저자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