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다"…한성숙 총리 만난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

유족 측 "국무총리, 진상규명 컨트롤타워 맡아달라"
항철위 인력·장례 지원·조사데이터 공개 등 5대 요구
한 총리 "유가족 정례 소통하겠다"…유족 측 "구체적 이행 약속 없어"

13일 오전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한성숙 국무총리와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정유철 기자

"저희 아버지, 어머니, 남동생이 돌아가셨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8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179분의 생명이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진실은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13일 오전 11시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멈춰버린 무안국제공항에서 유가족들이 한성숙 국무총리를 만나 지지부진한 진상규명과 부실한 희생자 수습에 따른 고통을 호소했다.

이날 무안공항 1층에서 열린 유가족 간담회에는 한 총리를 비롯해 국무총리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 관계자와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 등 정부·지자체 관계자 20여 명과 유가족 50여 명 등이 참석했다.

한 총리는 간담회에 앞서 "사고 수습을 위한 매뉴얼이 잘 돼 있지 않아 죄송하다"며 "오늘 주시는 말씀들을 잘 담아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유가족을 대표해 정부 차원의 신속한 진상규명과 피해 지원을 촉구했다.

김 대표는 "참사 이후 1700여 점의 유해가 추가로 수습되는 참담한 부실 수습까지 겪고 있다"며 "부실한 수습으로 유가족의 고통이 가중됐고 지체된 진상규명으로 오히려 유가족들이 지역사회에서 책망까지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을 총괄할 컨트롤타워 역할을 국무총리가 맡아야 한다"며 "추상적인 위로가 아니라 명확한 이행계획과 국가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한 총리에게 5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종합 문서를 전달했다.

우선 국무총리가 진상규명과 책임 규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겠다고 명확히 약속하고 항철위의 인력 충원과 예산·해외 전문인력 지원 등을 통해 사고조사를 조속히 정상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조사 과정과 항공기의 블랙박스인 CVR(조종실 음성기록장치)과 FDR(비행기록장치)의 원본 데이터를 유가족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회복하고 부실한 희생자 수습으로 추가 발견된 유해에 대한 장례 지원과 책임자 문책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추모사업위원회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피해자 지원 사각지대 해소, 부부가 함께 숨진 피해자 유족 등이 세금과 연금 등에서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13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해 재수색 현장에서 한성숙 국무총리가 경찰 과학수사 관계자로부터 수색 방법과 유해 발견·감식 절차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정유철 기자

앞서 한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10분쯤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을 찾아 콘크리트 둔덕과 유해 재수색 현장을 둘러보고 수색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범정부 재수습 현장지휘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 13일부터 시작된 유해 재수색은 지난 12일 기준 전체 828개 수색 구역 가운데 724개 구역을 마쳐 격자형 구역의 수색 단위를 뜻하는 그리드(Grid) 기준 87.4%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재수색 과정에서 유해로 추정되는 물체 1620점과 유류품 851점이 발견됐다. 유해 추정 물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등을 거쳐 신원을 확인한 뒤 유가족에게 인계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지난 6일 유가족들은 항철위와의 첫 공식 면담에서도 원본 데이터 공개와 조사 과정 참여, 월간 브리핑 정례화,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객관적인 재조사, 해외 전문기관 참여 등을 요구한 바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전남광주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총리는 1시간여 동안 언론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를 마친 뒤 "정부가 성의 있게 유가족들의 말씀을 잘 듣고 진상규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유가족들의 말씀을 듣는 자리를 정례적으로 만들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유가족들은 구체적인 이행 약속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유진 대표는 간담회가 끝난 뒤 "유해 수습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나 장례 지원 절차 등 국가 책임의 장례 지원을 약속받고 싶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약속이 없어 아쉽다"며 "하지만 총리가 앞으로 관심을 갖고 챙기겠다고 한 만큼 국가가 신뢰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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